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음][학부모신문] 선거가 놓치고 있는 청소년 시민

2026-06-08
조회수 121

선거가 놓치고 있는 청소년 시민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후보자들의 교육과 복지, 지역 발전 공약이 쏟아졌다. 교육을 위한 정책은 끊임없이 제시되지만 학생의 목소리는 담겨 있지 않았다. 돌봄과 복지를 강조하지만 청소년이 마주하는 현실은 정책의 언어 속에서 쉽게 지워진다. 청소년은 관리 대상으로만 여겨고 있으며, 시민으로서 갖는 권리는 정책의 중심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5일 열린 ‘청소년인권을 위한 지방선거 정책 요구 기자회견’(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등 주최)은 이 문제를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학생인권과 복지, 주거, 이동, 건강, 성소수자와 이주배경 청소년의 권리 등 다양한 의제를 이야기했는데, 공통된 요구는 분명했다. 청소년을 통제와 보호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이자 시민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정책의 부족이 아니라 청소년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은 미성숙한 존재라고 전제하고, 학교는 그 전제가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공간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년 활동가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장 자주 듣는 말로 “안 된다”, “어렵다”를 꼽았다. 학생들은 학교의 중요한 구성원이지만, 생활지도라는 이름 아래 규칙과 통제가 우선되고, 참여하고 결정할 기회는 제한된다. 학교가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공간이라면 학생 역시 학교를 함께 운영하고 규칙도 함께 만들어가는 구성원이어야 한다. 학생인권법과 인권친화적 학교를 위한 정책이 꾸준히 요구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문제는 학교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청소년은 지역 사회에서 이동하고, 치료받고, 쉬며 살아간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들은 경제적 이유로 이동의 제약을 경험하고, 의료비 부담 때문에 필요한 치료를 망설이기도 한다. 가정폭력이나 갈등으로 집을 떠난 청소년들은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이처럼 이동, 의료, 주거의 문제는 삶의 조건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이동권과 건강권, 주거권은 나이에 상관없이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이다.


이러한 권리가 모든 청소년에게 고르게 적용되려면 여러 소수자성을 고려해야 한다. 모든 청소년이 같은 조건에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성소수자 청소년은 차별과 혐오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상담을 제대로 받기도 어렵다. 이주배경 청소년은 언어 장벽을 이유로 학교가 입학을 거절하거나 한국어 능력이 충분한 학생을 전제로 설계된 교육 시스템에서 학습권을 배제당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발달장애 학생들 역시 분리와 소외를 경험하며 동등한 교육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정책은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인 청소년의 권리까지 함께 보장할 때 완성될 수 있다.


우리가 제기한 요구들은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역할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학생인권 정책과 학교 운영의 방향은 교육감의 결정에 영향을 받으며, 청소년 이동 지원과 주거·복지 정책 역시 지방정부의 책임 영역이다. 지방선거는 청소년의 삶의 조건과 권리 보장 수준을 결정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지방선거는 이러한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인권교육을 실질화하고, 학생 참여권 및 이동권·건강권·주거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청소년이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지역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청소년을 보호와 통제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할 때 지역 민주주의도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빈둥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7bcff45553c84.jp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