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음][뚝딱 지음 69호] 빈둥의 둥망진창 둥리둥절 - 고등학생운동, 청소년운동이 서로의 기록자, 증인 되기를 바라며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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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빈둥의 둥망진창 둥리둥절 

- 고등학생운동, 청소년운동이 서로의 기록자, 증인 되기를 바라며 


제가 ‘고등학생운동(고운)’을 처음 접한 날은 2013년 김철수 열사 추모제 때였습니다. 광주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민주화운동 관련해 고운은 단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지요. 그래서인지 추모제에 참석하면서도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학생열사 추모 사업에 열정적이시던 분에게 청소년운동과 함께 하는 작업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 무엇인지 모르니 뭔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한참 뒤에야 ‘고운이라는 조직적·집단적 운동이 있었구나’ 하면서 학생운동의 역사가 담긴 단행본을 구매해서 읽었습니다. 하지만 웬걸, 고운이 한 줄도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많이 없는 자료들을 찾아보고, 비가시화된 역사에 대해 분통 터졌지요.

고운은 1980-1990년대에 일어난 10대들의 사회변혁 운동입니다. 학생회 직선제, 강제적 자율 보충학습 폐지, 두발 자유화, 사학비리 척결, 학생 자치권 보장, 전교조 해직 교사 복직 투쟁, 만 18세 선거권 등을 주장했습니다. 고운 열사 중 대표적으로 알려진 김철수, 김수경, 심광보 열사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자면, 김철수 열사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자기만을 위한 사회를 만들도록 강요하고, 학생을 ‘로보트’로 만든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알렸습니다. 김수경 열사는 교사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고, 자기 죽음이 성적 비관으로 왜곡되는 게 싫다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심광보 열사는 참교육을 열망하고 고교생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경제적 어려움과 관련해 학교로부터 폭언을 들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입시경쟁 교육, 체벌폭력, 경제적 지위에 따른 차별, 정치적 실천에 대한 왜곡 등은 여전히 우리가 접하고 있는 모습이지요.

해당 의제들은 지금 청소년운동이 계속 사회에 요구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청소년운동이 고운과 닮았다고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어린이·청소년이 겪는 인권 침해의 문제가 얼마나 보편적인 문제인지를 말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어린이·청소년이라는 위치에서 경험한 부정의에 대한 투쟁, 그 과정에서 억압과 상실 등이 갖는 의미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유하고 함께 사유할 수 있길 바랍니다.

1980-1990년대 시기를 지나오며 투쟁하신 분들의 감정을 제가 감히 헤아릴 수 없기에 그동안 고운 활동가 분들에게 함께 하는 자리를 제안하기가 많이 어려웠는데요. 하지만 올해 3월 발간한 《고등학생운동사》에서 한국 사회의 학생인권 혐오, 학생을 통제·억압하는 학교 등에 대해 지적했던 부분들을 읽으면서 청소년운동만 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고, 이 운동이 마냥 외로운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청소년운동과 고운이 함께 서로가 마주한 부정의에 대해 함께 기록하고 증인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에서는 올해 7월 말에 전북에서 《고등학생운동사》북토크를 1차로 진행합니다. 올해 안으로 경남에서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조만간 지음 계정으로 공지를 올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고, 청소년운동과 고등학생운동이 계속 만나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후원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지음 일시후원 하러 가기 : 기업은행 141-081609-04-011 (예금주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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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설명 - 고등학생운동 김철수 열사의 묘비이다. "우리나라 모든 고등학교가 인간적인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유서 中-"라고 적혀 있다.
🔸'‘빈둥의 둥망진창 둥리둥절’은 빈둥과 엉망진창, 어리둥절을 결합해서 짓게 된 이름이에요.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어리둥절 해온 시간, 그 속에서 켜켜이 담아온 여러 고민들을 적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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