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은 왜 유심칩 하나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는가
최근 SKT에서 800만 명의 유심(USIM) 정보가 대량 유출된 사건이 일어났다. 본인 인증 등에 사용하는 정보가 유출되어서 개인정보 피해, 금융 피해들로 이어질 위험에 이용자들의 우려가 크다. 그런데 통신사가 가장 기본적인 이용자 정보 보호조차 실패한 상황에서, 정작 청소년이 자기 휴대전화 유심칩을 바꾸려고 하면 ‘부모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본인 명의인 기기와 신분증 같은 본인 확인이 가능한 서류를 갖춰도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과 함께 오라”는 안내만 돌아오는 것이다. 기업이 이용자 보호에는 실패했으면서 청소년에겐 과도한 제한을 가하는 모습이 이중적이다.
법적으로 청소년도 본인 확인이 가능하다면 유심칩을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SKT는 ‘청소년 보호’를 명분 삼아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없다. 그저 청소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존재로 취급하는 사회 편견을 답습하는 것이다. 심각한 보안 사고가 발생해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유심칩 교체가 필요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더더욱 불합리하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기가 아니다. 친구와 소통하고 각종 정보를 검색하고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모든 일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모든 연결은 유심칩을 통해 본인과 기기를 인증하여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SKT는 청소년이 혼자서는 이 연결에 접근하거나 보안을 위해 교체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통제는 단지 서류 절차상의 문제를 넘어선다. 디지털 시대에서 정보 접근권과 통신 이용권은 곧 인권이다. 그런데도 청소년이 보호자와 함께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심칩 하나 교체하지 못하는 현실은 청소년을 독립적인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또한, 청소년이 가정에서 분리되어 살아가고 있거나 보호자 관계에 갈등이나 폭력이 있는 경우, 혹은 단지 자기 일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사정은 변하지 않는다. 청소년이 자기 삶을 주도하고자 할 때 통신사는 그것을 막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SKT를 비롯한 통신사들은 청소년의 디지털 접근권을 제한하는 관행을 즉시 중단하고, 모든 연령의 이용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문제는 통신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병원에서는 청소년의 정신과 진료에 보호자를 요구한다. 은행이나 행정기관에서도 청소년 단독으로 방문하여 일을 처리하는 것을 거부한다. 청소년이 자기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못하도록 막는 이 구조는 결국 우리 사회가 자율성을 박탈하고 권리를 제한하는 사회임을 드러낸다.
청소년도 결정하고, 요청하고,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에 대한 보호를 ‘법정 대리인의 대리 결정’에만 위임해 온 법 제도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사회적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청소년을 단지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시민으로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 작성 : 이은선(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청소년은 왜 유심칩 하나도 마음대로 바꾸지 못하는가
최근 SKT에서 800만 명의 유심(USIM) 정보가 대량 유출된 사건이 일어났다. 본인 인증 등에 사용하는 정보가 유출되어서 개인정보 피해, 금융 피해들로 이어질 위험에 이용자들의 우려가 크다. 그런데 통신사가 가장 기본적인 이용자 정보 보호조차 실패한 상황에서, 정작 청소년이 자기 휴대전화 유심칩을 바꾸려고 하면 ‘부모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본인 명의인 기기와 신분증 같은 본인 확인이 가능한 서류를 갖춰도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과 함께 오라”는 안내만 돌아오는 것이다. 기업이 이용자 보호에는 실패했으면서 청소년에겐 과도한 제한을 가하는 모습이 이중적이다.
법적으로 청소년도 본인 확인이 가능하다면 유심칩을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SKT는 ‘청소년 보호’를 명분 삼아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없다. 그저 청소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존재로 취급하는 사회 편견을 답습하는 것이다. 심각한 보안 사고가 발생해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유심칩 교체가 필요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더더욱 불합리하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단순한 기기가 아니다. 친구와 소통하고 각종 정보를 검색하고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모든 일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모든 연결은 유심칩을 통해 본인과 기기를 인증하여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SKT는 청소년이 혼자서는 이 연결에 접근하거나 보안을 위해 교체할 수 없도록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통제는 단지 서류 절차상의 문제를 넘어선다. 디지털 시대에서 정보 접근권과 통신 이용권은 곧 인권이다. 그런데도 청소년이 보호자와 함께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심칩 하나 교체하지 못하는 현실은 청소년을 독립적인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또한, 청소년이 가정에서 분리되어 살아가고 있거나 보호자 관계에 갈등이나 폭력이 있는 경우, 혹은 단지 자기 일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사정은 변하지 않는다. 청소년이 자기 삶을 주도하고자 할 때 통신사는 그것을 막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SKT를 비롯한 통신사들은 청소년의 디지털 접근권을 제한하는 관행을 즉시 중단하고, 모든 연령의 이용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문제는 통신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병원에서는 청소년의 정신과 진료에 보호자를 요구한다. 은행이나 행정기관에서도 청소년 단독으로 방문하여 일을 처리하는 것을 거부한다. 청소년이 자기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 못하도록 막는 이 구조는 결국 우리 사회가 자율성을 박탈하고 권리를 제한하는 사회임을 드러낸다.
청소년도 결정하고, 요청하고,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에 대한 보호를 ‘법정 대리인의 대리 결정’에만 위임해 온 법 제도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사회적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청소년을 단지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닌,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시민으로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 작성 : 이은선(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