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촛불청소년인권법) 1987년과 2017년, 청소년들의 민주주의

2017-12-20
조회수 2187



[논평] 1987년과 2017년, 청소년들의 민주주의

- 서울지역고등학생연합의 명동성당 농성 30주년, 그리고 대통령 선거 예정일을 맞아


30년 전, 1987년 12월 19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수백 명의 고등학생들이 모여서 외쳤다. “노태우를 당선시킨 기성세대 각성하라!” “군부독재 타도하여 민주교육 쟁취하자!” 노태우 당선, 군부 독재 연장에 반대하며, ‘서울지역고등학생연합(서고련)’이 명동성당에서 농성하면서 선언문을 발표했던 것이다. 1987년 6월 시민들이 쟁취한 첫 직선제 대통령 선거 무렵부터 청소년들은 민주주의를 외쳤고 선거 결과에 직접 행동으로 대응했다. 자신들은 참여할 수 없었던 대통령 선거의 반민주적인 결과에 대해 항의했고, 선거권을 가진 이들의 각성을 요청했다.

더불어, 오늘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지 않았다면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을 날이기도 하다. 서고련의 농성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오늘날, 청소년들은 다른 이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냈다. 1987년의 청소년들이 대통령 직선제를 함께 외쳤고 노태우 대통령 당선에 항의했다면, 2017년의 청소년들은 광장에서 함께 박근혜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다. 우리 역사 속에서 청소년들은 언제나 역사와 정치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나서왔다는 증거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것은 시민들의 승리였지만, 또한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반민주적 전횡을 일삼을 수 있게 했던 것 역시 우리의 현실이었다. 진정한 ‘적폐 청산’을 위해서는 ‘박근혜를 당선시켰던 기성세대의 반성’ 역시 필요하다. 먼저, 청소년은 미성숙하다는 전제로 청소년들을 배제한 가운데 이루어져 온 정치가 과연 얼마나 성숙하고 합리적이었던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민주주의를 훼손한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데는 함께했음에도 새로운 대통령을 뽑을 때는 전혀 함께하지 못했던 청소년들의 현실은 과연 온당한가. 민주주의에 필요한 마음가짐은 누군가는 미성숙하고 자신들은 충분히 성숙하다는 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불완전한 인간이며 같이 대화하며 결정해나가야 한다는 겸허함 그리고 과오를 저지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반성하고자 하는 용기일 것이다.

청소년들을 더 이상 선거와 정치의 결과를 받아들이기만 해야 하는 위치에 방치해선 안 된다. 선거권도 없고 선거운동도 정당활동도 금지당한 가운데, 민주주의의 외곽에서 선거 이후에야 목소리를 내고 ‘기성세대의 각성’을 요구하게 해선 안 된다. 30년 전 청소년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군부 독재 타도를 외쳤다면, 오늘날 청소년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학교 안에서든 밖에서든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 대우받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87년 6월을, 고등학생들의 명동성당 농성을, 그리고 바로 1년 전에 타올랐던 촛불을 잊지 않고 계승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가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위해 조속히 나서야 할 것이다.


2017년 12월 20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인권연대 추진단의 과거 발표 자료도 함께 모아서 게시하고 있습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인권연대 추진단부터 같이하고 있는 연대체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