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음][뚝딱 지음 78호] 공현의 투덜리즘 - 이상하지도 극단적이지도 않은 극우

2026-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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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공현의 투덜리즘 

- 이상하지도 극단적이지도 않은 극우


중학교 2학년 때쯤이었나, 점심시간에 같은 반 학생 한 명이 찾아와 저에게 따져 물은 적이 있습니다. 조회 시간 국민의례를 할 때 왜 애국가를 부르지 않았냐고. 저는 ‘난 국가를 사랑하지 않아서 하고 싶지 않다, 넌 정말로 나라를 사랑해서 그런 걸 하느냐’ 하고 되물었는데요. 그는 ‘난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고, 국민의례를 할 때 막 가슴이 벅차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경솔한 저는 반사적으로 이렇게 반응해 버렸지요. “흐음~ 남들은 그런가 보구나.” 제 말에 기분이 상한 티가 역력하던 그 학생은 이렇게 말하고 가버렸습니다. “재수없어서 XX 패버리고 싶네.”(얼마 후 청소 시간에 일어난 갈등으로 그가 제게 실제로 주먹질을 하기도 했는데, 어쩌면 그 주먹에는 그날의 일에 대한 감정도 좀 담겨 있지 않았을까요.)


‘극우화 논의’를 보면서 저는 약 25년 전의 그 학생이 떠오릅니다. 애국충정의 뜨거운 파토스를 품고 있고, 국민의례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유를 따져 물으며,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물론 저의 깔보는 듯 들릴 수 있는 언사가 큰 몫을 했을 테지만) 폭력으로 징치하고 싶다고 하는 것. 극우의 정의에 그럭저럭 부합할 것 같은데요. 걔가 유난스럽고 이상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우등생에 속했고, 친구도 많아서 학급 내 주류에 가까운 사람이었지요. 그리고 진지한 애국심으로 국기에 충성을 맹세하고 애국가도 열창하는 쪽이 학교가 요구하는 모범적인 학생임은 명확하지 않나요.

국민의례가 상징적인 소재이긴 합니다만, 더 일상적인 면에서도 학교에서 ‘극우적’인 문화와 풍경은 드물지 않았습니다. 튀는 존재, 거슬리는 존재를 괴롭히거나 쫓아내고 싶어 하고, 가난한 사람, 장애인, 성소수자, 외국인 등을 혐오하고, 여성을 깔보며 성희롱하고, 강자/부자의 지배와 질서를 선망하고……. 남학생들의 하위문화에서 더 두드러지는 특징이되, 종종 교사들도 묵인 또는 동참을 하곤 했습니다.(그리고 제 주관에서는 똑같은 제복을 입히고 머리 색과 모양 등을 단속하는 중고등학교는 공식적인 극우 파시즘 기관이었지요)

역사적이고 전 사회적인 반공주의, 군사주의, 능력주의 등도 생각해 보면 한국 사회에서 극우는 오히려 주류가 아니었나, 너무 주류여서 ‘극’자가 안 붙었을 뿐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최근에 청소년·청년의 극우화를 우려하면서 나오는 반응들을 보면 쓴웃음이 나옵니다. 적어도 수십 년은 누적된 문제이고, 무슨 부정선거 음모론으로부터 구출해 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국회의 큰 행사에 참석했는데 행사 시작부터 국민의례를 하더군요. 둘러보니 기립하지 않은 채 국기에 대한 경례 등을 거부한 사람은 참석자 300여 명 중 저를 비롯한 너댓 명의 청소년인권활동가들뿐인 것 같았습니다. 제 소견으론, 적어도 반절 정도는 각자의 다양한 이유로 국민의례를 거부하는 사회가 되어야, 혹은 애초에 애국과 별 상관도 없는 행사에서는 국민의례를 잘 안 하게 되어야 우리 사회가 극우화를 방지할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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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현의 투덜리즘'은 예전에 공현이 함께 만들었던 〈오답 승리의 희망〉의 간판 코너명이었는데요. 오승희를 기리는 마음으로 제목을 지었습니다.

🔸사진 설명 :  2007년 인권단체들은 국기에 대한 맹세·경례 반대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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