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논평] 딥페이크 범죄 사태, 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심해지는가
-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대한 깊이 있고 총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지난 8월, 딥페이크-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성적 합성물 범죄 실태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며 큰 충격을 주었다. 텔레그램방을 통해 주변 여성의 허위 사진, 영상을 만들어내는 일에 수많은 사람이 동참했다. 딥페이크 합성물을 스토킹, 협박 등에 이용한 범죄도 일어났다. 그러나 그간 경찰은 텔레그램 대상 수사의 어려움 등만을 핑계대며 대처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 중 초·중·고 학생이 다수(9월 30일 교육부 발표로는 초·중·고 504건 피해사례 접수)라는 이유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소년사법 이슈를 끌어들이는 등의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학생들이 교육을 받지 않아서 또는 청소년에 대한 형사처벌이 약해서 벌어진 사태인가? 우리는 이 사건을 성평등하고 인권적인 관계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실패한, 아니 그러기를 거부한 한국 사회의 붕괴 사태로 규정하며, 보다 깊이 있고 총체적인 고민과 대응을 제안한다.
문제는 구조적인 차별과 젠더폭력이다
딥페이크 범죄의 특징은 실제 사람의 사진 등을 이용해 ‘가상의 성적 이미지’를 만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사안을 가벼이 여겨도 될 이유가 전혀 아니다. ‘가상의 이미지’는 사회의 차별적·폭력적 구조 속에서 ‘실재하는 피해’로 연결된다. 여성의 성적 이미지가 곧 여성에게 수치·모욕을 주는 수단이 되는 것은 여성을 억압하며 물건 취급하는 성차별적 사회의 문제다. 또한 “지인능욕” 같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범죄 동기가 여성을 모욕하려는 데 있으며, 이러한 행위에 쉽게 동조하는 문화가 만연해있음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즉, ‘허위영상물 범죄’는 여성의 사회적 인격을 공격하는 인권 침해이자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성차별과 여성혐오, 그리고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가 낳은 커다란 사회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계 당국에서는 철저한 실태 파악과 수사를 통해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 주기 바란다. 건전한 디지털 문화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교육 방안도 강구해 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범죄행위만을 문제 삼는 이러한 인식은 반쪽짜리도 채 못 된다. 그동안 ‘소라넷’ 문제, ‘N번방’ 등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었지만,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었다. 정부의 대책도 그때 나온 내용과 별로 달라진 게 없으며 여전히 단편적이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거론하고 장관도 임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 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 및 성교육·디지털성범죄예방교육 예산을 삭감한 정부, 여성에 대한 폭력과 범죄에 관대하며 수사 의지도 처벌 의지도 약한 검경과 사법부, 페미니즘 교육과 성교육에 무관심한 교육당국은 오늘날 사태의 또 다른 원인제공자다.
학교는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인가
한편에서는 학교 교육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크다. 공교육 내 성교육의 부족 또는 부적절한 성교육은 물론 이번 사태의 배경 중 하나이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성교육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성차별과 성폭력에 우호적인 문화를 변화시켜 나가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딥페이크 범죄가 단순히 학생들이 성교육을 못 받아서, ‘이런 것은 범죄이니 해선 안 되고, 예방하려면 저런 걸 조심해야 한다’라고 가르치지 않아서 일어난 것이라고 봐선 안 된다.
성교육을 개선하고 강화하는 의의는, 우리 사회가 무엇을 중시하는지 교육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가치관을 합의해나간다는 데 있다. 성교육의 변화는 성차별적 사회 구조를 바꾸는 과정이자 그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페미니즘·성평등의 가치에 기반하여 포괄적 성교육(생물학적 정보만이 아니라, 권리와 관계, 건강, 섹슈얼리티, 문화 등 성과 관련된 모든 경험과 주제를 다루는 성교육)을 전면 도입하기 위한 논의이다. 무엇보다도 사회 전반이 성차별적·반인권적이라면 아무리 교육이 바뀐들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보다 먼저 정치와 사회를 바꾸려는 자세가 요구되는 이유다.
우리는 특히 학교가 딥페이크 범죄 등 학교구성원들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이 아님에 문제의식을 가진다. 이미 여러 학교에서 피해자의 호소를 경시한 사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례 등이 알려졌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학교 현장에서는 문제를 쉬쉬하며 이런 골치아픈 문제는 최대한 피해가려는 모습마저 나타난다. 수년 전 스쿨미투 운동이 일어났을 때도 상당수 학교가 이와 같은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스쿨미투 운동은 성폭력·성차별을 지적하는 한편, 학생이 권리와 목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학생인권법 등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바 있다.
학교야말로 가장 많은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공간으로서 공적으로 문제를 다루고 피해자를 지원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학교구성원들 사이에 건전한 공론화와 논의가 가능케 하고, 신고·상담 창구를 운영해 피해자에 대한 법적·행정적·의료적 지원을 연결해야 하며, 피해자가 문제 해결 과정에 목소리 내고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들 알다시피 현재의 학교에서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면 왜 그런지부터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N번방 사건 이후 배운 점이 없듯이, 학교 역시 스쿨미투 이후 배운 점이 없어 보인다. 학생이 자신이 겪는 문제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학교, 문제제기할 수 있는 학교, 도움이 필요한 학교구성원을 지원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근본적인 고민이 절실하다.
다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힘을
딥페이크 범죄 사태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여성이 얼마나 차별받고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지를 보여 주었다. 보편적 인권과 평등의 원칙을 대놓고 부정하고 공격한 결과가 광범위하고 충격적인 폭력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그것이 결국 사회적 신뢰와 윤리를 무너뜨림으로써 우리의 일상과 사회의 존속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까지 실감케 하였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처로 우선 가해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하고, 피해자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그저 소수 가해자들의 범죄로만, 딥페이크 기술의 문제로만,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이나 소년사법의 문제로만 다룬다면, 머지 않아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반복될 것이다. 더구나 이를 청소년들의 성적 권리 등을 억압하고 성교육 도서를 검열하는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대처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성평등을, 인권을 지향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동료시민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정부의 정책은 더 포괄적이고 총체적이어야 하며, 우리의 언어와 실천은 정책이나 제도를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청소년들 역시 주체로 함께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청소년은 사회적 문제에서 예외 지대도, 미래로 삶이 유예된 존재도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청소년들이 차별과 폭력을 더욱 극단적으로 경험하곤 한다. 문제와 맞서 싸우는 힘 역시 마찬가지다. 가령 보도 직후 딥페이크 범죄 발생 학교들을 집계한 지도가 한 청소년분의 자발적 노력으로 만들어졌고, 이는 사태가 공론화되고 해결을 촉구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청소년이 나서서 하고 있다는 것이 씁쓸하지만, 동시에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 장면이었다. 딥페이크 범죄 사태 등 반복되는 문제로 우리 사회에 불안과 좌절의 그림자가 짙다. 그래도 우리는 이에 지지 않고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연대하고 투쟁할 것이다.
2024년 10월 9일
교육공동체 나다, 교육노동자현장실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어린이책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전북청소년인권모임 마그마,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투명가방끈
[공동 논평] 딥페이크 범죄 사태, 왜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심해지는가
-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대한 깊이 있고 총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지난 8월, 딥페이크-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성적 합성물 범죄 실태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며 큰 충격을 주었다. 텔레그램방을 통해 주변 여성의 허위 사진, 영상을 만들어내는 일에 수많은 사람이 동참했다. 딥페이크 합성물을 스토킹, 협박 등에 이용한 범죄도 일어났다. 그러나 그간 경찰은 텔레그램 대상 수사의 어려움 등만을 핑계대며 대처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 중 초·중·고 학생이 다수(9월 30일 교육부 발표로는 초·중·고 504건 피해사례 접수)라는 이유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소년사법 이슈를 끌어들이는 등의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학생들이 교육을 받지 않아서 또는 청소년에 대한 형사처벌이 약해서 벌어진 사태인가? 우리는 이 사건을 성평등하고 인권적인 관계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실패한, 아니 그러기를 거부한 한국 사회의 붕괴 사태로 규정하며, 보다 깊이 있고 총체적인 고민과 대응을 제안한다.
문제는 구조적인 차별과 젠더폭력이다
딥페이크 범죄의 특징은 실제 사람의 사진 등을 이용해 ‘가상의 성적 이미지’를 만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사안을 가벼이 여겨도 될 이유가 전혀 아니다. ‘가상의 이미지’는 사회의 차별적·폭력적 구조 속에서 ‘실재하는 피해’로 연결된다. 여성의 성적 이미지가 곧 여성에게 수치·모욕을 주는 수단이 되는 것은 여성을 억압하며 물건 취급하는 성차별적 사회의 문제다. 또한 “지인능욕” 같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범죄 동기가 여성을 모욕하려는 데 있으며, 이러한 행위에 쉽게 동조하는 문화가 만연해있음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즉, ‘허위영상물 범죄’는 여성의 사회적 인격을 공격하는 인권 침해이자 젠더에 기반한 폭력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성차별과 여성혐오, 그리고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가 낳은 커다란 사회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계 당국에서는 철저한 실태 파악과 수사를 통해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아 주기 바란다. 건전한 디지털 문화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교육 방안도 강구해 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범죄행위만을 문제 삼는 이러한 인식은 반쪽짜리도 채 못 된다. 그동안 ‘소라넷’ 문제, ‘N번방’ 등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었지만,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었다. 정부의 대책도 그때 나온 내용과 별로 달라진 게 없으며 여전히 단편적이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거론하고 장관도 임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 성폭력 피해자 지원 예산 및 성교육·디지털성범죄예방교육 예산을 삭감한 정부, 여성에 대한 폭력과 범죄에 관대하며 수사 의지도 처벌 의지도 약한 검경과 사법부, 페미니즘 교육과 성교육에 무관심한 교육당국은 오늘날 사태의 또 다른 원인제공자다.
학교는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인가
한편에서는 학교 교육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크다. 공교육 내 성교육의 부족 또는 부적절한 성교육은 물론 이번 사태의 배경 중 하나이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성교육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성차별과 성폭력에 우호적인 문화를 변화시켜 나가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딥페이크 범죄가 단순히 학생들이 성교육을 못 받아서, ‘이런 것은 범죄이니 해선 안 되고, 예방하려면 저런 걸 조심해야 한다’라고 가르치지 않아서 일어난 것이라고 봐선 안 된다.
성교육을 개선하고 강화하는 의의는, 우리 사회가 무엇을 중시하는지 교육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가치관을 합의해나간다는 데 있다. 성교육의 변화는 성차별적 사회 구조를 바꾸는 과정이자 그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지금 필요한 것은 페미니즘·성평등의 가치에 기반하여 포괄적 성교육(생물학적 정보만이 아니라, 권리와 관계, 건강, 섹슈얼리티, 문화 등 성과 관련된 모든 경험과 주제를 다루는 성교육)을 전면 도입하기 위한 논의이다. 무엇보다도 사회 전반이 성차별적·반인권적이라면 아무리 교육이 바뀐들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교육과정이나 교과서보다 먼저 정치와 사회를 바꾸려는 자세가 요구되는 이유다.
우리는 특히 학교가 딥페이크 범죄 등 학교구성원들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이 아님에 문제의식을 가진다. 이미 여러 학교에서 피해자의 호소를 경시한 사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례 등이 알려졌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학교 현장에서는 문제를 쉬쉬하며 이런 골치아픈 문제는 최대한 피해가려는 모습마저 나타난다. 수년 전 스쿨미투 운동이 일어났을 때도 상당수 학교가 이와 같은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스쿨미투 운동은 성폭력·성차별을 지적하는 한편, 학생이 권리와 목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학생인권법 등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바 있다.
학교야말로 가장 많은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공간으로서 공적으로 문제를 다루고 피해자를 지원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학교구성원들 사이에 건전한 공론화와 논의가 가능케 하고, 신고·상담 창구를 운영해 피해자에 대한 법적·행정적·의료적 지원을 연결해야 하며, 피해자가 문제 해결 과정에 목소리 내고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다들 알다시피 현재의 학교에서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면 왜 그런지부터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정부가 N번방 사건 이후 배운 점이 없듯이, 학교 역시 스쿨미투 이후 배운 점이 없어 보인다. 학생이 자신이 겪는 문제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학교, 문제제기할 수 있는 학교, 도움이 필요한 학교구성원을 지원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근본적인 고민이 절실하다.
다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힘을
딥페이크 범죄 사태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여성이 얼마나 차별받고 폭력에 노출되기 쉬운지를 보여 주었다. 보편적 인권과 평등의 원칙을 대놓고 부정하고 공격한 결과가 광범위하고 충격적인 폭력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그것이 결국 사회적 신뢰와 윤리를 무너뜨림으로써 우리의 일상과 사회의 존속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까지 실감케 하였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처로 우선 가해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하고, 피해자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그저 소수 가해자들의 범죄로만, 딥페이크 기술의 문제로만,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이나 소년사법의 문제로만 다룬다면, 머지 않아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반복될 것이다. 더구나 이를 청소년들의 성적 권리 등을 억압하고 성교육 도서를 검열하는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대처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성평등을, 인권을 지향하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동료시민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정부의 정책은 더 포괄적이고 총체적이어야 하며, 우리의 언어와 실천은 정책이나 제도를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청소년들 역시 주체로 함께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청소년은 사회적 문제에서 예외 지대도, 미래로 삶이 유예된 존재도 아니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청소년들이 차별과 폭력을 더욱 극단적으로 경험하곤 한다. 문제와 맞서 싸우는 힘 역시 마찬가지다. 가령 보도 직후 딥페이크 범죄 발생 학교들을 집계한 지도가 한 청소년분의 자발적 노력으로 만들어졌고, 이는 사태가 공론화되고 해결을 촉구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청소년이 나서서 하고 있다는 것이 씁쓸하지만, 동시에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 장면이었다. 딥페이크 범죄 사태 등 반복되는 문제로 우리 사회에 불안과 좌절의 그림자가 짙다. 그래도 우리는 이에 지지 않고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연대하고 투쟁할 것이다.
2024년 10월 9일
교육공동체 나다, 교육노동자현장실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어린이책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전북청소년인권모임 마그마,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투명가방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