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음][뚝딱 지음 70호] 지켜보는 난다 - 얼마나 닮았는가

202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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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지켜보는 난다 - 얼마나 닮았는가


* 알림 : 이 글은 김보영 소설집 <얼마나 닮았는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주 예찬을 하고 싶어서 인간 세상에 방문한 중단편의 신” 김보영 작가를 아시나요? <다섯번째 감각>,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11월 3일은 학생의날입니다> 등을 쓴 작가입니다. 청소년인권활동가로서 ‘학생의 날’을 소재로 한 소설도 특히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요. 김보영 작가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걸작으로 꼽히는 <얼마나 닮았는가>를 최근에 인상 깊게 읽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얼마나 닮았는가>의 ‘나’는 위기관리 AI 컴퓨터입니다. 보급품을 보내기 위해 항해하는 우주선에 선장과 선원들과 함께 탑승해 있고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서 구조 신호가 와서 타이탄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나’는 자신에게서 지워진 것, 그래서 보지 못하는 것, 모르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내려고 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중간중간 AI로서 어떤 정보를 떠올리는 부분도 재미있는데요, 예를 들면 ‘선내에서는 나이나 경력에 상관없이 반말이 원칙’이라는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한 선원이 노골적으로 불편해하자, 위기관리 AI에 입력된 매뉴얼 중 하나로 떠오르는 문장입니다. “지구, 한국. 나이에 따라 다른 언어를 쓰는 문화권. 신분제도가 철폐된 뒤 오히려 한두 살 차이로 언어를 구별하면서 위계 구조가 더 경직된 편.(후략)”

이야기가 전개되고 결국 AI는 자신에게서 무엇이 삭제되었는지 알아냅니다. 성차별에 대한 정보와 개념이 지워져 있어서 자신이 잘못 판단했다는 점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 뭐 하나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이해 못 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선원들의 과도한 불복종, 멸시와 저평가, 따돌림, 진영의식까지도 뭐 하나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내 눈에 이상해 보였을 뿐이다. 이상한 나머지 계속 조정하려 들었을 뿐이다.
“성차별.”
나는 중얼거렸다.
“뭐?”
“성차별에 대한 정보를 지웠어.”
“뭐라고 했어?”
모든 순간에 존재하는 것, 숨 쉬듯 만연하는 것. 인간의 모든 판단에 영향을 끼치는 것. 비합리인 줄도 모르고 행하는 비합리, 잘못이라는 생각조차 없이 하는 잘못. 들추어내면 어리둥절해하다 못해 격렬하게 저항하는 것.
“너희 나라 공무원이,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내게서 지워버렸어.”

- <얼마나 닮았는가> 중에서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휴대전화 수거/압수는 학생인권침해가 아니다”, “사회 통념에 반하지 않는 교육/지도 행위는 정서적 학대행위가 아니다”라는 말들, 그리고 그런 여론을 타고 여러 영역에서 진행되는 사회적 백래시 현상들이 같이 떠올랐어요. 학생인권침해나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이야기하면 부정하는 반응을 접할 때도 있고요.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회에서 지워지는 일들. 사소하게 혹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서, 해결이 지연되거나 더 누적되는 문제들. 사회적 감각을 바꾸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을 잘 보이게 만들기 위해 계속 관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지켜보는 난다'라는 코너명은 '요조 - 보는 사람', 그리고 '임재범 - 너를 위해' 라는 노래 속 가사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이 노래 많이 아시죠?😉) 난다가 쓰는 [활동가의 편지]는 주로 노래 가사나 책 속의 한 문장, 드라마나 영화 속 대사에서 건져올린 이런저런 생각들을 나눠보려고 해요. 함께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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