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논평] 청소년에게 돈 주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가

2021-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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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청소년에게 돈 주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가

- 미성년자의 재난지원금을 세대주가 대신 받게 하겠단 정부를 비판하며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0% 대상 1인당 25만 원씩 지급하는 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의 재난지원금 때와 달리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별로 지급될 예정이라는 점은 환영이다. 그러나 지난해 전 국민에 지급한 것에 비해 선별 지급하는 점은 우려스럽다. 게다가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몫은 전처럼 세대주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청소년을 경제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잘못된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2020년의 전 국민 대상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로, 세대주에게 지급되면서 많은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가족 내의 소수자나 폭력 피해자, 가정 밖 청소년 등 어려운 여건에 놓인 사람들은 더욱 혜택을 받기 어려웠던 점은 재난지원금의 취지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점이었다. 이번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각 개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정부는 ‘19세 미만 미성년자’가 받아야 할 재난지원금은 본인이 아닌 세대주가 대리 수령하게 하는 방법을 고수하겠다고 한다. 이는 오직 나이를 이유로 본인 몫의 지원금을 만져보지도 못하게 하는 것으로, 청소년에 대한 편견 외엔 아무 정당한 이유가 없다. 세대주와 관계가 좋지 않거나 탈가정 상태의 청소년들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도 여전하다. 만일 청소년 몫의 지원금을 가족이 함께 써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이는 가족 안에서 대화와 회의를 통해 조정해야 할 부분이다. 애시당초 청소년 몫의 지원금을 본인에게 주지 않겠다는 것은, 청소년이 가족 안에서 목소리를 내거나 논의할 수 있는 여지조차 박탈해버리는 것이다.


소득 하위 80%를 선별한다는 부분도 우려스럽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하는 것인데, 이 방식은 그리 정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더구나 가구 단위로 소득을 파악하는 방식이라는 한계도 있다. 예를 들면 실제로는 제대로 부양·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나 친권자의 소득이 많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청소년 등의 사례도 나타날 수 있다. 재난지원금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선 우선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 뒤, 나중에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을 더 걷거나 공제를 줄이는 것이 더 적절하다.


‘19세 미만’은 재난지원금을 예외적으로 대리 수령케 하겠다는 정책의 배경에는, 청소년에게는 현금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뿌리 깊은 미신이 있다. 그러나 돈은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하고, 청소년에게 특별히 유해해지는 것도 아니다. 청소년 역시 다양한 경제 활동을 하는 주체로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정부가 개인별 지급이라는 진전을 이루고도 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 정부와 사회가 재난 속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


청소년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저 다른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듯이 하면 된다. 청소년에게도 개인별 지급이라는 원칙을 차별 없이 적용하라.



2021년 7월 6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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