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음][뚝딱 지음 20호] 활동가의 편지 - (지켜)보는 난다 😎

20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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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 지음 20호] 활동가의 편지 - (지켜)보는 난다 😎




불쌍한 것을 알아본다고 해서
착한 사람은 아냐
나는 그냥 보는 사람이에요
나는 그냥 보기만해요
- 요조, <보는 사람> 중에서


어디 가서 '인권활동가'라고 소개하면 "좋은 일 하시네요" 라는 반응이 돌아오곤 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어색한 웃음을 짓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긴 한데, '좋은 일'도 맞나?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 사회를 더 좋아지게 만드려는 거니까 좋은 일이기도 하지. 그런데 상대방도 그런 뜻으로 한 말일까? 

우리 사회에서 인권활동가는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인권활동가들에게 더 도덕적인 모습을 기대하기도 하고요.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선입견도 있지요. 그래서일까요? 요조의 <보는 사람>이라는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뭔가 마음에 와닿는 느낌이 있었어요. "착한 사람은 아냐" 라는 부분이랑 "나는 그냥 보는 사람이에요" 라는 부분이요.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가난한 사람 등을 불쌍하게 여기곤 합니다. 집을 잃고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어린이를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종종 인권운동도 그런 사람들을 직접 돕는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제가 생각하는 '인권활동/사회운동'과는 거리가 있는 일이에요.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여기에 오셨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당신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함께 일해 봅시다." 

멕시코 치아파스, 사빠띠스따(원주민 게릴라 투쟁 조직)의 한 여성의 외침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이 외침을 소개하며 노들장애인야학을 '당신과 나의 해방이 연결된 공간'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도움과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은 많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인권활동가들도 인권침해 상담, 현장 개입 등 직접 지원 활동을 펼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원 활동을 할 때도 인권운동은 그 목적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불쌍한 피해자'를 위해 도와주기 위한 일이 아니라, 인권침해에 맞서 같은 편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요.


"우리는 좋은 어른이 많은 세상이 아니라,
나쁜 어른을 만나더라도
두렵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지음이 만들고 싶은 세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보았어요. (지음 홈페이지에도 있어요!) '좋은 어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말그대로 '좋은 마음'이고, 그런 사람이 많아지는 것도 좋은 일이겠지요. 그러나 한편으로 어린 사람의 입장에서는 누가 자신에게 '좋은 어른'일지 모르는 채 '복불복' 상황을 반복해야 하거나 몇몇 사람들의 '선의'에만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위치에만 머물게 됩니다. 또 '좋은 어른' 되기는 개인적 실천을 요구하지만, '나쁜 어른을 만나더라도 두렵지 않은 세상'은 사회 구조와 문화, 어린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바뀌길 요구하는 일이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어요. 

그런 점에서 활동가는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착한 사람도 아니고 언제나 좋은 사람도 아니지만. 내려다보지 않고 우러러보지도 않고, 그저 같은 편에서 '함께 바라보는' 사람. 그리고 본다는 것은 주목하는 것이고, 주목한다는 것은 외면하지 않는 것이고, 외면하지 않는 것은 기억하는 것이기도 한 것 같아요.


우리가 우리 사회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마주하면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말을 걸고 또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지켜)보는 난다>라는 코너로 종종 편지를 쓰려고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 (지켜)보는 난다라는 코너명은 이번 글에서도 인용된 '요조 - 보는 사람', 그리고 '임재범 - 너를 위해' 라는 노래 속 가사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이 노래 많이 아시죠?😉) 난다가 쓰는 [활동가의 편지]는 주로 노래 가사나 책 속의 한 문장, 드라마나 영화 속 대사에서 건져올린 이런저런 생각들을 나눠보려고 해요. 함께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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