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음][청소년인권을 말하다] 문재인 정부 청소년인권 공약 이행 상황 살펴보니 - 아동인권법 학생인권법 공약은 어디로?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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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청소년인권 공약 이행 상황 살펴보니

[청소년인권을 말하다] 아동인권법 학생인권법 공약은 어디로?


난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7년 6월 10일, 6.10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 행사가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렸다. 당시 학생인권 신장 등을 위해 활동하던 연대체 '인권친화적학교+너머운동본부'의 활동가들은 시청광장 바로 앞에서 피켓을 들고 모였다. "87년 노동자들의 외침 두발자유, 2017년 학생들의 외침 두발자유", "87년의 외침 '대통령부터 반장까지 직선제로!', 2017년의 외침 '청와대부터 교실까지 민주주의를!'", "학생인권법 임기 초반 제정, 문 대통령님 잊지 않으셨죠?"와 같은 내용이었다.

1987년의 민주화운동이 대통령 직선제만이 아니라 전면적인 인권 보장과 민주주의 확대를 요구한 것이었으며, 학교와 교육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주장으로 이어졌음을 떠올리게 하고 싶어서였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 힘입어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학생인권법 또는 아동·청소년인권법을 잊지 말기를 요구하고 공약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우리가 행사장에서 퇴장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학생인권법 잊지 마세요!"라고 외치자, 문재인 대통령은 "학생인권법 임기 초반 제정"이 적힌 피켓을 같이 들여다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활동가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이 장면은 "문재인의 열린 소통"이라는 제목으로 몇몇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들 


2017년 대선,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의 공약 자료집에는 이런 항목이 있다. "아동인권법 제정으로 적정한 학습시간과 휴식시간 보장". 이와 더불어,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사회적 교육위원회'가 대선 시기 교육정상화와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10대 주요의제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입장을 물은 '학생인권법 제정' 항목에는 "임기 초"를 추진 시기로 보며 동의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2개월 남짓 남은 지금, 이런 공약과 답변도, 6·10민주화운동 기념행사장에서 대통령의 응답도 모두 헛된 약속이 되어버렸다. 

아동인권법은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서 쉴 권리, 놀 권리, 독서시간을 보장한다는 언급 말고는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된 적은 없다. 그동안 아동인권단체들은 아동인권법을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국내 이행을 위한 법률로서, 또 아동인권 관련 통합적 정책 수립과 시행을 가능케 하는 기본법으로서 제정하라고 요구해왔다. 그 안에는 물론 아동의 휴식권과 여가권 등을 명시하고 실현하기 위한 정책기구를 만드는 등의 내용도 포함될 것이다. 2018, 2019년에는 그래도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아동인권법 발의를 준비하기도 했고, 보건복지부도 '유엔아동권리협약' 국내 이행을 위한 법을 만드는 것을 검토하는 연구를 발주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2020년 총선 이후로는 오히려 아동인권법 논의가 쏙 들어가버렸고, 아무 소식이 없다. 

전국 6개 지역에서만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의 한계를 보완하고, 학교에서의 자의적 학생인권 침해를 방지·해결하기 위해 많은 청소년·인권·시민단체들이 요구해온 '학생인권법'('초·중등교육법' 개정 등의 방법으로 법률 차원에서 학생인권 기준 제시, 인권침해 구제, 학생의 학교운영 참여 보장)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교육부가 용역을 발주하여 2018년 12월 '학생 인권보장을 위한 법제화 방향 및 이슈 탐색'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를 통해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법률 제정', '교육기본법 및 초·중등교육법 개정', '법률 중심의 초·중등교육법 개정', '조례 중심의(학생인권조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이 학생인권 보장 법제화의 모델로 제시되었다. 이후 교육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가 작년, 2021년 11월이 되어서야 국회에서 '학생인권법(초·중등교육법 개정)'이 발의되었지만 교육부도 대통령도 법 개정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은 없다. 

정치 개혁,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공약도 빼놓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 중 청소년 참정권에 관련된 만 18세로의 선거권 연령 하향, 피선거권 연령을 선거권 연령과 일치시키는 것 등은 시민사회단체의 줄기찬 요구와 활동에 힘입어 결실을 보았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공약집에 명시했던 '정당 활동 가입 연령 제한 폐지' 등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위한 과제는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공약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조차 못 하는 것처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 철학은 과연 있었나 


대학입시 등 교육정책에 관련한 공약도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는 공약집에서 수능 절대평가화, 대학서열화 완화를 위한 국공립대네트워크 등을 공언했다. 현재 시행 중인 수능은 영어 등 일부 과목을 제외하면 상대평가 시스템이다. 응시자들 사이에서 등수를 매기고 그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는 식이다. 대학서열체제 속에서 경쟁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절대평가는 등수 이전에 일정 점수를 넘었느냐가 중요해진다는 점에서 경쟁이 조금이나마 덜어지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 교육 완화를 위한 공약도 제대로 추진하기는커녕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로 오히려 수능 비중을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정시 확대'를 지지하는 여론이 더 많다는 것을 이유로 기존에 공약했던 정책의 방향을 바꾸었다. 그러나 정부의 공약과 정책은 단순히 여론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 변화를 위한 여러 가지 개혁적 정책을 추진하는 게 부담스러우니 뒤늦게 여론이나 '사회적 합의'를 핑계 삼아 숨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 선거에 출마할 당시 대통령 후보와 정당의 정치적 지향과 교육 철학을 담아 정책의 방향을 수립한 것이라면 여론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약을 폐기할 것이 아니라 그 여론을 설득했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갔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부와 대통령의 책임 아닌가. 문재인 정부는 입시 제도 개혁에 그냥 손을 놓아버린 것이었고 이는 굉장히 무책임한 행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에는 "학교에서의 통합적 성평등 및 인권교육 강화, 정규교육과정 내 젠더폭력 예방교육 실질화"도 있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2015년 발표했다가 차별적 내용으로 많은 비판을 당한 '국가수준 학교 성교육 표준안'도 공식 폐기하지 않았고 학교 성교육, 성평등교육 등은 많은 공격을 받고 있지만 여기에도 문재인 정부는 적극적 대처를 하지 않았다. 그나마 교과과정에서 노동인권교육 강화는 새로 개정하는 국가교육과정에 반영되려 하고 있으나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청소년인권에 응답하는 정치가 되려면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이제 약 2개월 남았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 중에서도 17.4%로 공약 이행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청소년인권에 관련해서는 5세까지 아동수당 도입, 고등학교 무상교육, 18세 선거권 등 환영할 만한 성과가 있으나, 공약한 것들 전체에 비하면 만족스럽다고 평가할 순 없다. 2020년 총선 이전인 20대 국회에서의 의석 수가 과반에 미치지 못했고, 2020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팬데믹 등 참작할 만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가지 상황의 어려움이 있었겠으나 최소한 약속한 것을 지키려는 노력 자체를 보이지 않는 것은 매우 비판받아야 한다. 


임기 초, 서울시청광장에서 만난 청소년인권활동가들의 외침을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학생인권법, 아동청소년인권법, 통합적 성평등교육, 청소년 정치 기본권 보장, 노동인권교육, 경쟁 교육 완화 등이 지난 대통령 선거의 공약으로 등장한 것은, 그만큼 청소년인권에 관한 정책 과제 또한 시급히 실현되어야 할 사회적 과제로 이야기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선거 때 공약만 하고, 실제 임기가 시작되면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세태가 앞으로는 달라질 수 있을까.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와 상관없이, 청소년인권을 비롯한 소수자들의 권리에 응답하는 정치를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청소년인권을 말하다]는 지음의 활동가들이 함께 작성하며, '프레시안'을 통해 기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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