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모금 캠페인
청소년인권의 [길]을 짓다
- ‘알록달록한 지음’을 꿈꾸는 상임활동가 난다 님의 이야기
(* 아래 인터뷰 전문에는 상임활동가 난다와 빈둥의 이야기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빈둥 버전의 카드뉴스는 곧 업로드 예정이에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다니는 학교 공동체에게 지음과 상임활동가 두 분을 소개한다는 느낌으로 질문을 구성해봤어요. 제가 자료집이랑 책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 위주로 준비를 해봤습니다.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빈둥 : 저는 지음의 상임활동가 빈둥이에요. 빈둥대고 싶어서 빈둥이라는 활동명을 지었고요. 청소년인권운동은 2010년부터 시작했고, 지음에서는 ‘채움활동가’로 있다가 2023년부터 상임활동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난다 : 저도 지음에서 같이 상임활동가로 함께하고 있는 난다입니다. 저는 지음 출범 준비를 하던 2018년부터 함께했고, 이후 2020년에 공식 출범을 하면서부터 상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다음은 지음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빈둥 : 지음은 ‘좋은 어른이 많은 세상보다 나쁜 어른을 만나도 두렵지 않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활동하는 청소년인권운동 단체이고요. 청소년인권과 관련한 말이나 글을 짓기도 하고, 청소년인권교육도 진행을 하고 있어요. 우리 사회에서 쉽게 지나쳐 온 청소년인권 관련한 문제들 있잖아요. 예를 들어 체벌이 폭력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있기도 하지만 작은 문제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언론이나 뉴스에서는 얘기되는 건 정도가 심한 체벌과 관련해서 교사 개인의 일탈이라고 해석을 한다거나 학생이 뭐가 문제가 있어서 교사가 그랬을 것이다, 라고 인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체벌을 국가와 사회가 허용하는 환경을 만들어 왔다는 것, 거기에 국가 책임도 있다고 저희가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 것들처럼 우리가 쉽게 놓쳐온 부분들, 어린 사람을 쉽게 하대하는 문화라든지 그런 걸 바꿔 나가려고 사회운동을 계속하는 단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난다 : 지음의 주요한 특징 중에 하나로 ‘활동가 단체’라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운동, 청소년인권운동 이런 활동들이 한 측면에서는 청소년들이 하는 여러가지 참여 활동이거나 아니면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제공하려고 하는 활동, 교육일 수도 있고, 보호 활동 이런 것들도 청소년운동이라고 많이 일컬어져 왔어요. 지음의 특징이자 다른 점은 사회운동, 인권운동을 하는 단체로서 청소년인권이라고 하는 의제를 집중해서 다루고요. 또 지음에 모인 청소년인권 활동가들은 대부분 10대 때부터 이 활동을 시작했는데, 보통은 우리 사회에서 이런 활동은 청소년 때만 하는 거고, 나이 들면 또 다른 진로를 찾아가야지, 청소년 시기는 그냥 통과해서 지나가는, 누구나 거쳐가는 시기라고 하는 것 때문에 이런 청소년인권을 얘기하는 운동이 꾸준히 이어지기 어려운 환경이었어요. 그런 맥락에서 이 운동을 꾸준히 계속하고 이야기하는 지속적인 활동 단체가 필요하다. 이런 고민과 문제의식이 지음을 만들려고 준비할 때 크게 있었어요.
상임활동가는 무엇이고 지음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난다 : 보통 상근자, 상근 활동가, 상임 활동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어쨌든 상시적으로 여기에(사무 공간) 있는 사람. 이 활동을 자신의 주된 일로 삼고서 일하는 사람이고요. 활동가이면서 지음에서 활동비를 어느 정도 보장받으며 일을 하는 활동가입니다. 주로 하는 일은 단체 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실무들을 하고요. 자세하게 예를 들자면, 회원들이 새로 가입했다, 그러면 그 정보를 보고 연락드리기도 하고요. 또 회계. 단체의 돈, 살림살이를 주로 챙기기도 하고요. 또 저희를 찾는 연락이 오면 연락을 주고받고. 또 저희가 활동을 만들어 가기 위해 진행하는 회의 구조가 있는데, 그런 회의 준비도 더 많이 하기도 하면서, 상시적으로 좀 더 챙기는 일들을 합니다.
빈둥 : 그리고 저희가 연대체 활동들도 꽤 많은데요. 예를 들면은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 전국 행동>이라고 줄여서 <청시행>이라고 부르는데, 거기에도 저희가 소속돼서 활동이나 회의 참여 등을 같이 하고 있고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인권운동더하기> 등 연대체에서도 함께 활동을 하고 있어요. 상임활동가 말고 책임활동가 분들이 담당으로 들어가 있기도 한데요, 회의를 챙기거나 안건지 등을 작성할 때 공유 역할이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도록 같이 챙기기도 해요. 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는 활동도 있는데 잘 작성해서 보낼 수 있도록 담당자들을 같이 잘 챙긴다든지 이런 업무를 주로 맡고 있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할 일이 정말 많으신 것 같아요. 그럼에도 그냥 다른 활동가로서 참여하지 않고 상임활동가를 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난다 : 그러게요. 아마 각각 조금씩 장단점이 있을 텐데요. 저는 지금 사실 되게 만족하는 편이에요. 예전에 제가 다른 곳에서 활동가로서의 삶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가 생각이 나기도 하네요. 10점 만점에 몇 점 주겠냐고 해서 제가 9점이라고 답했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큰 장점은, 어쨌든 내가 생각하는 나름의 신념이라고 해야 될까요? 아무튼 생각하는 것을 최대한 지향하면서 살 수 있고, 자율적인 면이 있어서 그런게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활동을 하면서 생계는 따로 했어야 했어요. 그렇게 계속 하다 보니 좀 금방 지치기도 하고, 사실 하고 싶은 만큼 실컷 못한다고 해야 할까요? 이것도 저것도 집중이 안 되는 느낌. 불안정하기도 하고.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고요. (...) 저는 지음 출범 준비를 함께했고 출범 이후부터 상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저는 예전에 비해 안정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이 활동이 내 삶에 되게 중요한 부분인데, 여기에 충분히 할 수 있는 만큼 집중할 수 있는 거. 물론 활동비를 조금 더 보장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재정은 부족하고, 앞으로도 가난하게 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삶이 좋아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빈둥 : 저도 조금 비슷해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덕업일치’랑 비슷한 것 같은데. 예전에 저는 상임활동가를 별로 안 하고 싶어 했어요. 단체 재정이 부족한 것도 있고, 활동 강도는 높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그냥 다른 일을 하면서 활동을 겸하는 식으로 했었다가. 근데 그게 좀, 이도 저도 안 된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어요. 가족들은 공무원 시험을 해라, 어쩌고저쩌고 하고 (...) 저는 광주에서 오래 활동을 했어요. 청소년 때부터 시작해서 2023년에 서울에 오기 전까지는 광주에서 활동을 쭉 했어요. 처음에 지음 ‘채움활동가’로 활동할 때도 광주에 있었어요. 어쨌든 서울이랑 수도권을 벗어나면 운동의 담론도 그렇고 자원이나 네트워크도 다른 지역은 좀 부족하단 말이에요,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서. 당연히 사람들도 더 쉽게 떠났고. 그러다 보니까 고민을 같이 나눌 동료가 없는 거예요. (...) 어떤 사람들은 ‘애들은 맞으면서 커야 사람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은 계속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청소년인권과 관련한 고민들을 나눈다든지 확장시킨다든지 이런 게 너무 어려워지는 거예요. (...) 청소년운동이 아닌 일을 하고 운동 바깥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 이게 내 일이 아니라는 걸 확신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냥 이 운동을 업으로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래서 상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의 덕업일치를 위해! (웃음)
두 분은 청소년기에 활동을 시작하신 거잖아요. 비청소년인 지금까지도 계속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난다 :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나는 청소년이 아니긴 하지만, 근데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니까. 여전히 차별이 있고 부당한 일들이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우리가 19살에서 20살 된다고 해서, 딱 인간의 삶이 갑자기 ‘미성숙’에서 ‘성숙’으로 짜잔! 이렇게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약간 그냥 하루하루가 이렇게 쌓여서 시간이 흐른 거잖아요. (...) 주변에서 계속 “언제까지 청소년운동 할거야? 너 이제 청소년도 아니잖아” 아니면 “아직도 그런 거 하냐”는 식의 말도 들은 적 있다보니 20대 때 진로 고민을 계속 했었죠. 근데 생각해 보면 이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사실 청소년일 때 진짜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이 시기는 누구나 다 겪는 거다, 그래서 이 문제는 일시적인 거고, 나중에 대학 가고 스무 살 되면 다 할 수 있고, 다 지나갈 것이다.” 저는 이런 말이 그때도 비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식으로 일시적인 활동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사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도 더디게 만드는 것 같다고 생각했고 또 (청소년인권운동이) 저의 삶을 바꾼 터닝포인트 같은 것이기도 해서 결국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지?’라는 고민을 했을 때, ‘청소년인권은 여전히 나한테 되게 중요한 일이구나.’ 생각했어요. 빈둥의 표현을 빌리자면 계속 덕질 대상인거죠. (웃음) 이게 계속 파도 재밌고, 원래 재밌는 건 계속 봐도 재밌다.
빈둥 : 저는 비청소년이 되어서도 이제 활동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아까 난다가 ‘청소년인권 문제의 당사자’ 이런 이야기도 했는데, 청소년인권 당사자라고 하면은 청소년이라고만 이렇게 간주하는 것도 좀 문제가 있다고 봐요. 그러니까 청소년인권을 차별하는 제도나 규범이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는 어쨌든 비청소년이 관여를 하고 있고, 이 구조를 유지하는 것에 나 역시도 구성원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인 거죠. 우리의 운동은 나이 차별적인 제도나 규범이나 문화나 이런 것들을 해소시키려고 하는 거기도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비청소년 역시도 당사자일 수밖에 없다, 이런 게 하나가 있고요. 물론 이제 나이 차별이나 이런 게 당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저희가 이제 이 운동을 계속해 나가야 할 때는 분명히 주의점이 필요할 수밖에 없죠. (...) 여전히 이 사회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이 어린 사람에게 하대하는 게 당연하고, 어린 사람은 존댓말 쓰는 게 당연하고. 단순히 존대어/반말 이런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존중하는 태도나 방식의 문제가 같이 있는 거죠.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들. 이걸 저희가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이 운동을 하는 게 당사자로서 인식하면서 하고 있다, 라는 것 말고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실행하기 위해서, 계속 경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 운동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해요. (...) 사실 운동을 벗어나 있다면, 개인으로서 청소년 차별이나 혐오 등에 대응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내가 이런 문제의식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이 운동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경계 때문에도 이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로서 겪는 보람찬 점과 어려운 점,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서 상임 활동가로서 겪는 어려운 점과 보람찬 점을 듣고 싶어요.
빈둥 : 저희가 2023년에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 활동을 했을 때 초반에는 주변에서 체벌이 폭력인 건 알겠는데, 국가폭력? 잘 모르겠다는 인식이 굉장히 강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좀 걱정하기도 했는데. (...) 체벌을 개인적인 문제라거나 교사 개인의 일탈, 아니면 얼마나 심하게 강하게 맞았는지 이런 것에만 주목을 굉장히 많이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 체벌이라는 걸 국가가 자행했고, 은밀하게 주도해 왔다는 것, 예를 들어 교육부 차원에서 체벌을 어떻게 하라, 매 규격은 몇 센치로 하라, 이런 지침을 내린 것이라든지 등등 넓은 의미의 ‘국가폭력’이라고 얘기하면서 과거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체벌 경험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해서 책자를 냈어요. (...) 그리고 결과 발표회 및 토론회를 진행을 했어요. 근데 이 행사 때 인터뷰이 분이 오셨던 거예요. (...) 그리고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런 발표회를 통해 나눠주신 이야기들이 너무 위로가 됐다. 감사하다.’ 이런 말씀을 해주신 거죠. 그때 그래서 굉장히 보람찼던 기억이 있고요.
정말 하나하나가 실무가 많고, 고되기도 하고, 우리가 돈이 안 되는 일을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그래도 이게 한 명 한 명에게 위로가 되는 것. 저희가 체벌과 관련한 문제를 단순히 법적으로만 금지시키자, 이것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우리의 체벌과 관련한 경험에 위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목표이기도 했거든요. 모두가 경험하는 문제여서. 사회적으로 체벌에 대한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위로가 됐다는 말을 들으면서 보람찼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최근 일인데, 저희가 이번 윤석열 퇴진 광장에서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무지개 깃발을 굉장히 자주 들었어요. 그랬더니 이제 사람들이 알기 시작한 거죠. (...) 시민 분들이 오셔서 알아봐 주시고, SNS에서도 저희 깃발 아래에 있다, 여기로 오라고, 잘 모르는 분들이 그렇게 올리셔서 약속도 잡고 그런 걸 보면서 뿌듯하고 보람찼습니다.
어려운 점은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은 점, 재정적으로 어려운 점. 뭐 이 정도가 좀 어렵다고 느꼈고 보람찬 점은 상임 활동가라서 특별히 보람찬 거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활동가로서 방금 전에 말씀드렸던 거면 되는 것 같아요.
난다 : 저도 사실 구분되지는 않는 것 같고요. 왜냐면 상임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음의 활동가로서 하는 거라서... 그래도 상임활동가로서 좀 소소한 순간을 떠올리자면, 막상 말하려니 좀 웃긴데 (웃음) 지음 회원분들 전체는 아니지만 채움활동가 분들이랑 해서 같이 모여 있는 카톡방이 있어요. 거기에 저희 활동 소식이나 공지글 올리고 하는데, 거기 보면 ‘하트’ 표시 이런 거 있잖아요. 그래서 하트 남겨주시면 아, 이거 잘 보셨구나, 이렇게 느껴져서 소소한 순간이지만 그럴 때가 보람차기도 한 것 같아요.
또 지금처럼 이렇게 흐린 님이 오신 것 자체가 ‘아 지음이 이렇게 연결될 수 있구나’ 했고. 저희는 인턴십 활동 이런 경험이 없는데, 이런 활동도 있어서 이렇게 또 알게 되고. 저희를 누가 소개해 주신 거잖아요. 이렇게 해주셔가지고 연결된 거고. 흐린 님 만나고 지난주랑 이번주 같이 만나서 계속 밥 해먹고. 이런 것도 굉장히 뿌듯하고 보람찬 활동의 순간인 것 같아요.
어려운 점은... 여러 면에서 인권, 민주주의, 정치적으로 많이 후퇴된 것 같은 지금 상황이 위기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고요. 청소년인권운동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운동 자체가 좀 조금 축소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을 때 어려운 것 같아요. (...) 어쨌든 뭐랄까, 결국에 같이 이 활동을 같이 만들어온 동료들의 존재. 그런 게 되게 든든하기도 하고 우리가 같이 있어서 같이 해낼 수 있었고요. 이런 걸 느낄 때 되게 좋은데, 반대로 말하면 동료 사이에서 어려운 상황들, 갈등이라든가 그런 상황이 지속될 때, 좀 힘들고 고민되는 것 같아요.
‘잼민이’나 ‘금쪽이’ 같은 표현이 청소년인권을 억압하는 분위기와 어떻게 연결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난다 : 혐오 표현의 여러 부정적 영향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그렇게 불리는 당사자들 스스로도 자기를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예를 들면 ‘금쪽이’, ‘잼민이’, ‘초딩’ 사실 다 비슷한 취지로 쓰이고 있는데, 어린이·청소년들 중에서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비하하는 뜻이 같이 담겨 있기 때문에, 혐오하고 차별하는 게 통용되는 사회에서는 그렇게 불리는 소수자들 스스로도 “난 ‘금쪽이’는 아니야.” 라고 해버리는 거죠. (...) 사실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씩, 미숙한 면이나 부족한 점들이 있는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미숙하고 부족한 존재라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결국 ‘미성숙’을 부정하게 되는 거. 저는 그래서 혐오 표현의 나쁜 점이 어린이·청소년 존재 자체에 대한 차별, 억압으로도 이어지고, 그런 특징 자체를 부정하면서 자격이 없다 하고, 빨리 능력을 갖춰서 성숙하고 완벽한 존재가 되어야 해, 하면서 사람들을 검열하게 만드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이슈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난다 : 일단 ‘노키즈존은 차별이다’ 캠페인 활동을 여러 단체들과 같이 하고 있는데, 함께 관심 갖고 열심히 하고 있고요. 또 어린이·청소년인권 상담소 활동을 준비 중인데, 다른 단체들의 좀 자문도 받아보고, 우리가 인권 상담을 하려면 좀 어떤 태도로 해야 될까, 이런 것들도 같이 고민 나눠보는 시간도 가지게 될 것 같고요. 곧 본격적인 홍보와 함께 띄울 예정입니다. 어떤 사례가 들어올지도 약간 좀 긴장 반 설렘 반 약간 이렇게 살짝 그런 상태예요.
(* 상담소 활동은 현재 진행 중! 링크 클릭!)
빈둥 : 올해 『고등학생운동사』 책이 발간되었어요. 고등학생운동과 청소년인권운동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같이 고민을 하고 있어서, 저희가 전북 전주에서도 북토크를 진행했고,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더 경남에서도 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또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서 진행 중인 것도 있는데요, <잊혀진 운동, 80~90년대 고등학생운동 영상 제작> 사업도 하고 있고, 이렇게 고등학생운동과 관련한 활동이 저희가 집중하고 있는 이슈 중 하나예요.
(** 경남 북토크도 진행했습니다! ~후기는 작성 중~)
지음이나 청소년인권운동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빈둥 : 제가 좋아하는 만화 <하이큐!!> 명대사를 인용하고 싶어요. “뭔가를 시작하는데 흔들리지 않는 의지나 숭고한 동기 같은 건 없어도 돼. 얼떨결에 시작하는 게 조금씩 소중해지기도 하니까. 시작할 때 필요한 건 작은 호기심 정도야.” 저는 이게 정말로 이 운동을 시작할 때 나도 그랬듯이, 다른 동료들도 그랬듯이, 꼭 청소년인권운동이 아니더라도 다들 좀 비슷한 것 같아요. 이 운동이 너무 무거운 것 같다고 미리 겁먹지 않으셔도 된다, 일단 호기심 정도만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시면 좋겠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두 분의 개인적인 목표와 지음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난다 : 개인적으로는 강아지랑 같이 살고 있어서 언젠가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탈서울을 해야겠다. 서울은 너무 대도시여서, 대도시가 좀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 돌아보면 활동 시작한 것도 얼떨결에, 그리고 우당탕탕, 얼렁뚱땅 이렇게 온 것 같아요. 사실 저도 (활동을 한 지 오래되었지만) 부족한 점도 많고, 여전히 어떤 부분은 늘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근데 이제 좀 상태가 힘들 때, 약간 강박처럼 올 때가 있는 거죠. 이것도 해야 되고 저것도 해야 되는데, 나는 왜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 같지, 하면서. 지금은 아주 잘 하는 무언가는 없어도 그냥저냥, 이것저것 할 수 있고. 또 뭔가 지금처럼 이렇게, 계속 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내고, 그 마음을 이어가려고 하는 게 나의 힘이기도 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 그래서 좀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서로 채워줄 수 있는 지음이 되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알록달록한 지음을 만들자! 제가 예전부터 밀고 있는 거긴 해요.
빈둥 : 제가 작년(2024년)에 한참 했던 고민이, 내가 뭔가 좀 어정쩡한 것 같다는 거. 비수도권에 오래 있다가 서울에 왔으니까 사람 많은 것도 그렇고 물가도 그렇고 적응이 필요한데, 적응하는데 의외로 좀 시간이 걸렸던 것 같고. 제가 뭔가 하면 하긴 하는데, 그게 좀 스스로 납득되는 레벨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납득하는 레벨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막 솟구치는 것도 아니고, 글도 잘 안 써진 적도 있었고. 어쨌든 우리가 인원이 별로 없으니까 해야 할 일의 양이 꽤 되는데. 물론 이걸 제때 안 했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우리가 서로 컨디션 살피고 챙기면서 같이 활동해보자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래도 좀 압박이 있어요. ‘그래도 상임활동가인데’ 하면서 (...) 제가 좀 흥미가 아니면 잘 움직이려고 하지 않아서 곤란했는데, 근데 그 재미는 갑자기 찾아오지 않잖아요. 그래서 개인적 목표로는 “움직이자. 움직이는 걸 어려워하지 말아 보자.” 단체 목표로는 제가 올해 재정 담당을 하기 시작해서 지음의 재정을 좀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을. 다같이 해야 하긴 하지만, 담당인만큼 좀 압박감이 있기도 해요. 어쨌든 단체 목표로 정기 후원해주시는 분들 500명까지 늘리기. 그렇게 되도록 하면 좋겠다.
* 난다의 자기소개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창립 멤버로 시작해 상임활동가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반려견 ‘유자’와 매일 걷는 지금을 좋아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청소년인권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 상임활동가 인터뷰는 지난 9월, 지음으로 인턴십 활동을 하러 오셨다가 지으미로도 함께하고 계시는 흐린 님이 진행해주셨습니다. 청소년인권과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지음을 찾아와 많은 이야기 함께 나눠주신 흐린 님, 감사합니다!
‘미성숙’을 혐오하지 않으며,
서로 채워가는 운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청소년인권의 [길]을 짓는 지음과 함께해 주세요!
지금, 지음을 후원해주세요!
[짓다] 시리즈 더 보기 및 후원하러 가기 👉 https://litt.ly/jieum2025
후원 계좌 👉 기업은행 141-081609-04-011 (예금주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든든한 정기후원 👉 https://donate.do/6UdZ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모금 캠페인
청소년인권의 [길]을 짓다
- ‘알록달록한 지음’을 꿈꾸는 상임활동가 난다 님의 이야기
(* 아래 인터뷰 전문에는 상임활동가 난다와 빈둥의 이야기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빈둥 버전의 카드뉴스는 곧 업로드 예정이에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다니는 학교 공동체에게 지음과 상임활동가 두 분을 소개한다는 느낌으로 질문을 구성해봤어요. 제가 자료집이랑 책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 위주로 준비를 해봤습니다.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빈둥 : 저는 지음의 상임활동가 빈둥이에요. 빈둥대고 싶어서 빈둥이라는 활동명을 지었고요. 청소년인권운동은 2010년부터 시작했고, 지음에서는 ‘채움활동가’로 있다가 2023년부터 상임활동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난다 : 저도 지음에서 같이 상임활동가로 함께하고 있는 난다입니다. 저는 지음 출범 준비를 하던 2018년부터 함께했고, 이후 2020년에 공식 출범을 하면서부터 상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다음은 지음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빈둥 : 지음은 ‘좋은 어른이 많은 세상보다 나쁜 어른을 만나도 두렵지 않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활동하는 청소년인권운동 단체이고요. 청소년인권과 관련한 말이나 글을 짓기도 하고, 청소년인권교육도 진행을 하고 있어요. 우리 사회에서 쉽게 지나쳐 온 청소년인권 관련한 문제들 있잖아요. 예를 들어 체벌이 폭력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고 있기도 하지만 작은 문제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언론이나 뉴스에서는 얘기되는 건 정도가 심한 체벌과 관련해서 교사 개인의 일탈이라고 해석을 한다거나 학생이 뭐가 문제가 있어서 교사가 그랬을 것이다, 라고 인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체벌을 국가와 사회가 허용하는 환경을 만들어 왔다는 것, 거기에 국가 책임도 있다고 저희가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 것들처럼 우리가 쉽게 놓쳐온 부분들, 어린 사람을 쉽게 하대하는 문화라든지 그런 걸 바꿔 나가려고 사회운동을 계속하는 단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난다 : 지음의 주요한 특징 중에 하나로 ‘활동가 단체’라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운동, 청소년인권운동 이런 활동들이 한 측면에서는 청소년들이 하는 여러가지 참여 활동이거나 아니면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제공하려고 하는 활동, 교육일 수도 있고, 보호 활동 이런 것들도 청소년운동이라고 많이 일컬어져 왔어요. 지음의 특징이자 다른 점은 사회운동, 인권운동을 하는 단체로서 청소년인권이라고 하는 의제를 집중해서 다루고요. 또 지음에 모인 청소년인권 활동가들은 대부분 10대 때부터 이 활동을 시작했는데, 보통은 우리 사회에서 이런 활동은 청소년 때만 하는 거고, 나이 들면 또 다른 진로를 찾아가야지, 청소년 시기는 그냥 통과해서 지나가는, 누구나 거쳐가는 시기라고 하는 것 때문에 이런 청소년인권을 얘기하는 운동이 꾸준히 이어지기 어려운 환경이었어요. 그런 맥락에서 이 운동을 꾸준히 계속하고 이야기하는 지속적인 활동 단체가 필요하다. 이런 고민과 문제의식이 지음을 만들려고 준비할 때 크게 있었어요.
상임활동가는 무엇이고 지음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난다 : 보통 상근자, 상근 활동가, 상임 활동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요. 어쨌든 상시적으로 여기에(사무 공간) 있는 사람. 이 활동을 자신의 주된 일로 삼고서 일하는 사람이고요. 활동가이면서 지음에서 활동비를 어느 정도 보장받으며 일을 하는 활동가입니다. 주로 하는 일은 단체 운영에 필요한 전반적인 실무들을 하고요. 자세하게 예를 들자면, 회원들이 새로 가입했다, 그러면 그 정보를 보고 연락드리기도 하고요. 또 회계. 단체의 돈, 살림살이를 주로 챙기기도 하고요. 또 저희를 찾는 연락이 오면 연락을 주고받고. 또 저희가 활동을 만들어 가기 위해 진행하는 회의 구조가 있는데, 그런 회의 준비도 더 많이 하기도 하면서, 상시적으로 좀 더 챙기는 일들을 합니다.
빈둥 : 그리고 저희가 연대체 활동들도 꽤 많은데요. 예를 들면은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 전국 행동>이라고 줄여서 <청시행>이라고 부르는데, 거기에도 저희가 소속돼서 활동이나 회의 참여 등을 같이 하고 있고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청소년활동기상청 활기>,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인권운동더하기> 등 연대체에서도 함께 활동을 하고 있어요. 상임활동가 말고 책임활동가 분들이 담당으로 들어가 있기도 한데요, 회의를 챙기거나 안건지 등을 작성할 때 공유 역할이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도록 같이 챙기기도 해요. 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는 활동도 있는데 잘 작성해서 보낼 수 있도록 담당자들을 같이 잘 챙긴다든지 이런 업무를 주로 맡고 있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할 일이 정말 많으신 것 같아요. 그럼에도 그냥 다른 활동가로서 참여하지 않고 상임활동가를 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난다 : 그러게요. 아마 각각 조금씩 장단점이 있을 텐데요. 저는 지금 사실 되게 만족하는 편이에요. 예전에 제가 다른 곳에서 활동가로서의 삶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가 생각이 나기도 하네요. 10점 만점에 몇 점 주겠냐고 해서 제가 9점이라고 답했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큰 장점은, 어쨌든 내가 생각하는 나름의 신념이라고 해야 될까요? 아무튼 생각하는 것을 최대한 지향하면서 살 수 있고, 자율적인 면이 있어서 그런게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활동을 하면서 생계는 따로 했어야 했어요. 그렇게 계속 하다 보니 좀 금방 지치기도 하고, 사실 하고 싶은 만큼 실컷 못한다고 해야 할까요? 이것도 저것도 집중이 안 되는 느낌. 불안정하기도 하고.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고요. (...) 저는 지음 출범 준비를 함께했고 출범 이후부터 상임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저는 예전에 비해 안정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이 활동이 내 삶에 되게 중요한 부분인데, 여기에 충분히 할 수 있는 만큼 집중할 수 있는 거. 물론 활동비를 조금 더 보장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재정은 부족하고, 앞으로도 가난하게 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삶이 좋아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빈둥 : 저도 조금 비슷해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덕업일치’랑 비슷한 것 같은데. 예전에 저는 상임활동가를 별로 안 하고 싶어 했어요. 단체 재정이 부족한 것도 있고, 활동 강도는 높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그냥 다른 일을 하면서 활동을 겸하는 식으로 했었다가. 근데 그게 좀, 이도 저도 안 된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어요. 가족들은 공무원 시험을 해라, 어쩌고저쩌고 하고 (...) 저는 광주에서 오래 활동을 했어요. 청소년 때부터 시작해서 2023년에 서울에 오기 전까지는 광주에서 활동을 쭉 했어요. 처음에 지음 ‘채움활동가’로 활동할 때도 광주에 있었어요. 어쨌든 서울이랑 수도권을 벗어나면 운동의 담론도 그렇고 자원이나 네트워크도 다른 지역은 좀 부족하단 말이에요, 서울이나 수도권에 비해서. 당연히 사람들도 더 쉽게 떠났고. 그러다 보니까 고민을 같이 나눌 동료가 없는 거예요. (...) 어떤 사람들은 ‘애들은 맞으면서 커야 사람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은 계속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청소년인권과 관련한 고민들을 나눈다든지 확장시킨다든지 이런 게 너무 어려워지는 거예요. (...) 청소년운동이 아닌 일을 하고 운동 바깥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 이게 내 일이 아니라는 걸 확신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냥 이 운동을 업으로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래서 상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의 덕업일치를 위해! (웃음)
두 분은 청소년기에 활동을 시작하신 거잖아요. 비청소년인 지금까지도 계속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난다 :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나는 청소년이 아니긴 하지만, 근데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니까. 여전히 차별이 있고 부당한 일들이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우리가 19살에서 20살 된다고 해서, 딱 인간의 삶이 갑자기 ‘미성숙’에서 ‘성숙’으로 짜잔! 이렇게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약간 그냥 하루하루가 이렇게 쌓여서 시간이 흐른 거잖아요. (...) 주변에서 계속 “언제까지 청소년운동 할거야? 너 이제 청소년도 아니잖아” 아니면 “아직도 그런 거 하냐”는 식의 말도 들은 적 있다보니 20대 때 진로 고민을 계속 했었죠. 근데 생각해 보면 이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고, 그리고 사실 청소년일 때 진짜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이 시기는 누구나 다 겪는 거다, 그래서 이 문제는 일시적인 거고, 나중에 대학 가고 스무 살 되면 다 할 수 있고, 다 지나갈 것이다.” 저는 이런 말이 그때도 비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식으로 일시적인 활동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사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도 더디게 만드는 것 같다고 생각했고 또 (청소년인권운동이) 저의 삶을 바꾼 터닝포인트 같은 것이기도 해서 결국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지?’라는 고민을 했을 때, ‘청소년인권은 여전히 나한테 되게 중요한 일이구나.’ 생각했어요. 빈둥의 표현을 빌리자면 계속 덕질 대상인거죠. (웃음) 이게 계속 파도 재밌고, 원래 재밌는 건 계속 봐도 재밌다.
빈둥 : 저는 비청소년이 되어서도 이제 활동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아까 난다가 ‘청소년인권 문제의 당사자’ 이런 이야기도 했는데, 청소년인권 당사자라고 하면은 청소년이라고만 이렇게 간주하는 것도 좀 문제가 있다고 봐요. 그러니까 청소년인권을 차별하는 제도나 규범이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는 어쨌든 비청소년이 관여를 하고 있고, 이 구조를 유지하는 것에 나 역시도 구성원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인 거죠. 우리의 운동은 나이 차별적인 제도나 규범이나 문화나 이런 것들을 해소시키려고 하는 거기도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비청소년 역시도 당사자일 수밖에 없다, 이런 게 하나가 있고요. 물론 이제 나이 차별이나 이런 게 당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저희가 이제 이 운동을 계속해 나가야 할 때는 분명히 주의점이 필요할 수밖에 없죠. (...) 여전히 이 사회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이 어린 사람에게 하대하는 게 당연하고, 어린 사람은 존댓말 쓰는 게 당연하고. 단순히 존대어/반말 이런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존중하는 태도나 방식의 문제가 같이 있는 거죠.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것들. 이걸 저희가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이 운동을 하는 게 당사자로서 인식하면서 하고 있다, 라는 것 말고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실행하기 위해서, 계속 경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 운동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해요. (...) 사실 운동을 벗어나 있다면, 개인으로서 청소년 차별이나 혐오 등에 대응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내가 이런 문제의식을 유지할 수 있으려면 이 운동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경계 때문에도 이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로서 겪는 보람찬 점과 어려운 점,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서 상임 활동가로서 겪는 어려운 점과 보람찬 점을 듣고 싶어요.
빈둥 : 저희가 2023년에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 활동을 했을 때 초반에는 주변에서 체벌이 폭력인 건 알겠는데, 국가폭력? 잘 모르겠다는 인식이 굉장히 강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좀 걱정하기도 했는데. (...) 체벌을 개인적인 문제라거나 교사 개인의 일탈, 아니면 얼마나 심하게 강하게 맞았는지 이런 것에만 주목을 굉장히 많이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 체벌이라는 걸 국가가 자행했고, 은밀하게 주도해 왔다는 것, 예를 들어 교육부 차원에서 체벌을 어떻게 하라, 매 규격은 몇 센치로 하라, 이런 지침을 내린 것이라든지 등등 넓은 의미의 ‘국가폭력’이라고 얘기하면서 과거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체벌 경험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해서 책자를 냈어요. (...) 그리고 결과 발표회 및 토론회를 진행을 했어요. 근데 이 행사 때 인터뷰이 분이 오셨던 거예요. (...) 그리고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런 발표회를 통해 나눠주신 이야기들이 너무 위로가 됐다. 감사하다.’ 이런 말씀을 해주신 거죠. 그때 그래서 굉장히 보람찼던 기억이 있고요.
정말 하나하나가 실무가 많고, 고되기도 하고, 우리가 돈이 안 되는 일을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그래도 이게 한 명 한 명에게 위로가 되는 것. 저희가 체벌과 관련한 문제를 단순히 법적으로만 금지시키자, 이것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우리의 체벌과 관련한 경험에 위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목표이기도 했거든요. 모두가 경험하는 문제여서. 사회적으로 체벌에 대한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위로가 됐다는 말을 들으면서 보람찼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다른 하나는 최근 일인데, 저희가 이번 윤석열 퇴진 광장에서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무지개 깃발을 굉장히 자주 들었어요. 그랬더니 이제 사람들이 알기 시작한 거죠. (...) 시민 분들이 오셔서 알아봐 주시고, SNS에서도 저희 깃발 아래에 있다, 여기로 오라고, 잘 모르는 분들이 그렇게 올리셔서 약속도 잡고 그런 걸 보면서 뿌듯하고 보람찼습니다.
어려운 점은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은 점, 재정적으로 어려운 점. 뭐 이 정도가 좀 어렵다고 느꼈고 보람찬 점은 상임 활동가라서 특별히 보람찬 거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활동가로서 방금 전에 말씀드렸던 거면 되는 것 같아요.
난다 : 저도 사실 구분되지는 않는 것 같고요. 왜냐면 상임이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음의 활동가로서 하는 거라서... 그래도 상임활동가로서 좀 소소한 순간을 떠올리자면, 막상 말하려니 좀 웃긴데 (웃음) 지음 회원분들 전체는 아니지만 채움활동가 분들이랑 해서 같이 모여 있는 카톡방이 있어요. 거기에 저희 활동 소식이나 공지글 올리고 하는데, 거기 보면 ‘하트’ 표시 이런 거 있잖아요. 그래서 하트 남겨주시면 아, 이거 잘 보셨구나, 이렇게 느껴져서 소소한 순간이지만 그럴 때가 보람차기도 한 것 같아요.
또 지금처럼 이렇게 흐린 님이 오신 것 자체가 ‘아 지음이 이렇게 연결될 수 있구나’ 했고. 저희는 인턴십 활동 이런 경험이 없는데, 이런 활동도 있어서 이렇게 또 알게 되고. 저희를 누가 소개해 주신 거잖아요. 이렇게 해주셔가지고 연결된 거고. 흐린 님 만나고 지난주랑 이번주 같이 만나서 계속 밥 해먹고. 이런 것도 굉장히 뿌듯하고 보람찬 활동의 순간인 것 같아요.
어려운 점은... 여러 면에서 인권, 민주주의, 정치적으로 많이 후퇴된 것 같은 지금 상황이 위기로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고요. 청소년인권운동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운동 자체가 좀 조금 축소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을 때 어려운 것 같아요. (...) 어쨌든 뭐랄까, 결국에 같이 이 활동을 같이 만들어온 동료들의 존재. 그런 게 되게 든든하기도 하고 우리가 같이 있어서 같이 해낼 수 있었고요. 이런 걸 느낄 때 되게 좋은데, 반대로 말하면 동료 사이에서 어려운 상황들, 갈등이라든가 그런 상황이 지속될 때, 좀 힘들고 고민되는 것 같아요.
‘잼민이’나 ‘금쪽이’ 같은 표현이 청소년인권을 억압하는 분위기와 어떻게 연결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난다 : 혐오 표현의 여러 부정적 영향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그렇게 불리는 당사자들 스스로도 자기를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예를 들면 ‘금쪽이’, ‘잼민이’, ‘초딩’ 사실 다 비슷한 취지로 쓰이고 있는데, 어린이·청소년들 중에서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비하하는 뜻이 같이 담겨 있기 때문에, 혐오하고 차별하는 게 통용되는 사회에서는 그렇게 불리는 소수자들 스스로도 “난 ‘금쪽이’는 아니야.” 라고 해버리는 거죠. (...) 사실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씩, 미숙한 면이나 부족한 점들이 있는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미숙하고 부족한 존재라는 이유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결국 ‘미성숙’을 부정하게 되는 거. 저는 그래서 혐오 표현의 나쁜 점이 어린이·청소년 존재 자체에 대한 차별, 억압으로도 이어지고, 그런 특징 자체를 부정하면서 자격이 없다 하고, 빨리 능력을 갖춰서 성숙하고 완벽한 존재가 되어야 해, 하면서 사람들을 검열하게 만드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이슈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난다 : 일단 ‘노키즈존은 차별이다’ 캠페인 활동을 여러 단체들과 같이 하고 있는데, 함께 관심 갖고 열심히 하고 있고요. 또 어린이·청소년인권 상담소 활동을 준비 중인데, 다른 단체들의 좀 자문도 받아보고, 우리가 인권 상담을 하려면 좀 어떤 태도로 해야 될까, 이런 것들도 같이 고민 나눠보는 시간도 가지게 될 것 같고요. 곧 본격적인 홍보와 함께 띄울 예정입니다. 어떤 사례가 들어올지도 약간 좀 긴장 반 설렘 반 약간 이렇게 살짝 그런 상태예요.
(* 상담소 활동은 현재 진행 중! 링크 클릭!)
빈둥 : 올해 『고등학생운동사』 책이 발간되었어요. 고등학생운동과 청소년인권운동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같이 고민을 하고 있어서, 저희가 전북 전주에서도 북토크를 진행했고,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더 경남에서도 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또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서 진행 중인 것도 있는데요, <잊혀진 운동, 80~90년대 고등학생운동 영상 제작> 사업도 하고 있고, 이렇게 고등학생운동과 관련한 활동이 저희가 집중하고 있는 이슈 중 하나예요.
(** 경남 북토크도 진행했습니다! ~후기는 작성 중~)
지음이나 청소년인권운동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빈둥 : 제가 좋아하는 만화 <하이큐!!> 명대사를 인용하고 싶어요. “뭔가를 시작하는데 흔들리지 않는 의지나 숭고한 동기 같은 건 없어도 돼. 얼떨결에 시작하는 게 조금씩 소중해지기도 하니까. 시작할 때 필요한 건 작은 호기심 정도야.” 저는 이게 정말로 이 운동을 시작할 때 나도 그랬듯이, 다른 동료들도 그랬듯이, 꼭 청소년인권운동이 아니더라도 다들 좀 비슷한 것 같아요. 이 운동이 너무 무거운 것 같다고 미리 겁먹지 않으셔도 된다, 일단 호기심 정도만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시면 좋겠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두 분의 개인적인 목표와 지음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난다 : 개인적으로는 강아지랑 같이 살고 있어서 언젠가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탈서울을 해야겠다. 서울은 너무 대도시여서, 대도시가 좀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 돌아보면 활동 시작한 것도 얼떨결에, 그리고 우당탕탕, 얼렁뚱땅 이렇게 온 것 같아요. 사실 저도 (활동을 한 지 오래되었지만) 부족한 점도 많고, 여전히 어떤 부분은 늘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근데 이제 좀 상태가 힘들 때, 약간 강박처럼 올 때가 있는 거죠. 이것도 해야 되고 저것도 해야 되는데, 나는 왜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 같지, 하면서. 지금은 아주 잘 하는 무언가는 없어도 그냥저냥, 이것저것 할 수 있고. 또 뭔가 지금처럼 이렇게, 계속 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내고, 그 마음을 이어가려고 하는 게 나의 힘이기도 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 그래서 좀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서로 채워줄 수 있는 지음이 되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알록달록한 지음을 만들자! 제가 예전부터 밀고 있는 거긴 해요.
빈둥 : 제가 작년(2024년)에 한참 했던 고민이, 내가 뭔가 좀 어정쩡한 것 같다는 거. 비수도권에 오래 있다가 서울에 왔으니까 사람 많은 것도 그렇고 물가도 그렇고 적응이 필요한데, 적응하는데 의외로 좀 시간이 걸렸던 것 같고. 제가 뭔가 하면 하긴 하는데, 그게 좀 스스로 납득되는 레벨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납득하는 레벨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막 솟구치는 것도 아니고, 글도 잘 안 써진 적도 있었고. 어쨌든 우리가 인원이 별로 없으니까 해야 할 일의 양이 꽤 되는데. 물론 이걸 제때 안 했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우리가 서로 컨디션 살피고 챙기면서 같이 활동해보자고 이야기를 하지만 그래도 좀 압박이 있어요. ‘그래도 상임활동가인데’ 하면서 (...) 제가 좀 흥미가 아니면 잘 움직이려고 하지 않아서 곤란했는데, 근데 그 재미는 갑자기 찾아오지 않잖아요. 그래서 개인적 목표로는 “움직이자. 움직이는 걸 어려워하지 말아 보자.” 단체 목표로는 제가 올해 재정 담당을 하기 시작해서 지음의 재정을 좀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을. 다같이 해야 하긴 하지만, 담당인만큼 좀 압박감이 있기도 해요. 어쨌든 단체 목표로 정기 후원해주시는 분들 500명까지 늘리기. 그렇게 되도록 하면 좋겠다.
* 난다의 자기소개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창립 멤버로 시작해 상임활동가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반려견 ‘유자’와 매일 걷는 지금을 좋아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청소년인권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 상임활동가 인터뷰는 지난 9월, 지음으로 인턴십 활동을 하러 오셨다가 지으미로도 함께하고 계시는 흐린 님이 진행해주셨습니다. 청소년인권과 사회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지음을 찾아와 많은 이야기 함께 나눠주신 흐린 님, 감사합니다!
‘미성숙’을 혐오하지 않으며,
서로 채워가는 운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청소년인권의 [길]을 짓는 지음과 함께해 주세요!
지금, 지음을 후원해주세요!
[짓다] 시리즈 더 보기 및 후원하러 가기 👉 https://litt.ly/jieum2025
후원 계좌 👉 기업은행 141-081609-04-011 (예금주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든든한 정기후원 👉 https://donate.do/6Ud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