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논평] 학생에게 존칭·경어가 이상하다는 바로 그것이 나이주의적 차별

2021-06-19
조회수 3124

[논평] 학생에게 존칭·경어가 이상하다는 바로 그것이 나이주의적 차별


몇몇 언론에서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캠페인에 대해 “논란”, “부자연스럽다”, “지나치다”라는 논조로 보도를 내놓고 있다. 전교조가 6월 성평등 캠페인으로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내용을 소개하며 제안한 것을 두고 나온 기사들이다. 먼저 전교조가 우리의 캠페인에 동참해준 것에 반가움을 전한다. 여러 언론들에서 우리의 캠페인에 관심을 갖고 알려준 것도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그중 몇 군데가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에 대한 이해는 없이 교사 일부의 막연한 반감을 부각시키며 반인권적 논조를 취한 것은 유감스럽다.


“어린 사람에게 경어를 쓰라”라는 것은 약 100년 전, 어린이의 해방과 인권을 주장했던 어린이날 당시 천도교소년회나 조선소년운동협회도 주장했던, 어린이·청소년 존중을 위한 유서 깊은 제안이다. 그동안 학교와 교사들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이 이에 대한 분명한 문제의식과 실천 노력이 없었던 것을 반성해야 할 일이다. 2003년, MBC 〈느낌표〉에서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경어를 사용하는 교사들을 소개하며 이를 권장하는 방송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수업 시간이나 다수 학생을 대하는 자리에서는 경어를 쓰는 교사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일부 교사들로부터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으며, 이는 보편적 문화로 자리 잡지 못한 채 그저 교사 개개인의 특성인 것처럼 그 의미가 축소되었다.


어린 사람에게, 공식적인 자리이거나 친하지 않은 관계일 때 상호 존댓말(경어)을 쓰고 존칭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람이 ‘고객’이거나 ‘상전’, ‘윗사람’이라서가 아니다. 어린 사람도 평등한 인간이고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친하지 않은 관계에서 서로 존칭과 경어를 쓰고, 서로 친밀해진 후 상호합의하에 말을 놓고 같이 반말을 쓰며 평대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자연스레 통용되는 예의이다.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캠페인은 이런 예의가 나이에 따라서, 특히 어린이·청소년에게는 더욱 지켜지지 않고 하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겨지는 것이 바로 나이주의, 나이 차별적 문화임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교사가 학교 안에서든 밖에서든 학생에게 ‘○○ 님’ 등 존칭을 쓰고 경어를 쓰는 것은 한국어 체계에선 당연한 일이다(친해지고 싶다면, 합의하여 상호 반말을 쓰고 이름을 부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다른 자리에서 학생을 거론할 때 ‘그 학생분’ 등으로 존칭을 쓰는 것도 한국어 문화에선 당연한 일이다. 학생에게, 어린 사람에게 존칭·경어를 쓰는 게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고 느껴지거나 과하다고 받아들여지는 바로 그 모습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차별적인지, 어린이·청소년을 ‘아랫사람’으로 대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우리는 단지 호칭이나 말을 바꾸고 싶은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속에 담겨 있는 이러한 차별적 의식을 바꾸고자 한다.


몇몇 언론이 소개한 의견 중에는 언어 문화까지 제도로 정하려 하는 것은 무리라는 말도 있었다. 맞는 말이다. 마치 어린이·청소년이 나이 많은 사람에게 일방적인 존댓말을 사용해야 하고 하대를 들어야만 한다는 법이 있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법 제도가 없기에 이와 같은 문제에선 더더욱 일상을 성찰하고 평등한 관계와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과 평등한 언어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실천하고 있다. 교사들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들이 나이 차별적 언어 문화에 문제의식을 표하고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언론들 역시 익숙해져 있는 차별적 문화에 질문을 던지고 평등으로 나아가는 데 동참하길 바란다.



2021년 6월 19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 학생들에게 서로 존칭·경어를 쓰거나, 아니면 서로 반말을 하는 등 수직적이지 않은 관계를 맺으려 하는 교사들은 적지 않습니다. 그중 하나인 이윤승 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SBS 방송 영상을 소개합니다.

https://programs.sbs.co.kr/culture/sbsspecial/clip/0/2200032999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