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교육 후기] '훌륭한 사람'을 대표자로 뽑는 게 민주주의일까? - 성미산학교 민주주의, 선거 교육 후기

2022-06-08
조회수 82

18세 선거권 이후로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하는 법 개정이 조금씩이지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선거교육, 정치교육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고요. 그런데 아직 고민도 논의도 부족한 선거교육은, 선거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고 불법 선거운동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공약을 잘 알아보고 투표하는 합리적 유권자가 되자’ 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 같습니다. 시·도교육청들이 제공하는 선거교육용 자료들을 봐도, ‘나는 후보자에게 어떤 자질을 바라는가?’, ‘후보들은 어떤 공약(정책)을 제시했나?’, ‘나는 어떤 정책을 좋다고 생각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주제를 다루면서 정책을 잘 살펴보고 투표하는 정책 선거와 매니페스토가 바람직하고 그런 유권자가 되자는 내용이 많더군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에도 참정권이나 참여권을 주제로 한 교육 요청이 자주 옵니다. 하지만 선거를 주제로 한 교육 요청은 의외로 잘 오지 않습니다. ‘청소년인권’과는 좀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서일까요? 그래서 성미산학교에서 지음에 선거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교육을 2번이나 요청해준 게 반가웠습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에서는 2020년과 2022년 상반기, 성미산학교 포스트 중등 과정 학생들이 참여하는 민주주의와 선거를 주제로 한 교육과정을 담당하면서, 다른 선거교육, 정치교육에 대해 고민을 녹여 내려고 해 봤습니다.

2020년 교육에서는 전반부에서 민주주의와 청소년 참정권, 선거를 다루었고, 후반부에는 나이주의와 포괄적인 참여 문제를 다루었는데요. 2022년 교육은 2020년 교육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선거와 정치, 민주주의에 집중해서 좀 더 발전시켜봤습니다. 앞부분에선 먼저 참정권과 민주주의 자체를 주제로 삼았고, 청소년 참정권 관련 쟁점이나 소수자의 참정권에 관한 이슈를 다루면서 ‘정치 참여의 자격 조건’ 등에 관한 고민을 나누었고요. 다음으론 ‘선거 제도’에 관한 공부나 ‘정치적 대표자’에 관한 토론을 이어 갔어요. 비례대표제, 의원내각제, 소선거구제, 중선거구제 등 선거 제도를 둘러싼 논의나 여러 제도를 소개하고, 학생들이 선거 제도에서 더 중시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어떤 모습의 정치를 원하며 거기에는 어떤 선거 제도가 더 적합한지 등의 토론도 진행했습니다.

정치적 대표자에 관해서는 이런 질문이 교육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더 똑똑하고 훌륭하고 유능한 사람이 대표자가 되는 게 옳은가? 아니면 나를 더 잘 대변하는 사람, 평범하고 다양한 사람들에 더 가까운 사람이 대표자가 되는 게 바람직한가?’ 인품이 훌륭하고 능력 있는 사람과 지지자나 정당에 정치적 책임을 다하는 사람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등도 토론거리였고요. 그러면서 능력주의와 민주주의 사이의 긴장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대다수 학생이 한국 정치가 좀 더 다양해지고 더 많은 사람을 대변하게 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직접적으로 선거에 관한 수업에서는 ‘우리가 선거에서 어떻게 투표할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봤어요. 실제의 공약이나 후보를 살펴보는 것 이전에 자신의 가치관이나 판단 기준을 돌아보고 언어화해 보는 것, 그리고 이에 관해 다른 학생들과 토론하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실제로 주변의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서 선거에서 표를 던질 후보나 정당을 고르는 다양한 기준을 정리하여 6~8개가량 제시했는데요.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과제를 내줘도 되는 환경이라면 학생들에게 주변 사람 2명 이상에게 선거에서 선택의 기준이나 정치적 입장 등을 인터뷰하고 정리해와서 같이 나누는 활동을 해봐도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다음으로 ‘공약’, ‘인물(후보)’, ‘정당’ 등 사람들이 투표할 대상을 결정하는 기준들을 범주화하고 그 각각을 중시하는 이유, 장단점 등을 정리했습니다. 이런 학습과 준비를 거쳐서 ‘나의 정치적 지지의 기준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각자의 대답을 정리하여 종이에 써서 공유했어요. 2020년 교육에선 정리해서 발표하고 끝이었는데, 2022년 교육에서는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학생들이 서로의 의견에 반론, 의문, 보충 의견, 공감 의견을 댓글로 다는 활동을 기획했고요. 다른 사람과 이견을 나누고 자신의 생각을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겼거든요.

마지막 시간에는 선거에 한정하지 말고 더 다양한 정치적 활동의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서, 사회운동에서 활용하는 사회 변화의 단계를 분석하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이 틀에 맞추어 법이나 문화를 변화시킨 사례들을 소개했어요.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하면 관심을 가진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참여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 찾아보는 활동을 준비했습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꽃이 아니라 뿌리나 줄기나 잎은 무엇일까?”라고 물으면서 선거와 선거 결과에 갇히지 않고 사회와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들을 상상하고 탐구했습니다.

교육청 등이 제시하는 정치교육, 선거교육이 선거 관련 정보 제공과 정책과 공약 알아보기에 머무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가 정치·선거교육을 통해서 정치와 선거에 대해 어떤 관점과 메시지를 공유할지 논의가 부족하고 합의가 형성되지 않은 탓이라 생각합니다. 정치·선거교육의 목적이 ‘청소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갖게 만들자’, ‘공약을 잘 알고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하자’라는 데서 만족하고 멈춰선 안 됩니다. 우리가 정치·선거교육을 준비하면서 가졌던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은, ‘무엇이 더 좋은 정치이고, 어떻게 그 정치를 함께 만들어 갈 것인가’를 학생들과 같이 고민하고 토론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을 더 좋은 유권자로 만들 방법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좋은 정치와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공유하는 것이 정치·선거교육의 목적이 된다면 정치도 교육도 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음에서는 청소년인권을 주제로 한 교육, 청소년인권운동에 관한 교육, 인권 전반에 대한 교육, 그 외에 지음 활동 주제에 관련된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홈페이지를 통해 인권교육을 신청할 수 있고 요청해주시면 주최 측과 함께 상의하며 내용을 준비합니다.   

🌈청소년인권교육🌈 신청하기 https://yhrjieum.kr/edu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