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음][학부모신문 385호] 국회의원 후보자 검증에 체벌 전력을 넣는다면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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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후보자 검증에 체벌 전력을 넣는다면

공현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몇 년 전, 어느 국회의원 후보에 대한 풍문을 들은 적이 있다. 사교육 업계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때 그렇게 학원생들을 많이 때렸고, ‘애들 잘 잡기로 유명했더라’는 이야기였다.(오래된 일이라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지는 못 했기에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그 이야기를 듣고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는 ‘정치인들 중에 어린이·청소년에 대해 체벌을 가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상당히 많을 텐데, 과연 우리 사회에선 그게 흠으로 여겨질까’ 하는 한탄이었다. 다른 하나는, ‘체벌 가해 전력을 가진 정치인들은 체벌이 금지되었다고 하는 지금은 그걸 반성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선거나 청문회 등에서 후보를 검증할 때 보통 가장 먼저 보는 것이 과거 행적이다. 공약이나 포부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행동해 왔는지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잘 보여 주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후보들이 전과 기록을 공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컨대 성폭력 가해 전력이 있는 정치인들은 한층 더 매서운 비판을 받곤 한다. 성폭력은 강력 범죄이자 소수자인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잘못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성폭력에 관대했던 오랜 역사를 갖고 있기에, 성폭력 근절을 위해선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맥락도 있다.

그렇다면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폭력, 체벌은 어떨까. 체벌 역시 소수자에 대한 폭력이란 점에서 통상의 폭행보다 더욱 엄중히 받아들여져야 마땅하며, 법적으로도 ‘학대’로 규정된다. 오랫동안 교육·훈육·사랑의 이름으로 용인되어 오기도 했기에 더욱 문제의식과 경각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치인들이 양육자(부모 등)·교사·강사 등으로서 어린이·청소년에게 체벌을 가한 적이 있는지 등이 검증 기준으로 공론화되었다는 이야긴 들어 본 적이 없다. 몇몇 지역의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아동복지법」 및 「민법」 개정 등으로 체벌 금지가 제도적 진전을 이룬 것이 극히 최근이며 여전히 체벌에 우호적인 의견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에게 ‘어린이·청소년을 체벌한 적이 있는지? 만약 있다면 반성하고 있는지? 피해자에게 사과했는지?’ 등의 질문을 던져 보면 어떨까? 10년, 20년 전에는 잘못인 줄 모르고 어린이·청소년을 때린 적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체벌이 명백한 아동학대로 간주되어야 할 오늘날에는 과거를 반성하는 척이라도 해야 국회의원 내지 고위 공직자의 자격이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체벌 가해 전력 및 반성 여부를 성폭력이나 여타 강력 범죄 및 인권 침해 사안만큼 엄중하게 다룬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후보자가 걸러질지 궁금하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며 모두의 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는 국회와 정부의 책임자라면 사회적 의식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야만 한다. 적어도 법 개정을 통해 체벌 금지가 좀 더 분명해진 현시점에는 체벌이 잘못이고 폭력이자 학대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보여 주는 것 역시 정치권의 책무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아버지 등에게 체벌을 당했던 경험을 미화하면서 했던 발언은 심각하게 부적절하고 반인권적이었다. 체벌을 희화화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정치권이나 언론매체에서 여전히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지만, 그런 말들이 아무 문제의식 없이 사용되고 받아들여진다는 것 자체가 한국 사회 청소년 인권의 현실을 보여 준다. 각 정당들이 선도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당 후보들을 공천하는 심사 기준에 체벌 전력 등을 확인하는 내용을 먼저 넣어 준다면 참 좋겠다. 그것이 자신들의 책무를 다하는 자세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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