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운동, 과거 기록 넘어 보편적 청소년인권 이야기로
- 청소년인권활동가의 눈으로 바라본 <고등학생운동사>
- 빈둥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나는 오랫동안 광주에서 살았다. 그리고 2010년 고등학생일 때에 학생인권조례 제정 서명운동을 하다가 학교와 교사로부터 탄압을 받은 경험이 있다. 당시 교사들은 하루 종일 설교를 하거나 수업 시간에 내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학생들에게 나를 따돌리도록 만들었다. "3류 영화 찍냐?"며 무례한 소리를 하고 발로 차는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청소년인권운동을 막 시작했던 시기였는데, 청소년·학생이라는 위치에서 나의 목소리를 내고, 권리 보장을 주장하는 게 참 어렵고 외롭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고등학생운동사>에서 저자들이 고등학생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고립감, 외로움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왔다.
민주주의도 민주화운동도 멀게만 느껴지던 삶
학교를 다닐 때 '민주화운동'은 그저 시험에 나올 수 있는, 열사 이름과 사건의 연도, 흐름을 암기해야 할 문제였고, '고등학생운동'은 한 번도 접한 적이 없었다. 학생일 때는 공부만 하기를 요구받아 왔다.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라고 하지만 나의 삶 속에서 '민주'도, '인권'도, '평화'도 찾아볼 수 없었기에, 입시경쟁에 짓눌린 학교의 현실 속에서 민주주의라는 말을 신뢰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2013년, 고등학생운동 열사인 김철수 열사 추모제에 처음 참석하게 됐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나는 역사적 사건을 해석하고 현재와 과거의 사건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학생 열사들의 죽음은 슬픈 일이었지만, 그들이 오늘의 나와 연결되는 관계성이 없다고 여겼기에 큰 상실감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학생운동' 관련한 책을 구매해 읽어 봤지만 '고등학생운동'은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민주화운동의 수많은 죽음들 속에서 10대들의 모습이 제대로 기억되거나 기록되지 못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다. 고등학생운동이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드러나지 않고, 그들의 상실과 죽음은 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운동과 애도가 서열화되고 있다고 느꼈다.
내가 고등학생운동의 뜻을 이은 동료 같았다
1980, 1990년대에도 그리고 30~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입시경쟁 교육 개혁, 두발 복장자유, 보충자율학습 철폐 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청소년인권 문제다. <고등학생운동사>는 30여 년 전, 10대로서 고등학생운동을 실천했던 이들이 폭력, 탄압 등 부정의에 저항해온 기록이다.
고등학생운동 활동가들은 1980년대 말에 나온 청소년 무크지 <푸른나무>를 통해 "정말 사랑의 매인가?"라는 제목의 학교 체벌에 대한 글을 싣는 등 선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부당함을 비판하고 개선하고자 했을 때 돌아온 체벌, 탄압을 경험하면서도 저항을 이어갔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가시화되지 못해온 저항의 역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어서, 마치 내가 고등학생운동의 뜻을 이어온 동료 같다고 느꼈다.
청소년인권운동에서는 고등학생운동을 전사(前史)라고 부르고 있다. 정치적 존재로서 청소년이 실천해왔던 사회운동인 고등학생운동을 현재 청소년인권운동의 계보 속에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생운동사>라는 기록은 고등학생운동이 청소년인권운동과 단순히 비슷하거나 동일한 의제를 가지고 있는 과거의 역사에 그치지 않고 청소년인권의제의 보편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역사라고 생각한다. 청소년이라는 위치에서 경험한 부정의에 대한 투쟁, 그 과정에서 억압과 상실 등이 갖는 의미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유하며 함께 사유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운동과 청소년인권운동의 연결
이는 청소년인권운동이 고등학생운동에 갖는 일방향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등학생운동사>는 최근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한 정부와 교육부의 엉터리 말들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의 학생인권 혐오, 교육 문제와 학생을 억압하는 학교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청소년인권운동과 고등학생운동은 청소년이 직면했던, 그리고 직면하고 있는 폭력과 부정의에 대해 함께 기억하는 증인이자 목격자가 되어 서로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인권활동가로서 나는 고등학생운동의 시대를 지나온 것은 아니지만, 함께 역사를 기록하고 의미를 재구성하며 기록을 나눠 감으로써 나 역시 고등학생운동의 명예회복과 사회적 애도 등을 이뤄나가는 동료가 되길 바란다.
또한 고등학생운동 활동가들이 현재 청소년인권 침해 문제에 함께 관심을 갖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길 바란다. 각자의 시대와 경험을 엮어내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인 청소년인권 문제의 해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등학생운동과 청소년인권운동이 지속적으로 만나고 연결되길 바란다.

▲학습시간 줄이기 퍼포먼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에서 주최한 학습시간 줄이기 어린이날 퍼포먼스(2015년/광주)
[덧붙임]
"제2회 청소년인권포럼: 싸우는 청소년, 정치적인 청소년"을 개최합니다.
6월 28일, 제2회 청소년인권포럼이 열립니다.
포럼에서 '우리는 광장에 정치에 있었다'는 주제의 집담회를 통해 고등학생운동과 청소년인권운동이 만나고 연결 되고자 합니다.
<제2회 청소년인권포럼: 싸우는 청소년 정치적인 청소년>
"타협 없는 존재들의 역사를 말하다"
- 일시 : 2025년 6월 28일 (토) 13:30 - 17:00
- 장소 : 강북노동자복지관 201호 시청각실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환일길 13)
- 참가 신청 하러 가기 : https://apply.do/SBN2
- 참가비 (자료집 포함 금액)
일반 30000원
활기 정기후원인 20000원
청소년 5000원
- 입금 계좌 : 우리은행 1005-502-698382 (예금주 : 청소년활동기상청활기)
- 정기후원 가입 : https://donate.do/J68C
* 활기는 재정적으로 열악한 청소년인권단체들의 분담금과 동료 시민분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포럼 준비를 위해 후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포럼에는 대관비와 발제비, 교통비 지원, 자료집 제작비 등의 예산이 필요한데, 활기의 재정이 어렵습니다. ㅠㅠ 청소년운동의 활동 기반을 만드는 데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후원 부탁드립니다!



고등학생운동, 과거 기록 넘어 보편적 청소년인권 이야기로
- 청소년인권활동가의 눈으로 바라본 <고등학생운동사>
- 빈둥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나는 오랫동안 광주에서 살았다. 그리고 2010년 고등학생일 때에 학생인권조례 제정 서명운동을 하다가 학교와 교사로부터 탄압을 받은 경험이 있다. 당시 교사들은 하루 종일 설교를 하거나 수업 시간에 내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학생들에게 나를 따돌리도록 만들었다. "3류 영화 찍냐?"며 무례한 소리를 하고 발로 차는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청소년인권운동을 막 시작했던 시기였는데, 청소년·학생이라는 위치에서 나의 목소리를 내고, 권리 보장을 주장하는 게 참 어렵고 외롭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고등학생운동사>에서 저자들이 고등학생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고립감, 외로움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왔다.
민주주의도 민주화운동도 멀게만 느껴지던 삶
학교를 다닐 때 '민주화운동'은 그저 시험에 나올 수 있는, 열사 이름과 사건의 연도, 흐름을 암기해야 할 문제였고, '고등학생운동'은 한 번도 접한 적이 없었다. 학생일 때는 공부만 하기를 요구받아 왔다.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라고 하지만 나의 삶 속에서 '민주'도, '인권'도, '평화'도 찾아볼 수 없었기에, 입시경쟁에 짓눌린 학교의 현실 속에서 민주주의라는 말을 신뢰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2013년, 고등학생운동 열사인 김철수 열사 추모제에 처음 참석하게 됐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나는 역사적 사건을 해석하고 현재와 과거의 사건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학생 열사들의 죽음은 슬픈 일이었지만, 그들이 오늘의 나와 연결되는 관계성이 없다고 여겼기에 큰 상실감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학생운동' 관련한 책을 구매해 읽어 봤지만 '고등학생운동'은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 민주화운동의 수많은 죽음들 속에서 10대들의 모습이 제대로 기억되거나 기록되지 못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다. 고등학생운동이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드러나지 않고, 그들의 상실과 죽음은 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운동과 애도가 서열화되고 있다고 느꼈다.
내가 고등학생운동의 뜻을 이은 동료 같았다
1980, 1990년대에도 그리고 30~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입시경쟁 교육 개혁, 두발 복장자유, 보충자율학습 철폐 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청소년인권 문제다. <고등학생운동사>는 30여 년 전, 10대로서 고등학생운동을 실천했던 이들이 폭력, 탄압 등 부정의에 저항해온 기록이다.
고등학생운동 활동가들은 1980년대 말에 나온 청소년 무크지 <푸른나무>를 통해 "정말 사랑의 매인가?"라는 제목의 학교 체벌에 대한 글을 싣는 등 선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부당함을 비판하고 개선하고자 했을 때 돌아온 체벌, 탄압을 경험하면서도 저항을 이어갔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제대로 알지 못했던,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가시화되지 못해온 저항의 역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어서, 마치 내가 고등학생운동의 뜻을 이어온 동료 같다고 느꼈다.
청소년인권운동에서는 고등학생운동을 전사(前史)라고 부르고 있다. 정치적 존재로서 청소년이 실천해왔던 사회운동인 고등학생운동을 현재 청소년인권운동의 계보 속에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생운동사>라는 기록은 고등학생운동이 청소년인권운동과 단순히 비슷하거나 동일한 의제를 가지고 있는 과거의 역사에 그치지 않고 청소년인권의제의 보편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역사라고 생각한다. 청소년이라는 위치에서 경험한 부정의에 대한 투쟁, 그 과정에서 억압과 상실 등이 갖는 의미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유하며 함께 사유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운동과 청소년인권운동의 연결
이는 청소년인권운동이 고등학생운동에 갖는 일방향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등학생운동사>는 최근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한 정부와 교육부의 엉터리 말들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의 학생인권 혐오, 교육 문제와 학생을 억압하는 학교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청소년인권운동과 고등학생운동은 청소년이 직면했던, 그리고 직면하고 있는 폭력과 부정의에 대해 함께 기억하는 증인이자 목격자가 되어 서로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인권활동가로서 나는 고등학생운동의 시대를 지나온 것은 아니지만, 함께 역사를 기록하고 의미를 재구성하며 기록을 나눠 감으로써 나 역시 고등학생운동의 명예회복과 사회적 애도 등을 이뤄나가는 동료가 되길 바란다.
또한 고등학생운동 활동가들이 현재 청소년인권 침해 문제에 함께 관심을 갖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길 바란다. 각자의 시대와 경험을 엮어내면서도 동시에 보편적인 청소년인권 문제의 해결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등학생운동과 청소년인권운동이 지속적으로 만나고 연결되길 바란다.
▲학습시간 줄이기 퍼포먼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에서 주최한 학습시간 줄이기 어린이날 퍼포먼스(2015년/광주)
[덧붙임]
"제2회 청소년인권포럼: 싸우는 청소년, 정치적인 청소년"을 개최합니다.
6월 28일, 제2회 청소년인권포럼이 열립니다.
포럼에서 '우리는 광장에 정치에 있었다'는 주제의 집담회를 통해 고등학생운동과 청소년인권운동이 만나고 연결 되고자 합니다.
<제2회 청소년인권포럼: 싸우는 청소년 정치적인 청소년>
"타협 없는 존재들의 역사를 말하다"
- 일시 : 2025년 6월 28일 (토) 13:30 - 17:00
- 장소 : 강북노동자복지관 201호 시청각실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환일길 13)
- 참가 신청 하러 가기 : https://apply.do/SBN2
- 참가비 (자료집 포함 금액)
일반 30000원
활기 정기후원인 20000원
청소년 5000원
- 입금 계좌 : 우리은행 1005-502-698382 (예금주 : 청소년활동기상청활기)
- 정기후원 가입 : https://donate.do/J68C
* 활기는 재정적으로 열악한 청소년인권단체들의 분담금과 동료 시민분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포럼 준비를 위해 후원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포럼에는 대관비와 발제비, 교통비 지원, 자료집 제작비 등의 예산이 필요한데, 활기의 재정이 어렵습니다. ㅠㅠ 청소년운동의 활동 기반을 만드는 데에 여러분의 많은 지지와 후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