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음][학부모신문] 공교육에서 ‘장애라 명명된 학생’의 학대 경험은 어떻게 가려지는가

2025-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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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에서 ‘장애라 명명된 학생’의 학대 경험은 어떻게 가려지는가


2025년 5월,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서 ‘장애라 명명된 학생’(윤상원, 『누구를 위해 특수교육은 존재하는가』, 교육공동체벗, 2024 참고)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피해 학생이 피해 사실을 보호자에게 말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녹취를 근거로 정서적 학대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2심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을 근거로 증거에 문제가 있다며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이를 계기로 양육자들을 대상으로 공교육 과정에서 자식이 경험한 학대 피해와 해결 과정에서 문제를 겪었던 실태를 조사했다. 290명의 응답자 중 96.5%가 장애가 있거나 장애가 의심되는 자식의 양육자였던 이 조사에 따르면, 학대 경험의 빈도가 ‘셀 수 없이 많았다’ 37%, ‘2회 이상 5회 미만’ 35%로 높게 나타났다. 학대 유형은 정서 학대, 신체 학대, 방치 순으로 높았고, 담임 교사가 주 가해자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등 교육 현장의 심각한 현실이 드러났다.

이와 같은 문제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공교육 과정이 폐쇄적인 환경이기 쉽고 그 안에서 일어난 문제 상황들이 표면화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사회 전체적으로 장애에 대한 이해가 낮다는 점은 장애 특성에 대한 몰이해나 편견으로 장애라 명명된 이의 인권을 멸시하는 태도로 이어지기 쉽다. 학생의 개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교육 현장과 절차에서는 피해 학생 당사자가 학대 상황을 이해하고 주변에 알리거나 도움을 구하기 어렵기에 학대를 발견하거나 신고하기 어렵게 하는 배경이 된다. 학교와 교육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은 이를 방증한다.

‘장애라 명명된 학생’을 지원하는 제도가 부족한 문제도 있다. 학대 문제 관련해서는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은 지원하는 제도나 정책이 부족하기에 양육자에게 부담이 집중된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대 사건과 관련해 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없으며 해결을 위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가족끼리 견뎌야 했다거나, 경찰의 부적절한 수사와 대응 역시 문제로 꼽혔다. 교육 현장에서는 혼자서 많은 학생들을 챙겨야 하는 교사의 부담이 크고, 충분한 교육이나 지원을 할 제도가 부족하다는 점 역시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해당 문제들을 해결하고, ‘장애라 명명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장애 차별과 학대에 대한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고, 피해 학생의 증언과 증거 확보가 힘든 현실을 고려해 증거 수집과 보호 체계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 특히 공교육에서 단순히 학대 예방만을 교육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당사자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고 조력인 혹은 교사와 관계 방식을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는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 당사자가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정보와 환경을 제공하고 인식 하에 의사가 형성되는 것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형성된 의사를 적절히 밝힐 수 있도록, 본인의 의지를 생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높은 직위에 있는 이의 지시를 듣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지원만 이루어지면 자신의 목소리는 억압되기 쉽다. 공교육 과정에서 ‘장애라 명명된 학생’에 대한 학대 사안에 더는 ‘훈육’이나 ‘교권’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도록, 교육환경을 인권적으로, 관계를 평등하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 빈둥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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