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1991년 투쟁과 고등학생운동 30주년 ② - 열사의 문제의식을 배반하는 '성적 우수' 등의 열사 소개

20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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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투쟁과 고등학생운동 30주년 ②

- 열사의 문제의식을 배반하는 '성적 우수' 등의 열사 소개


1991년 5월 18일, 전남 보성고 운동장에서 학생회 주최로 5.18 기념 행사가 치러지던 때, 3학년 김철수 학생이 "이렇게 잘못된 교육을 계속 받을래?"라고 외치며 분신하였습니다. 김철수 열사는 "학교에서는 자기만을 위한 사회를 만들기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로보트로 만들고 있습니다. (중략) 왜 그런 로보트 교육을 받아야 합니까?"라는 말을 병상에서 유언으로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망월동 묘역 등에 있는 김철수 열사를 소개하는 말들 중에는 이런 내용이 눈에 띕니다. "생활영어 최우수상 수상", "모의고사 문과 수석", "교내 수학 경시대회, 영어 경시대회 등에서 1등"... 당시 활동했던 분들로부터 학교나 언론에서 열사의 죽음을 '성적 비관'이나 '학교 부적응'으로 호도하는 상황이 있었기에 거기 대응하기 위해 이런 내용을 알리게 됐었다는 설명을 듣기도 했습니다. 성적이 우수하고 학교생활이 모범적이었음에도 저항적 의미로 죽음을 택했다고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입니다

 김철수 열사만이 아니라 당시의 다른 청소년 열사들이나, 고등학생운동을 하다가 학교로부터 징계당하곤 했던 많은 학생들 역시 공부를 못한다거나 학교에 부적응해서 그렇다거나 하는 모욕과 공격을 많이 당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1990년, 대구 경화여고에서 폭력적 탄압을 당하다 투신한 김수경 열사는 "성적 때문에 비관 자살했노라고 왜곡되는 게 싫어 유서를 남깁니다."라고 적기도 했고, 같은 해 참교육을 외치며 죽은 심광보 열사에 대한 설명에도 '경제적 상황이 열악했지만 명문고인 충주고에 입학했다.'라는 내용이 따라오곤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맥락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까지도 참교육을 외치며 죽었던 청소년 열사들을 설명하는 데 성적 우수나 '명문고' 등의 표현이 쓰이는 것은 과연 열사의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목숨을 내놓으며 입시경쟁과 차별, 폭력에 찌든 교육을 고발한 이들의 투쟁의 의미를, 시험성적이나 '명문고 입학' 등으로 뒷받침하려고 하는 것은, 그들이 비판하려 한 문제점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열사들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진 지금에도 저런 말들이 열사의 주요 약력으로 쓰이고 있는 것은, 어쩌면 열사들이 외쳤던 교육제도의 문제점은 '민주화', '군사독재 퇴진' 등에 비하면 덜 중요하고 부차적인 것으로 의미가 축소되었고, 사람들이 충분히 귀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요? 열사를 소개하는 내용에서 성적 등을 강조하는 문구는 삭제되어야 합니다. 1991년 투쟁, 김철수 열사 30주년을 맞아, 인간적인 학교, 참교육을 바란 열사들의 정신을 어떻게 하면 현재의 운동에 이어갈 수 있을지 더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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