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에서 어린이의 모습은 해당 인물 자체에 대한 삶보다 어린이라는 집단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 가치관이 투영된 방식으로 재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로 어린이는 ‘어른’의 반대 위치에 자리하여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존재로 상징되곤 하죠. 어른 중심의 사회에서 분리되는 어린이는 순수라는 이미지 위에, 어른들에게 보호받고, 잘못을 하면 훈계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하며 한편으로 자신이 원하는 걸 손에 넣기 위해 떼를 써서라도 얻는 영악한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어린이가 폭력성을 보이면 더욱 공포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쉽게 타자화 되는 것 아닐까요?
올해 한국에서도 개봉한, 에실 보그트 감독의 스릴러 영화 <이노센트>에서도 보는 이에게 무섭고 이해하기 어려운 어린이가 등장합니다. 어린이들이 중심 인물인 이 영화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언니 ‘안나’와 안나를 돌봐야 하는 동생 ‘이다’, 염력을 가진 ‘벤자민’과 안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아이샤’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갑니다. 안나와 이다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왔고, 이다는 벤자민을 만나서 친하게 지내지만 동물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벤자민에게 껄끄러움을 느낍니다. 안나는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고 자신의 입이 되어주는 아이샤와 친구가 되면서 염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요. 네 명은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하지만 분노와 악의에 찬 벤자민이 초능력을 통해 사람들을 죽이면서 나머지 세 명은 벤자민을 막고자 고군분투합니다. 안나를 괴롭히던 이다가 바른 길로 나아가고, 악의에 찬 행동을 한 벤자민은 결국 죽음이라는 결과를 맞이하면서 둘은 대비되지요.
영화 시놉시스 중에 “가장 순수하고, 본능적이었던, 그래서 더욱 파괴적이고 잔인할 수 있었던 잔혹한 동심의 세계가 펼쳐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린이가 갖는 악, 어둠을 중요한 키워드로 다룬다는 걸 알 수 있죠. 하지만 동심주의를 뒤엎고자 했던 것 자체가 동심주의의 틀에 갇히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요? 순수하다는 것은 다른 것이 섞이지 않고, 개인적인 욕심이나 잘못된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누구든지 태어나면서 사회적·정치적·문화적 배경, 내가 속한 관계와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사회는 어떤 영향력이 차단된 진공 실험실이 아니고, 어린이 역시 그로부터 분리될 수 없으니 순수라는 용어가 나이를 척도로 사용되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입니다. 어른 중심의 시선에서 어린이를 순수하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어린이의 악한 행위가 어른의 것보다 더욱 잔인한 것이라 여기는 것일 테고요. 영화를 본 이들이 벤자민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어린이라는 존재가 순수의 굴레 속에서 다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당사자들의 감정과 세계를 중요하게 말하고자 한다면, 그들이 어른들과 맺는 관계에서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지 잘 다뤄져야 합니다. 영화는 의식적으로 어린이를 어른과 분리시켜 중심 사회를 배제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들의 관계는 분리될 수 없어서 많은 질문들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채 남았으니까요. 예를 들면, 안나에 대한 이다의 괴롭힘의 경우, 자신과 소통이 어려운 가족에 대한 돌봄이 어떻게 다가왔고, 친권자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요구받는 상황이었는지, 그것들이 이다가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과정이었는지 등의 것들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선한 인물로 나오는 아이샤가 우울증을 가진 모친과 둘이서 살면서 타인을 대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요. 벤자민이 또래들로부터 소외되어 온 것 뿐 아니라 작중 배경의 인종차별과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어보이는 모친과의 관계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고, 자신이 취할 수밖에 없던 입장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말이죠. 중심 인물의 성장이 있었지만, 어린이는 발달 현상을 실현하는 존재, 교육 받을 대상으로 남은 것은 아닌가 씁쓸한 리뷰를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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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둥의 둥망진창 둥리둥절’은 빈둥과 엉망진창, 어리둥절을 결합해서 짓게 된 이름이에요.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어리둥절 해온 시간, 그 속에서 켜켜이 담아온 여러 고민들을 적어보려 합니다.
[활동가의 편지💌]
빈둥의 둥망진창 둥리둥절 - 어린이와 순수의 굴레
미디어에서 어린이의 모습은 해당 인물 자체에 대한 삶보다 어린이라는 집단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 가치관이 투영된 방식으로 재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로 어린이는 ‘어른’의 반대 위치에 자리하여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존재로 상징되곤 하죠. 어른 중심의 사회에서 분리되는 어린이는 순수라는 이미지 위에, 어른들에게 보호받고, 잘못을 하면 훈계를 받아야 하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하며 한편으로 자신이 원하는 걸 손에 넣기 위해 떼를 써서라도 얻는 영악한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어린이가 폭력성을 보이면 더욱 공포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쉽게 타자화 되는 것 아닐까요?
올해 한국에서도 개봉한, 에실 보그트 감독의 스릴러 영화 <이노센트>에서도 보는 이에게 무섭고 이해하기 어려운 어린이가 등장합니다. 어린이들이 중심 인물인 이 영화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언니 ‘안나’와 안나를 돌봐야 하는 동생 ‘이다’, 염력을 가진 ‘벤자민’과 안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아이샤’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갑니다. 안나와 이다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왔고, 이다는 벤자민을 만나서 친하게 지내지만 동물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벤자민에게 껄끄러움을 느낍니다. 안나는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고 자신의 입이 되어주는 아이샤와 친구가 되면서 염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요. 네 명은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하지만 분노와 악의에 찬 벤자민이 초능력을 통해 사람들을 죽이면서 나머지 세 명은 벤자민을 막고자 고군분투합니다. 안나를 괴롭히던 이다가 바른 길로 나아가고, 악의에 찬 행동을 한 벤자민은 결국 죽음이라는 결과를 맞이하면서 둘은 대비되지요.
영화 시놉시스 중에 “가장 순수하고, 본능적이었던, 그래서 더욱 파괴적이고 잔인할 수 있었던 잔혹한 동심의 세계가 펼쳐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린이가 갖는 악, 어둠을 중요한 키워드로 다룬다는 걸 알 수 있죠. 하지만 동심주의를 뒤엎고자 했던 것 자체가 동심주의의 틀에 갇히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요? 순수하다는 것은 다른 것이 섞이지 않고, 개인적인 욕심이나 잘못된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누구든지 태어나면서 사회적·정치적·문화적 배경, 내가 속한 관계와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사회는 어떤 영향력이 차단된 진공 실험실이 아니고, 어린이 역시 그로부터 분리될 수 없으니 순수라는 용어가 나이를 척도로 사용되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입니다. 어른 중심의 시선에서 어린이를 순수하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어린이의 악한 행위가 어른의 것보다 더욱 잔인한 것이라 여기는 것일 테고요. 영화를 본 이들이 벤자민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어린이라는 존재가 순수의 굴레 속에서 다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당사자들의 감정과 세계를 중요하게 말하고자 한다면, 그들이 어른들과 맺는 관계에서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지 잘 다뤄져야 합니다. 영화는 의식적으로 어린이를 어른과 분리시켜 중심 사회를 배제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들의 관계는 분리될 수 없어서 많은 질문들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채 남았으니까요. 예를 들면, 안나에 대한 이다의 괴롭힘의 경우, 자신과 소통이 어려운 가족에 대한 돌봄이 어떻게 다가왔고, 친권자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요구받는 상황이었는지, 그것들이 이다가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과정이었는지 등의 것들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선한 인물로 나오는 아이샤가 우울증을 가진 모친과 둘이서 살면서 타인을 대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요. 벤자민이 또래들로부터 소외되어 온 것 뿐 아니라 작중 배경의 인종차별과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어보이는 모친과의 관계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고, 자신이 취할 수밖에 없던 입장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말이죠. 중심 인물의 성장이 있었지만, 어린이는 발달 현상을 실현하는 존재, 교육 받을 대상으로 남은 것은 아닌가 씁쓸한 리뷰를 남겨봅니다.
.🔸 ‘빈둥의 둥망진창 둥리둥절’은 빈둥과 엉망진창, 어리둥절을 결합해서 짓게 된 이름이에요.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어리둥절 해온 시간, 그 속에서 켜켜이 담아온 여러 고민들을 적어보려 합니다.
🔸 사진 설명 : 영화 <이노센트> 메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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