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후기]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돌봄전시회가 남긴 이야기들 & <청소년x돌봄 선언문>

2025-11-28
조회수 583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돌봄'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렸어요! 🌿 

이 전시회는 지음도 함께 참여한 '돌봄워크숍: 난잡하게 크로스' 워크숍 결과물 등을 바탕으로 우리사회에서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다양한 이들이 모여 우리가 나누고 있는 돌봄을 드러내고, 혈연가족을 넘어서는 다양한 돌봄관계를 고민하며 기획되었습니다.


1b60997d6da64.jpg

6dedf59d54dcd.jpg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은 공동주최 단체로 기획단에 결합해서, 전시회장에 필요한 물품들을 설치도 하고, 오프닝 파티, 도슨트(전시 공간 해설)활동에 조금씩 참여했습니다. 돌봄 감각 체험존, 돌봄 관계망 그리기, 돌봄에 'OOO은 필요없다' 전시, 돌봄을 다시 정의하는 돌봄위키,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휴식 존, 청소년x돌봄 선언문, 퀴어x돌봄 선언문, 반빈곤x돌봄 선언문, 몸x돌봄 선언문(우리의 돌봄은 이전과 다른 삶을 위한 혁명이 될 것이다)를 전시한 공간으로 꾸려졌어요. 

그중에서도 10월 28일에 열린 <돌봄 네트워킹 파티: 돌봄은 둠칫둠칫>에서 나눈 이야기를 중심으로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지음의 난다 활동가가 <난잡한 돌봄 토크쇼> 패널로 함께했어요! 


929372ec44af8.jpg


토크쇼는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돌봄을 주고받고 있는 이들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난다는 청소년인권운동의 활동가이자 청소년 시기에 탈학교를 하고, 대학에 가지 않은 비진학자이기도 한데요, 제도 바깥에서 활동하는 동료들,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모여 삶을 공유했던 공동주거 경험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또 '돌봄'을 어떻게 정의하고 경험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청소년을 사랑하고 보호(돌봄)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만 이런 말만큼 그 사랑과 돌봄이 어때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없기도 합니다. 어린이·청소년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주체가 되기보다는 ‘돌봄 대상’으로서 해주는/시키는 대로 보살핌과 관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도 많지요. 그렇다보니 ‘좋은 돌봄’에 대한 경험보다는 어긋난 돌봄을 더 많이 겪어왔고, 이런 맥락에서 청소년인권운동에서는 그동안 ‘돌봄’이라는 말을 일부러 잘 안 쓰기도 했는데요. 어쩌면 이런 모습도 우리 현장에서의 ‘돌봄 혐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이어서 활동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같이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일을 하면서, 당연하게도 모든 활동에는 돌봄이 있었지만, 잘 보이지 않고, 종종 ‘뒤치다꺼리’처럼 느껴지거나 사람들이 잘 안 하고 싶어하기도 하고,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할 때도 있다는 경험들을 떠올리며, 돌아보니 지금까지 우리의 활동과 삶 전체가 돌봄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 지금 운동 안에서도 언어를 만들고 찾아가는 중이라는 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이런 돌봄들을 각자 알아서 하게끔 내버려두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를 인식하고 재발견하고 고민하는 중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돌봄이 세상을 바꾸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질문에 대해서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답했어요. 말그대로 돌아볼 수 있고 살필 수 있는 시간이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각자도생 사회,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쓸모없는/능력 없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시달리는 사회에서 더욱 타자와 함께할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활동하며 '그런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며, 지금 우리가 하는 활동들도 세상의 기준에서는 현실적이지 않거나 쓸모없는 일로 취급되지만, '쓸데없는 일'을 더욱 보살필 시간과 경험을 토대로, ‘성숙하다고 인정되는 사람들만이 권리를 누리고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는 세상의 기준을 바꿔나가자, 모든 사람이 인생의 모든 시기에서 존엄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말을 강조했습니다. 


(✨ 이 이야기는 전시장 공간 중 <청소년x돌봄 선언문>에 담긴 내용과도 닿아 있어요. <선언문> 내용도 아래에 덧붙입니다!)


f1e475c529f30.jpg

d8e4de439cdfb.jpg

f6a45395bfba0.jpg

19d6ab416572a.jpg

d334f92dbd411.jpg

23aa2c22d1189.jpg

6b24ea6f7eaa0.jpg

(사진 : 이서연) 


이렇게 전시장에 모인 많은 분들과 우리가 생각하는 돌봄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고 공연도 함께 즐겼습니다. 기획단에 함께한 상임활동가 빈둥, 난다 그리고 채움활동가로 함께하고 있는 애붕 님도 참여해 더욱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다음에 어떤 말들로 이어질까요? 

앞으로도 이어질 지음 활동에서 무언가를 함께 채워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청소년x돌봄 선언문> 


청소년은 살아남으려면 돌보면 안 된다. 

앞만 보고 달려야 된다. 서로를 착취하게 된다. 

사회는 청소년을 돌본다고 하지만 

친권자에게 모든 권한과 책임을 떠넘길 뿐이다. 

친권자 양육자도 고립될 뿐이다. 

공공에서 경험하는 돌봄은 학교 시설•돌봄서비스에 수납당하는 경험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선언한다. 

청소년은 당연한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

청소년은 기꺼이 남을 돌볼 역량이 있다.


우리는 시간주권을 포기할 정도로 돌볼 권리가 박탈된

작금의 현실에 저항한다.

돌봄을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을 재생산하도록 교육하는 사회에 저항한다.

돌봄받을 ‘자격’에 저항한다.

성소수자라서, 순종적이지 않아서, OO 다움이 없어서

돌봄을 박탈 당해도 된다는 것은 없다.


우리는 원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기꺼이 돌봄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원과 시공간을 원한다.

청소년이 그러한 조건을 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원한다. 

돌봄관계를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쌓이는 역량을 갖기를 원한다. 


우리는 모두 미성숙하다. 

모두의 미성숙을 전제하며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사회를

지금 우리가 만들 것이다.


✨이 선언문은 한국여성민우회가 다양한 영역의 시민단체들과 함께 돌봄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나누기 위해 진행한 '돌봄워크숍: 난잡하게 크로스' 워크숍에서 작성되었습니다. 워크숍에는 인권교육센터 들/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가 함께했으며, "우리의 취약함이 기어코," 돌봄전시회에 전시되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