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음][뚝딱 지음 74호] '교육하다/받다'라는 말 대신

2025-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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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공현의 투덜리즘

- '교육하다/받다'란 말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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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활동했던 청소년인권단체에서 게시했다가, 다른 극우단체에 의해 여러 차례 거론된 사진이 있습니다. 국물 요리와 식빵 등을 그린 그림 위에 “가출할 권리”, “섹스할 권리”, “수업을 듣지 않을 권리”라는 글귀가 적힌 사진이었는데요. 그걸 두고서 ‘청소년인권단체가 저런 권리들을 가르친다’라고 욕을 먹었던 것이지요. 심지어 어느 단체는 ‘전교조가 아이들에게 이런 권리의식을 가르친다’라며 비판 성명도 냈더라고요. 전교조랑은 아무 상관 없는 단체 내부 인권교육 자리였는데 말입니다. 이 해프닝을 겪으며 해당 권리들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저는 우리 사회에서 ‘교육’을 무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면 그 인권교육은 ‘그런 권리를 가르치는’ 자리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입니다.
공격의 빌미가 된 그 사진은 ‘인권 밥상’이라는 인권교육 프로그램 중에 찍은 것이었습니다. ‘인권 밥상’은, 여러 어레인지가 있을 수 있으나, 골자만 소개하자면 ‘인권의 밥상을 차린다면 어떤 권리가 올라올 수 있을까’, ‘어떤 것이 보다 기본적으로 먼저 보장받아야 할 인권일까’ 같은 주제로 토론을 하는 방식입니다. 참여자들이 음식 그림과 함께 다양한 권리들을 쓰고, 모둠에서 또는 전체가 함께 토론합니다. 어떤 권리가 인권 밥상에 꼭 올라야 할지, 어떤 권리를 주식(主食)으로 할지, 어떤 건 특별 메뉴로 추가하고 싶은지……. 이렇게 토론을 통해 어떤 권리가 인권이라고 인정받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거나 다듬어볼 수는 없을지, 우리의 인권에 대한 인식은 어떠한지 등을 생각해 보게 되고 이해를 깊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즉, 강사가 “가출할 권리” 같은 권리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이 적은 다양한 권리들을 놓고 이건 인권일지, 아닐지 등 여러 의견을 나누는 장면이었던 것입니다.
아마 그 극우단체분들은 항상 교사/강사가 뭐가 옳다, 이대로 해라 하고 설교하는 교육만 많이 경험해봐서 이런 방식은 전혀 상상을 못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그분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교육을 곧잘 일방적인 과정으로, 교수자(강사, 교사 등)가 학습자에게 전달하고 주입하는 것으로 그립니다. 이미 언어 자체에도 그런 인식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가르치는 것을 “교육하다”라고 부르고, 배우는 것을 “교육받다”라고 부르잖아요. 가르치는 사람이 교육의 주체이고, 배우는 사람은 교육의 대상으로서 그것을 그저 ‘받는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인권교육은 이런 전제에 비판적이기에, ‘교육 참여자’라는 말을 의식적으로 더 많이 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교육의 방식도 참여자들의 경험과 감각을 드러내고 언어화하고, 의견을 나누는 등의 방법으로 준비할 때가 많습니다.
꼭 인권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에서 가져야 하는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교육하다/받다”라는 말 대신 “교육에 참여하다”, “교육에 함께하다” 같은 표현을 더 많이 쓰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교육하다”라는 말이 가르치는 입장과 배우는 입장을 모두 아울러서 쓰이는 의미로 변화하면 좋겠습니다만, 단어의 뜻이 빠르게 바뀌지는 않겠지요. 교육이라는 작용이 교수자와 학습자가 모두 주체로서 협력하고 참여해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인식이 더 단단히 뿌리내리기를 꿈꿉니다.

🔸 '공현의 투덜리즘'은 예전에 공현이 함께 만들었던 〈오답 승리의 희망〉의 간판 코너명이었는데요. 오승희를 기리는 마음으로 제목을 지었습니다.
🔸 사진 설명 : 인권교육 프로그램인 '인권 밥상' 사진. 이 프로그램은 이런 권리들이 인권일지 아닐지 등을 토론하는 방식인데, 극우단체에서 이 사진을 가지고 여러 차례 공격거리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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