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공동의견서] 실효성도, 정당성도 없는 촉법소년 연령하향 반대한다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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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소년법 등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한 공동의견서를 발표했습니다. 지음에서는 난다 활동가가 참여하여 현 정부의 소년 범죄 대책의 문제점을 규탄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발언문과 공동의견서, 그리고 지음이 제출한 의견서를 공유합니다. 지음은 형사 미성년 연령 및 촉법소년 연령 기준의 하향 조정 등 청소년에 대한 처벌 확대를 지향하는 법률 개정 내용에 반대하며, 우범소년 제도의 폐지 등 국제인권기준을 고려한 법률 개정 추진을 요구합니다. 




발언문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난다 상임활동가

윤석열 정부에서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낮추겠다고, 그러니까 형사 처벌이 가능한 연령을 확대하겠다고 결국 입법예고를 했습니다. 사실 그리 놀랍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이 정책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선거 때부터 반복해 온 혐오를 선동하는 정치, 최근의 여성가족부 폐지나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 내용 삭제 등의 정치와 같은 차원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몇 년 전부터 불거지는 촉법소년 논란이라는 것의 내용은 결국 ‘어린애들’, 청소년들이 처벌을 안 받는다는 것을 악용하여 마음대로 행동한다,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정확한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만 14세 미만이 아닌 청소년이 가해자인 사건에 대해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또 14세 미만인 청소년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을 뿐 소년원에도 감금될 수 있고 여러 조치를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사람은 오로지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습니다. 범죄의 원인은 사회 환경, 가족 상황이나 인간관계 상황, 경제적 이유 등 다양합니다. 따라서 사실과도 다른 촉법소년 관련 이야기가 확산되면서 형사 처벌 연령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어린이·청소년들을 악마화하고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기분이 좋아지고 싶은 것, 즉 사회적인 혐오의 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형사 처벌이 가능한 연령을 1세 더 확대한다고 해서 범죄를 예방하거나 재범을 막는 데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없습니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믿을 만한 근거 없이, 단지 그런 목소리가 높다는 이유로 처벌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렇게 ‘자유’를 틈만 나면 강조하지만, 아동의 자유박탈 조치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지적은 제대로 알지 못하나 봅니다.

법무부가 발표한 자료에서는 ‘13세로 낮춘다고 해도 적용되는 경우는 매우 적을 것이고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형사 처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이 말 자체가 형사 처벌 대상 연령을 확대한다고 해도 체감되는, 실질적인 변화는 없을 거고, 지지율 얻으려고 혐오에 편승하려는 거라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됩니다. 법무부가 아무리 저렇게 말하더라도, 결국 정책이 도입되고 몇 년 시행되다 보면 더 많은 청소년이 형사 처벌을 받게 되고 그것이 재범이 더 높아지거나 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돈을 내고 비싼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청소년들만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기존에 있던 소년사법제도 역시 많은 문제가 있었고, 법에 명시된 시설이나 인력도 제대로 확보되어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범죄에 연관되거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형법에 저촉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도 못했습니다. 있는 법과 정책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었으면서, 무슨 근거로 처벌부터 강화하고 보자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청소년을 비롯해서 소수자들을 공격함으로써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려고 하는 이 모습이야말로 너무나 걱정스러운 현상입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우리의 주장을 귀담아듣고 법개정안을 철회하기를 바랍니다.


<사진출처: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실효성도, 정당성도 없는 촉법소년 연령하향 반대한다 

- 국회ㆍ시민사회ㆍ학계 공동요구안 – 


법무부는 2022. 10. 26. 발표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에 기초하여, 형사미성년자 연령(촉법소년 연령 상한) 하향 및 소년범죄의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소년법」, 「형법」,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국회와 시민사회는 이와 같은 정부 대책이 아무런 실효성도, 정당성도 없음을 지적하며, 소년사법의 목적에 맞는 국가의 제대로 된 의무이행을 촉구한다.


첫째, 촉법소년 범죄 증가와 소년범죄 흉포화에 대한 근거가 왜곡되었다.

현재의 경찰, 검찰, 법원행정처 통계는 촉법소년의 전체 규모와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자료다. 경찰청, 검찰청은 2017년까지 촉법소년 일부 통계만 집계하는 등 일관성 없이 운영되었으며, 법원행정처의 경찰서장 송치사건도 촉법소년 외에 우범소년이 포함된 통계이고, 보호처분이 결정된 대상자의 연령별 현황만 알 수 있다. 오히려 한국형사ㆍ법무정책연구원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범죄소년은 물론 촉법소년도 결과적으로 감소하였으며, 2012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고되고 있다. 촉법소년에 의한 강력범죄도 그 건수가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하기에 어렵다고 지적된다.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은 정확한 통계와 실태분석에 따른 정책적 숙고 없이, 부정적 여론에 편승한 포퓰리즘 정책일 뿐이다.


둘째, 법무부가 발표한 소년범죄 종합대책과 개정안은 아동ㆍ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하며, 소년에 대한 차별적인 낙인을 강화한다.

우선 우범소년 규정은 시급하게 삭제되어야 한다. 성인과 달리 죄를 범할 우려만으로 아동ㆍ청소년에게 사법적 처분을 부과할 수 있는 우범규정은 헌법이 천명한 평등원칙에 반하여,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명확성 원칙,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형해화시키는 문제도 있다. 각각의 개정안 모두 어른의 시각에 편승해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낙인을 정당화하며, 근본적인 문제인식을 회피한 채 손쉬운 대안만 제시하는 문제를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 보호를 명목으로 소년보호사건 전반에 검사의 개입을 강화하는 방안은 소년사법의 이념을 무시한 채 처벌강화 취지를 교묘하게 감추는 수단이다. 소년심판은 소년에 대한 후견적 입장에서 소년의 회복과 재사회화를 위한 보호처분을 결정하는 심문절차이며, 검사는 이미 수사를 통해 소년보호를 위한 공적인 권한과 책임을 분담하고 있다. 소년의 교육권 보장을 명목으로 19세 미만 수용자를 일반 교도소에 수용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개정안은 현행보다 퇴보하는, 임시방편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소년원 송치처분에 장기 보호관찰을 병합하고, 아동복지시설과 청소년 전문 치료시설로 보낼 수 있게 하는 부가처분을 신설하겠다는 규정은 자유박탈의 처분이 부당하게 남용될 우려가 크며, 현행 사법행정의 실패를 아동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과 다름없다. 


셋째, 소년범죄에 대한 정확한 통계구축과 소년사법 제도의 열악한 인프라를 개선하려는 노력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이 저지른 범죄의 숫자와 성격, 미결구금의 사용 및 평균 기간, 사법절차 이외의 조치에 따른 아동수, 유죄판결을 받은 아동수, 그들에게 부여된 제재의 성격과 자유를 박탈당한 아동수 등과 같은 세분화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할 것을 촉구하였다. 소년범죄와 관련된 현황과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며, 소년사법 제도의 경험이 소년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되지 않도록 지역사회에 기반한 복지ㆍ지원체계와 연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강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소년범죄 대책은 열악하고 취약한 현재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신체의 자유 박탈이 당연시되고 의무교육은 물론 프라이버시와 각종 기본권 보장이 도외시되는 구조, 관련 종사자의 전문성과 역량도 확보되기 어려운 현행의 소년사법 제도가 ‘처벌강화’를 말하는 여론의 밑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소년 또한 범죄에 연루되지 않고 안전할 권리를 침해당한 시민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소년 범죄를 처벌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소년 범죄가 일어나는 원인과 구조를 살피고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는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 아동권리협약에 대한 유권해석으로 국제적 권위가 인정되는 견해이며 대한민국 역시 이를 준수할 의무를 가진다. 권고 위배에 따른 명시적 법적 책임이 없으므로 국제인권기준의 권고를 따를 필요가 없다는 논거는 국제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평화와 인권증진을 위한 국제협력 의무를 분담하는 대한민국의 책임 방기와 다름없다. 소년범죄 대책은 아동ㆍ청소년의 권리에 기반하여 이들의 삶을 지지하고 지탱하는 국가의 의무이행으로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종합대책은 처벌 강화라는 효과 없는 수단으로 청소년을 혐오하는 여론을 만족시키기 위한 조악하고 부끄러운 문서일 뿐이다.


1. 실효성도, 정당성도 없는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철회하라!

2. 소년범죄의 실질적인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인프라부터 확충하라!

3. 증거에 기반한 형사정책에 기초하여, 아동 최상의 이익 원칙을 실현하라!



2022년 12월 13일

- 소년법 등 개정 입법예고안 철회요구 의견서 공동발표 기자회견 –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 국회의원 권인숙, 국회의원 용혜인, 국회의원 윤미향, 미래를 여는 청소년학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사단법인 두루, 어린이책시민연대,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한국아동복지학회, 한국청소년복지학회, 한국학교사회복지학회





소년법 및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의견서


● 법무부의 소년법 개정안은 형법 개정법률안,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과 더불어, 형사 미성년자 연령 기준을 기존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하향함으로써 ‘촉법소년’ 연령 상한 기준을 낮추고 형사 처벌 가능성을 확대하는 것 등이 핵심으로 보입니다.


● 본 개정안은 결국 만 13세 청소년이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을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형사 처벌 가능성을 확대하는 것이 범죄를 예방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 충분히 연구되거나 입증된 바는 없습니다. 따라서 본 개정안은 비합리적인 사회적 편견에 근거한 정책 추진이라고 생각합니다.


● 개정안은 소년보호재판에서 검사의 의견 진술 절차를 도입하는 등 검사의 개입을 확대하고 있는데, 검사는 어린이·청소년에 관한 전문성을 가졌다고 볼 수 없고 형사 처벌을 위한 수사와 기소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처벌적 조치의 확대를 초래할 우려가 큽니다.


● 우범소년 제도에 대하여 제5호부터 제10호까지의 보호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단서 조항을 추가하는 것은 이전보다는 개선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범소년 제도가 실질적으로 사법 조치를 받을 만한 잘못을 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도 사법적 처벌을 부과하는 부당한 제도라는 점에서, 처분의 종류를 제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범소년 제도를 폐지하여야 합니다.


●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형사 처벌 연령을 만 14세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해왔고,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서도 2019년 직접적으로 형사 미성년 연령 기준을 더 낮추지 말 것을 권고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형사 미성년 연령 기준의 하향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을 표했습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우범소년 제도의 폐지 역시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인권기구와 국가인권기구의 권고에 대하여 단지 ‘준수할 의무가 없다’고 무시하는 법무부의 태도는 대단히 부적절합니다. 국제인권기준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정책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합니다.


● 특히 우리는 이번 법률 개정이 비과학적, 비합리적 근거에 의해 사회적 소수자에게 적대적인 정책이 시행될 수 있다는 선례로 남을 것을 우려합니다. 정부는 이를 단지 형사 처벌 대상 연령을 1살 확대하는 것으로 이해해선 안 되며, 청소년에 대한 혐오와 소수자에 대한 적대라는 사회적 현상의 연장선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국민의 소년법, 촉법소년 등에 관한 오해를 해소해야 할 것입니다.


● 이상의 이유로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은 ▲ 형사 미성년 연령 및 촉법소년 연령 기준의 하향 조정 등 청소년에 대한 처벌 확대를 지향하는 법률 개정 내용에 반대하며, ▲ 우범소년 제도의 폐지 등 국제인권기준을 고려한 법률 개정 추진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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