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 보장의 의지를 제대로 보여라

20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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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 보장의 의지를 제대로 보여라


서울시교육청이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학생인권종합계획 수립을 추진 중이다. 3년마다 종합계획을 수립, 시행하는 것은 2012년부터 시행된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제44조가 규정한 교육감의 의무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2017년에야 첫 계획이 수립되었고 이제야 두 번째 계획을 수립하게 되어, 학생인권조례가 거쳐 온 험난한 길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듯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종합계획(2021~2023)’안의 내용은 아쉬운 점이 많다. “혐오·차별 없는 학교”를 세부추진계획에 명시하고 인권교육 강화, 소수자 학생에 대한 보호 및 지원, 차별·혐오표현 대응을 명시한 것은 긍정적이다. 또한, 자유게시판과 언론 발행 보장 등 언론·표현의 자유 확대를 위한 계획을 명시한 점 역시 환영한다. 그러나 교사를 통해 학생 일반에게 가해지는 주요한 인권 침해 현안을 정면으로 다루기를 피한 점이나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은 부분이 다수인 점은 문제이다.

예컨대, 2020년 서울 학생인권 실태조사 결과, 소위 ‘간접체벌’을 포함하면 초·중·고 학생 중 약 20~40%가량이 체벌이 존재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하지만 전체 계획안 어디에도 체벌 근절을 위한 계획을 찾아볼 수 없다.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학교”라는 세부추진계획에서도 체벌 폭력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개성 및 사생활의 자유 침해 관련 내용 역시 상대적으로 빈약하고 두루뭉술하게 다루어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이른바 ‘두발자유화선언’이 있었음에도, 조사에서 머리 모양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는 응답이 중·고등학생의 약 40% 이상으로 나타나는 등 여전히 두발 규제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관해 계획안에선 ‘학교구성원 협의에 의한 민주적’ 절차를 안내하고 학생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침해적 생활 규정을 폐지시킬 계획이 아니라 민주적인 규정 제·개정 등만을 거론한 것은 인권의 원칙에 비추어 불충분하다. 학생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학교 규칙이나 관행의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교육청이 학생인권이 교사의 권리와 대립한다는 주장을 답습해 쟁점을 회피하고 기계적 균형을 맞추려 하는 것은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교권 보호 등의 내용이 계획안에 포함되었는데, 교사의 노동권 등을 신장하기 위한 정책은 필요하겠으나, 왜 그 내용이 학생인권종합계획에 들어갔는지 의아하다. 2020년까지의 계획 실행에도 불구하고 해결하지 못한 학생인권 문제들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검토 속에서 나온, 다양한 인권 현안을 아우르는 종합적·발전적 계획이라고 하기에는 여러 측면에서 부족한 계획이다.

 이처럼 만족스럽지 못한 학생인권종합계획안을 두고도, 일각에선 반인권적 혐오와 음모론 등을 내세우며 발목을 잡으려 들고 있다. 이는 결코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걸음을 주저하거나 계획안을 후퇴시킬 핑계가 되어선 안 된다. 지금의 부실한 계획안에 머물러야 할 이유 또한 될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국제인권법과 헌법, 학생인권조례의 내용과 정신에 근거하여 더욱 철저하게 인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민들과 학교 구성원들에게 학생인권을 알리고 설득하는 것이다.

 학생인권종합계획은 학생인권조례가 살아있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게 하는 구체적 수단 중 하나이다. 종합계획은 학생인권조례가 만든 변화의 흐름을 더 공고히 하면서도 아직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학생인권의 영역을 발굴하는 내용이 되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일각의 비합리적 반대에 귀 기울이지 않아야 함은 물론, 제대로 된 학생인권종합계획을 만듦으로써 학생인권 보장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만 할 것이다. 우리는 교육청이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포괄적·종합적·구체적 정책을 제시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21년 1월 25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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