[발표][논평] 청소년의 정치적 창작과 의견표현은 더욱 보장되어야 한다 - 문체부의 〈윤석열차〉 탄압에 부쳐

20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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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청소년의 정치적 창작과 의견표현은 더욱 보장되어야 한다

- 문체부의 〈윤석열차〉 탄압에 부쳐 


윤석열 정부가 제25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윤석열차〉가 카툰 부문 금상을 수상하고 전시된 것에 대해 탄압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만화축제를 주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를 하였고, 국민의힘 측은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투표권 없는) 나이 어린 학생이 정치적 내용을 다루면 안 된다’는 식의 주장도 쏟아내고 있다.


언론·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기본권의 기본에 속한다. 헌법과 유엔아동권리협약 등에 명시된 언론·표현의 자유에서 청소년도 고등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정부나 권력자에 대한 비판 의견을 낼 자유는 한층 더 두텁게 보장될 필요가 있다. 설령 아직 직접적 불이익을 주지는 않았더라도, 정부나 여당이 수상 및 전시를 공격하고 경고하겠다는 것은 충분히 부당한 압력이라 할 수 있다. 의견이나 작품의 적절성 및 타당성은 동료 시민들의 비평에 의해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지,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 문제 삼는 것은 결코 정당할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정치적 주제를 노골적으로 다룬 작품을 선정하여 전시한 것은 행사 취지에 어긋난다’,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명칭 사용 승인 시 제출한 계획에서는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은 결격사항이라고 했다’ 등의 이유를 들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수상작의 내용이 윤석열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그린 것이라서 문제 삼는 것 아닌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애초에 사람들의 공감과 성찰을 일으키는 좋은 창작물이란 지금 우리 사회와 삶의 문제를 다루는 내용일 것이며, 이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 주제를 배제하겠단 것 자체가 부당한 기준으로, 민주주의 국가의 부처로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런 기준을 요구하는 관행을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일이다.


국민의힘을 포함해 일각에서 나오는 ‘청소년/학생이라, 나이가 어려서 부적절하다’라는 주장은 나이주의와 어린이·청소년 차별을 담고 있어 한층 더 반인권적이고 해롭다. 여당 비대위원의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이 너무 정치화된 내용들을 내는 것이 좋을까” 같은 발언은 정치적 권리를 나이에 따라 발급되는 면허마냥 취급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투표권을 제한당한다고 해서 여타의 정치적 자유까지 제한되거나 의견을 폄하당해도 되는 건 아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선거권 제한 연령을 기준으로 선거운동 및 정당활동의 자유 등까지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는 한국의 정치 관련 법을 개정하여 연령 제한을 폐지해야 할 이유를 보여줄 뿐이다. 다른 한편에는 이 사태를 두고 ‘어린 고등학생도 대통령의 잘못을 알 정도’라든지 ‘순수한 청소년의 시각’이라는 등의 평을 하며 옹호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청소년의 정치적 의견과 창작을 특별하고 예외적이며 비정치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윤석열차〉는 청소년이 작가이기에 예외적이고 특별한 작품이 아니라, 동시대의 시민이자 만화가의 작품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며 앞으로도 더 많이 이러한 창작과 의견 표명이 평범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청소년인권운동의 성과로 청소년의 정치적·사회적 참여를 막는 장벽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및 참여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적대적인 문화는 공고하다. 이번 학생공모전 수상작인 풍자 만화에 대한 탄압은, 문화예술에 대한 탄압일 뿐만 아니라 겨우 숨통이 트이고 있는 청소년의 정치적 자유를 위축시키는 사태이기도 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의힘 등은 그간의 반인권적 발언과 경고 조치 등을 철회하고, 〈윤석열차〉의 작가 및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청소년 시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2022년 10월 6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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