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부터 학교까지 평등한 민주주의가 실현되려면
청소년인권운동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는 청소년시국선언〉을 모으는 것이었다. 전단지를 대충 급조해서 뿌리기도 했고, 손피켓을 만들어서 시국선언 동참을 호소했다.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많은 이들이 함께하여, 10대 청소년 개인은 총 49,052명이 참여했고, 학생회나 동아리 명의로 참여한 경우도 많았다. 이외에도 지역, 학교 차원에서 수많은 청소년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그리고 내가 속한 단체에서는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라는 표어를 무지개 깃발로 만들어 들고 나갔다. 문장 자체는 2020년부터 시작한 청소년인권을 이야기하기 위한 캠페인 제목이다. 어린 사람도 지금 여기에 함께 있다는 메시지이기도 하고 평등과 연대를 이야기하려는 것이기도 했다. 윤석열이 파면되던 날까지 광장에서 꾸준히 깃발을 들었더니 알아보는 이들도 늘었고 반가워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나는 2008년에 열린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 촛불집회에서는 교복 입은, 어린 소녀들까지 나왔다고, 집회의 순수성을 강조하면서 ‘촛불소녀’를 마스코트로 내세우기도 했다. 집회에 나가면 한쪽에서는 기특한 청소년이라며 박수쳤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애들이 뭘 아냐며, 배후에 누가 있냐고 하거나 공부나 하라고 했다. 교육부에서는 10대들의 집회 참여를 단속하러 직접 현장에 나오기도 했다. 밤 10시가 넘으면 청소년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광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들었다. 집회에서 연행된 적도 있는데 “평화 시위 보장하라!”고 외치며 저항했던 순간이 ‘집에 가고 싶다고 울부짖는 여중생’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신문 기사에 나가기도 했다. 이런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광장의 자연스러운 동료가 될 수 없었다.
이번 광장은 그때에 비하면 많이 변화한 것 같기도 하다. 발언을 할 때 정체성이나 성적지향, 덕질 분야나 소속 팬덤 등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이른바 ‘광장식 자기소개’, 남태령 대첩과 한남동 체포 투쟁, 고공농성장 등 여러 현장에서의 연대, 수많은 깃발들의 행렬, 평등하고 민주적인 모두의 광장을 위한 약속(‘평등 수칙’) 등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 장면들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탄핵 광장 때와도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느껴진다. 특히 집회를 시작할 때마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와 비인간동물을 차별하거나 대상화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발언을 할 때 더욱 주의를 기울이자’는 내용을 담은 <평등한 집회를 위한 모두의 약속> 안내가 울려퍼질 때는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하지만 약속을 선언한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차별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광장에 모여 함께 평등을 이야기하고 확인하는 것으로도 의미는 있지만, 일상과 삶에서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윤석열 파면을 이끌어낸 시민들은 대통령 하나만 바꾸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이전부터, 그가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위기였던 삶들이 있었다. 광장은 민주주의 회복과 함께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것이 우리가 윤석열 파면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이다.
윤석열은 파면되었고 이제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나중’으로 밀려나거나 배제되어온 이들은 다른 세상을 요구한다. 윤석열 뿐만 아니라 경쟁과 불평등도 탄핵하자. 광장에서의 민주주의가 일상 곳곳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아랫사람’으로 대해지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다양한 소수자가 존엄하고 평등하게 연대하며 사는 세상을, 함께 열어가자.
난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광장부터 학교까지 평등한 민주주의가 실현되려면
청소년인권운동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는 청소년시국선언〉을 모으는 것이었다. 전단지를 대충 급조해서 뿌리기도 했고, 손피켓을 만들어서 시국선언 동참을 호소했다.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많은 이들이 함께하여, 10대 청소년 개인은 총 49,052명이 참여했고, 학생회나 동아리 명의로 참여한 경우도 많았다. 이외에도 지역, 학교 차원에서 수많은 청소년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그리고 내가 속한 단체에서는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라는 표어를 무지개 깃발로 만들어 들고 나갔다. 문장 자체는 2020년부터 시작한 청소년인권을 이야기하기 위한 캠페인 제목이다. 어린 사람도 지금 여기에 함께 있다는 메시지이기도 하고 평등과 연대를 이야기하려는 것이기도 했다. 윤석열이 파면되던 날까지 광장에서 꾸준히 깃발을 들었더니 알아보는 이들도 늘었고 반가워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나는 2008년에 열린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 촛불집회에서는 교복 입은, 어린 소녀들까지 나왔다고, 집회의 순수성을 강조하면서 ‘촛불소녀’를 마스코트로 내세우기도 했다. 집회에 나가면 한쪽에서는 기특한 청소년이라며 박수쳤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애들이 뭘 아냐며, 배후에 누가 있냐고 하거나 공부나 하라고 했다. 교육부에서는 10대들의 집회 참여를 단속하러 직접 현장에 나오기도 했다. 밤 10시가 넘으면 청소년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광장 안에서도 밖에서도 들었다. 집회에서 연행된 적도 있는데 “평화 시위 보장하라!”고 외치며 저항했던 순간이 ‘집에 가고 싶다고 울부짖는 여중생’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신문 기사에 나가기도 했다. 이런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광장의 자연스러운 동료가 될 수 없었다.
이번 광장은 그때에 비하면 많이 변화한 것 같기도 하다. 발언을 할 때 정체성이나 성적지향, 덕질 분야나 소속 팬덤 등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이른바 ‘광장식 자기소개’, 남태령 대첩과 한남동 체포 투쟁, 고공농성장 등 여러 현장에서의 연대, 수많은 깃발들의 행렬, 평등하고 민주적인 모두의 광장을 위한 약속(‘평등 수칙’) 등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 장면들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탄핵 광장 때와도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느껴진다. 특히 집회를 시작할 때마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와 비인간동물을 차별하거나 대상화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발언을 할 때 더욱 주의를 기울이자’는 내용을 담은 <평등한 집회를 위한 모두의 약속> 안내가 울려퍼질 때는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하지만 약속을 선언한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차별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광장에 모여 함께 평등을 이야기하고 확인하는 것으로도 의미는 있지만, 일상과 삶에서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윤석열 파면을 이끌어낸 시민들은 대통령 하나만 바꾸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이전부터, 그가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위기였던 삶들이 있었다. 광장은 민주주의 회복과 함께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것이 우리가 윤석열 파면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이다.
윤석열은 파면되었고 이제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나중’으로 밀려나거나 배제되어온 이들은 다른 세상을 요구한다. 윤석열 뿐만 아니라 경쟁과 불평등도 탄핵하자. 광장에서의 민주주의가 일상 곳곳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아랫사람’으로 대해지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다양한 소수자가 존엄하고 평등하게 연대하며 사는 세상을, 함께 열어가자.
난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