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2022 학생 저항의 날 선언] "학생인권 없이 새로운 교육 없다" -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 우리는 분노한다! (+ 활동가 발언문 첨부)

2022-11-05
조회수 1118

"학생인권 없이 새로운 교육 없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 우리는 분노한다!

- 2022년 학생 저항의 날을 맞아

 

93주년 학생의날(학생독립운동기념일), 100주년 어린이날을 맞이한 2022년이지만, 우리는 물을 수밖에 없다. 과연 한국의 학생들은 부당한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었는가. 그리고 인간이자 시민으로 존중받고 있는가. 자기 삶과 이 사회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가. 그러지 못하기에 우리는 11월 3일, 오늘 다시 한 번 모였다.

 

“청소년도 시민이다!”라는 외침과 사회 전반 청소년 참여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많은 초·중·고는 여전히 학생의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정치적 자유를 꽁꽁 묶어두려 한다. 반복된 문제 제기에도 귀를 막은 채 많은 학교가 학생의 용의복장·두발 등을 단속한다. 우리의 신체, 개성,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합리한 생활규정도 드물지 않다. 교사의 모욕 및 폭력, 성추행·성희롱, 차별·혐오발언, 괴롭힘 등으로 상처받는 학생들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끊임없는 스쿨미투 고발과 교사의 괴롭힘 끝에 목숨을 잃은 학생들의 사건은 차별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학생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경쟁과 서열화에 중독된 교육 제도는 더욱 노골적으로 시험 점수로 사람의 등급을 매기고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능력주의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미성숙’과 ‘인적 자원 개발’의 표어 아래 ‘학생다움’을 강요받으며, 오늘을 사는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인간다운 삶을 유예당하고 있다.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광주, 서울, 전북에 이어 몇 년 새 충남, 제주 등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 학생인권조례는 짓밟히고 억압당하는 학생의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제도적 노력이었고 그 결과 직접적 폭력과 인권 침해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는 학생인권조례의 한계상 시행 중인 지역에서도 두발규제나 강제자율학습 같은 악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더구나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지 못한 지역들에는 10여 년 전과 별다를 바 없는 반인권적 학칙과 문화가 훨씬 만연해있다. 학생인권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위태로운 자리에 선 미생(未生)의 처지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함으로써 불안정한 학생인권을 흔들고 아예 절벽 아래로 밀어 떨어뜨리려는 이들이 있다. 학생에 대한 폭력과 하대를 부채질하며, 권위주의적인 학교를 꿈꾸고, 다양한 소수자를 인정 않는 주장을 내세워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개악을 추진하는 움직임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비합리적 반인권적 학생인권조례 폐지·개악 주장에 동조하는 일부 교육감 및 지역 의원들이 존재한다는 게 우려스럽다.

 

특히 우리는 최초로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경기도의 임태희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를 후퇴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학생인권조례의 후퇴가 아닌 학생인권조례 확대와 학생인권법으로의 전진이다. 전국 모든 지역, 모든 학교에서 학생인권이 보장되도록, 그리고 교육감 개인의 성향으로 수십만 학생의 인권이 좌우되지 않도록, 학생인권의 최소기준 및 구제절차를 정하는 법률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최초의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했던 경기도교육청이 앞장설 것을 요구한다.

 

10년, 20년 전에 비해 학생들의 머리카락 길이나 복장이 조금 더 자유로워졌고 직접적 구타를 당하는 일이 줄었다는 것이 그렇게나 못 봐줄 일인가. 학생인권조례 탓에 학생이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는데, 도대체 인격적 존중, 신체와 사생활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학생도 인간이란 사실 외에 어떤 책임이 요구된단 말인가. 학생인권 신장에 교육 실패의 원인을 돌리고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려 드는 건, 학생을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에겐 당연한 인권을 보장받는 것이 학생에게 과분하며 학생답지 못한 일이라는 차별적·모욕적 인식의 결과일 뿐이다.

 

학교에서의 학생 언론·집회·결사·사상의 자유 보장, 학생의 학교 운영 참여, 피억압 민족의 해방과 다른 세상을 부르짖었던 11월 3일 학생의날을 맞아, 우리는 선언한다. 학생도 인간이고 동료 시민이다. 교문 안에서도 밖에서도 학생은 인간으로서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학교에도 인권과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교육은 경쟁과 차별이 아닌 자유와 평등을 경험하고 실현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는 이를 위한 주춧돌 중 하나이며, 주춧돌을 부수려는 것이야말로 교육을 붕괴시키려는 만행이다.

 

우리는 학생의 인권을 실현하고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한 더 많은 주춧돌을 놓을 것이다. 학생인권법과 교육 개혁으로, 민주주의를 위한 저항과 참여로 더 나은 사회와 교육을 만들어 갈 것이다. 단지 학생이 인간이라는 자명한 진실을 위하여.

 

2022년 11월 3일

이하 연명 단체 및 개인

 

- 90개 단체 참여

(사)노동인권연대, 강서양천청소년노동인권활동가모임 다움, 강원교육노동자현장실천, 경기결집, 경기청년진보당, 고양파주흥사단, 공공운수노조 민주우체국본부,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교육공동체 나다, 교육노동자현장실천, 국제민주연대, 부산교육희망네트워크, 부산다행복교육학부모네트워크, 부천 가온누리 가족, 부천청소년인권공동체 세움, 사단법인 수원여성의전화, 서강대학교 인권소모임 노고지리, 서산풀뿌리시민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노동당 부산시당, 노동당 학생위원회,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청년위원회, 노동인권연대, 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경기결집, 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전국결집, 노들장애학궁리소, 다른몸들, 다산인권센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무지개인권연대, 성공회대학교 인권위원회,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소수자부모모임,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수원청소년성인권센터, 시민모임 즐거운교육상상, 어린이책시민연대, 연대하는교사잡것들, 예술행동 한뼘, 우리동네노동권찾기, 이화여대 성소수자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하늘을날다,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교육온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천녹색당, 장애여성공감, 전교조 부천중등지회, 전교조 서울초등서부지회, 전교조강원지부 21대 '남희정-박연지' 선거운동본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옥천농협분회, 전국여성연대, 전국청소년진보연대 소명,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 전국학생협회, 전환 청소년위원회, 정의당 경기도당 청소년위원회, 정의당 충남도당, 정치하는엄마들,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진보 3.0, 진보당 인권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충남청소년인권연합회 '인연',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평등교육실현을위한서울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충북학부모회, 평화인권교육센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알, 화성노동인권센터, 화성여성회, 흥사단, 흥사단교육운동본부

 

- 개인 176명 참여

강혜승, 가람, 강문경, 강석도, 강수민, 고나영, 고석배, 고우현, 권상우, 권수현, 권순일, 권혜진, 김건수, 김대현, 김도연, 김도현, 김명희, 김보영, 김서원, 김선경, 김성욱, 김송빈, 김숙영, 김양숙, 김예랑, 김우철, 김은화, 정민, 정길, 정산, 김은희, 김의진, 김이승현, 김재주, 김정덕, 김정래, 김지애, 김지우, 김지원, 김태영, 김해나, 김형균, 김형삼, 김형호, 김혜은, 김혜진, 김희주, 까밀로, 나덕수, 난다, 남궁수진, 남정아, 남희정, 도균, 둠코, 류나우, 류덕희, 림보, 문영미, 미래, 민서연, 민진옥, 박덕제, 박소영, 박수진, 박연지, 박은정, 박해영, 박효심, 방세라, 배희은, 백선영, 변우균, 변은희, 변지은, 서원철, 서장우, 서태문, 신선미, 심여운, 안병석, 안수진, 안영선, 양희주, 여름, 여은정, 연혜원, 염은정, 오다빈, 오상민, 오세영, 조수호, 우민호, 유경쟈, 유병제, 유준현, 유혜선, 윤경희, 윤명화, 윤용숙, 윤일순, 윤자경, 윤혜경, 율리, 은석, 이기자, 이기춘, 이민아, 이보은, 이보형, 이선주, 이성희, 이수미, 이숙견, 이슬비, 이아란, 이연옥, 이용기, 이윤경, 이은실, 이은주, 이정윤, 이정찬, 이종걸, 이종란, 이주영, 이주희, 이진영, 이진희, 이해령, 이현애, 이형린, 이혜숙, 임도연, 임미영, 임상준, 임서린, 임진희, 장여진, 장인하, 장지철, 장하얀, 전수진, 전승우, 전예지, 전정환, 정광채, 정규식, 정민형, 정세희, 정수경, 정의화, 정주희, 정훈, 제제, 조건희, 조경미, 조연순, 조영숙, 조윤희, 조점동, 조태주, 조태진, 주성필, 진세민, 진영림, 진은선, 최고운, 최보근, 최성윤, 허성훈, 홍득호, 황민익, 황서진, 황연주, 희음


이날 행동에서는 지음의 상임활동가 난다, 책임활동가 공현 님이 발언을 했습니다. 아래 발언문을 덧붙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에서 활동하는 난다입니다. 지금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 학생인권조례 폐지 및 개악 시도 현황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오늘 이렇게 경기도교육청 앞에 많은 분들과 함께 모여 있으니 감회가 새로운데요. 저는 경기도 성남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고 또 한동안 수원에 살면서 활동을 하기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경기도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10월, 전국 최초로 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2022년입니다. 12년이 지난 거죠.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학생인권과 교권의 균형 방안'을 찾자고 하며 "책임과 의무를 더한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또 “학생인권조례가 많은 부작용을 낳게 한 것 같다”고 하며 “학생인권조례에 책임과 의무를 반영, 균형 잡힌 지도 방향 등을 구체화하길 바란다"는 식의 발언을 공식 석상에서 하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이런 이야기가 통한다는 것이 너무나 암담합니다. 경기도 뿐만이 아닙니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2011년에 주민발의 운동을 통해 만들어졌는데요. 올해 8월,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라는 내용의 주민발의가 성사되어 지금 서울시의회에서 논의 중인 상황입니다. 2020년에 제정되어 시행된지 얼마 되지 않은 충남에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발의 서명운동이 시작되어 현재 진행 중입니다. 
또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8월, 행정기구 설치조례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학생생활인권과”는 “학생생활교육과”로 “민주시민교육과”는 “미래인성교육과”로 명칭부터 바뀌면서 학생인권이 청 내에서도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경기도교육청의 학생인권에 관한 인식을 너무 잘 보여주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인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책임이나 의무 없이 권리만 보장해서 문제라고 합니다. 교권을 회복하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해야 해서 학생인권조례를 보완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에는 제대로 된 근거가 없습니다. 두발·복장규제가 완화되어서 수업에 지장이 생겼다는 증거도 없고, 학생인권조례 시행 지역에서 특별히 교사에 대한 인권 침해 사례나 학교폭력이 늘었다는 조사도 없습니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부분 가짜뉴스나 근거 없는 주관, 구시대적 편견과 혐오에 기대고 있을 뿐입니다.  
책임과 의무 운운하며 학생인권조례를 건드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학생의 책임과 의무는 무엇인가요?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 학생은 다른 데 관심 갖지 말고 조용히 공부에만 집중해야 한다? 학생은 교사가 시키는대로 순종하며 따라야 한다? 학생인권조례가 없던 시절, 학생들의 머리를 자로 재고, 가위와 바리깡을 대던 학교, 하루에 한두 번씩 매질을 당하고, ‘오리걸음 운동장 열바퀴’, ‘200대 엉덩이 체벌’로 학생이 죽고 다치는 사건이 터지던 학교를 원하시나요? 
'균형 잡힌 생활 지도', '권리와 의무를 함께 명시'라는 말이 그럴싸하게 느껴진다면, 학생인권조례 내용을 그냥 다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는 초·중·고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체벌 폭력, 두발·복장·용의규제, 강제야간자율·보충학습 등을 바꾸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 안에는 학생-청소년도 사람이고,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가 있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정말 최소한의 기준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것은 폭력과 차별을 지속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을 비롯한 전국의 교육감들에 요구합니다. 교육감은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고 학교 교육이 민주주의에 적합하게 운용되도록 할 의무를 가진 자리입니다. 심지어 그 자리에 가도록 선출된 과정에서 청소년들의 의견은 반영되지도 않았다는 점을 기억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런 자리에서, 학생의 의무 따위를 말하기 전에 자신의 책무를 먼저 돌아보고 실행하십시오. 그게 교육감이 할 일입니다. 이상으로 발언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하세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에서 활동하는 공현입니다. 학생인권조례의 후퇴를 막는 것을 넘어, 학생인권법을 만드는 것이 왜 필요한지 말씀드리려 나왔는데요.

사실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법률은 이미 있습니다. 교육기본법에도 학습자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나와 있고요. 특히 초중등교육법에는 “학교의 설립자, 경영자, 학교장은 「헌법」과 국제인권조약에 명시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문제는 학교에서 이런 법을 안 지킨다는 거죠. 대부분의 초중고가 법을 지켜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하려는 노력을 하지를 않아요. 학생인권조례가 있어도 강제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안 지키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있는 법을 안 지키기로는 제가 본 공공기관 중에 학교가 최고인데, 맨날 학생들한테 준법의식을 가지라고 하는 게 너무 웃긴 일인데요. 

그래서 학교가 법을 안 지키니까, 저 조항에서 말하는 학생인권이 뭔지, 학교가 뭘 안 해야 되고 뭘 해야 하는지, 아주 기본적인 내용은 명시해놓고, 또 이걸 어겼을 때 시정하고 인권을 구제하는 기구를 전국 교육청마다 만들자는 게 바로 지금 우리가 학생인권법을 제정하라고 하는 주장입니다. 이미 국회에, 작년부터 법안이 발의되어 있고요. 법안에서 예를 들면 학교가 두발복장을 단속하는 거, 체벌, 언어폭력, 자율학습 보충수업 법적 근거 없이 강요하는 것, 차별 행위 같은 것들을 학교가 해서는 안 되는 인권침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규칙이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경우엔 시정을 명령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학생 대표가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요.

학생인권법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온 게 오래전, 2006년의 일이에요. 그리고 그렇게 법을 바꾸려는 운동의 결과로 초중등교육법에 학생인권 보장 조항이 생기게 된 거고요. 그런데 국회에서 하도 구체적으로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법률을 안 통과시켜 주니까, 그럼 지역에서 조례로라도 만들자고 해서 2010년 경기도에서 통과된 걸 시작으로 여러 지역들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게 된 겁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지역을 앞으로도 계속 늘려야겠지만, 그래도 지자체에만 맡겨둘 수 없겠죠. 실제로 최근 만들어진 학생인권조례 중에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후퇴된 내용도 있고요. 국회에서 법률로 최소선은 정하자는 게 학생인권법이고, 조례는 그 법 위에서 더 많은 인권을 고민하고 실현하는 자치 법규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교육부에 학생인권법이 필요하다고, 교육부 차원에서 전국에 적용되는 학생인권 기준을 내놓으라고 요구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 교육부 담당자가 학생인권 관련된 건 지역 교육 자치에 해당하는 거고 교육청 소관이라서 교육부에선 계획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인권의 가장 중요한 성격 중 하나는 보편성입니다. 모든 사람이 보장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입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체벌 금지 같은 조치에 지역별 차이가 없게 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거든요. 어느 지역에선 학생들의 인권을 학교에서 맘대로 침해해도 되게 둔다? 그건 교육부, 중앙정부, 국회가 인권 보장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뜻일 뿐입니다.

우리가 학생인권법을 학생을 위한 ‘근로기준법’ 같은 거라고 말합니다. 최저임금, 전국 어디에서나 똑같잖아요? 주 40시간 노동도 그렇고, 노동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법률이 있고 어느 일터에나 이 최저선은 적용이 됩니다.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계약이나 직장 규칙은 법적으로 무효이고요. 마찬가지로 학생인권법이 만들어져서 학교 안에서 학생의 인권, 정말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학교가 더 이상 법을 무시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학생인권법은 차별 없이, 모든 학생의 인권이 보장되게 하기 위한 바람에서 나온 정책입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입니다. 저를 비롯해 활동가들이 15년이 넘게 학생인권법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는데, 정부와 국회가 학생인권법을 어서 추진하기를, 그리고 임태희 교육감이나 여러 교육감들이 나서서 학생인권법을 지지하기를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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