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제안] 제도권 정치로부터 사회운동의 독자성을 강화하기 위한 원칙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기를 제안합니다

202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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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은 사회운동과 정당정치의 관계를 돌아보고 더 나은 협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이에 관한 고민과 논의를 더 활성화하고자 2025년부터 여러 차례 토론하는 자리를 꾸려 왔습니다. 그동안의 토론을 바탕으로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음과 같은 약속을 제안하며, 이후에도 고민을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함께 읽어주시고,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제도권 정치로부터 사회운동의 독자성을 강화하기 위한 원칙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기를 제안합니다


사회운동은 다양하고 고유한 가치와 원칙을 가지고 있으며, ‘제도권 정치’와는 다른 차원에서, 비제도적이고 보다 수평적인 삶의 정치를 만들어 가는 주체입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사회운동은 특정 정당과 정치 진영에 종속되어 있는 것처럼 오해받기도 하고, 사회운동 활동가가 ‘정치인 워너비’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이런 편견은 분명 부당한 것이지만, 또한 그런 인식이 강화되어 온 배경에는 1990년대 민주당의 ‘젊은 피 수혈론’ 이래 반복되어 온, 사회운동을 참신한 인재 풀(pool)이나 하위 파트너처럼 대하는 정당들, 사회운동을 경력 삼아 선거에 출마하거나 고위공직으로 직행한 일부 개인의 사례, 정당에 예속되고 선거에 동원되는 일부 단체들, 제도권 정치에서의 정치권력 확보만이 변화의 길이라는 잘못된 관점 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단체 내부의 원칙과 약속을 마련하는 한편, 운동 사회에서 이에 관한 고민과 논의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2025년부터 여러 차례 토론하는 자리를 꾸려 왔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번 큰 선거를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 역시,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사회운동의 고유한 가치와 원칙을 강화하며, 사회운동의 독자적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그리고 더 바람직한 사회운동의 정치를 만들어 가기 위해 공동의 원칙과 약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운동은 제도권 정치의 ‘응원단’도, 정치인의 ‘준비단계’도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하며 운동의 독자성을 지키고 우리의 정치를 해나갈 수 있도록 우리는 다음과 같은 약속을 제안합니다.

이 약속의 주 목적은 사회운동이 특정 정당 등 정치세력에 종속되지 않고, 여타의 이해관계가 아닌 운동의 원칙과 필요에 의해서만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원칙을 밝히는 것입니다. 또한 사회운동 주체의 제도 정치 및 공직 진출은 운동의 필요성에 의해 조직적 결단과 결합이 있을 때만 의미가 있으며, 그러지 못한 대표자 개인의 정치 및 공직 진출은 운동에 악영향을 끼치는 잘못된 행위임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인적 이동의 문제만이 아니라 넓게는 공약과 지지(표)를 주고받는 거래와 같은 관계에 한계가 크다는 점을 확인하고, 상호책임과 가치의 공유를 통해 정당 등의 정치세력과 더 나은 신뢰관계와 연대를 만들어 가자는 고민을 담았습니다.



① 우리는 스스로 세운 지향과 목표를 바탕으로 주체적으로 활동하며, 특정 정치세력에 종속되지 않고 우리의 정치를 만들어 간다. 우리는 운동의 원칙과 필요에 따라 모든 정치세력을 책임 있게 평가하고 의견을 제시한다.

② 우리는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운동의 원칙과 필요에 근거해 민주적이고 정당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결정한다. 친분이나 자리, 돈 등의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으며, 공동의 목표와 가치를 중심에 두고 판단한다.

③ 우리의 운동을 대표하는 활동가의 제도 정치 참여는 운동의 전망과 필요를 반영한 조직적 연대와 책임 속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사회운동단체의 대표자와 주요 활동가의 선거후보 출마, 고위공직·공공기관장 취임 등은 개인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 운동 동료들과의 소통 및 논의를 바탕으로 소속 단체의 결정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④ 사회운동단체의 대표자 등이 조직적 결정 없이 정당정치/고위공직을 하고자 할 경우, 이는 운동과 무관한 개인적 삶의 진로 변경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대표자 등이 새로운 진로를 추구하고자 할 때는, 그것이 운동 및 단체가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최소 수개월 이상) 이전에 책임 있게 운동에서의 역할을 정리한 후에, 개인적으로 정치적 진로를 모색하여야 한다.

⑤ 우리는 사회운동과 정치세력이 함께 지향하는 가치와 전망을 바탕으로 신뢰와 존중 속에서 협력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선거 시기의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응답을 넘어, 보다 장기적인 연대와 협력을 통해 정당·후보 등에 대한 지지를 결정한다.

⑥ 우리는 운동의 성과와 자원이 특정 정치세력에게 전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특히 사회운동단체의 개인정보와 자원은 개인의 정치적 이익에 부적절하게 사용되어선 안 되며, 구성원 모두의 신뢰를 바탕으로 책임 있게 보호되어야 한다.

⑦ 우리는 교육감 선거와 같이 사회운동이 후보 선정 및 선거 과정에 불가피하게 참여해야 하는 경우에도 운동의 가치와 원칙을 기억하고 지킨다. 우리는 선거 이후에도 후보자 및 정치세력에 대한 건강한 비판을 망설이지 않으며, 운동의 원칙과 독자성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이상과 같은 약속은 어디까지나 지음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담은 제안이며, 각 단체의 상황과 고유한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되거나 강화/완화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약속을 제안하는 이유는 운동 사회 안에서 이러한 원칙과 구체적인 준칙에 대해 공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절박한 문제의식 때문이며, 이 문제가 더 많이 논의되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나쁜 상황은 아무런 원칙 없이, 정치권력에 흔들리고, 개개인의 상처나 고민으로만 남겨지는 것일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사회운동과 연대하는 정당들, 이미 권력과 자원을 가진 정치세력들의 적극적인 변화를 바랍니다. 사회운동이 더 나은 사회, 더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 더 민주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없어선 안 될 존재라면, 이러한 사회운동을 존중할 최소한의 책임이 정치세력들에게도 요구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사회운동과 연대하여 새로운 정치와 사회를 만들어 가려는 정치세력이라면 더욱더 이러한 원칙과 방식을 공유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고민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이 제안은 우리 자신에게 하는 다짐이며, 우리가 가진 고민을 이 사회의 사람들에게 밝히는 과정이자, 이 운동을 함께하는 동료 활동가들에게 전하는 호소이기도 합니다. 더 많은 고민과 토론을 바라며, 이후에 이 논의를 함께할 단체 및 활동가들의 응답을 기다립니다.



2026년 5월 29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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