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음][뚝딱 지음 25호] 지켜보는 난다 - "활동할 결심"

202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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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지켜보는 난다 - "활동할 결심"


요즘 영화 '헤어질 결심'이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제 주변에는 여러 번 보러 가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저는 보고는 싶은데, 어쩌다보니 아직 못 봤어요... 사실 그래서 줄거리는 전혀 모르지만, 그냥 '~할 결심'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떠오르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스스로 끈질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왔어요. 갑자기 철봉에 오래 매달리기가 생각이 나는데, 무튼 그런 매달리기도 잘 못하고요. 학교를 다닐 때는 장래희망이 하도 자주 바뀌어서 '끈기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였을까요? 저는 '결심'이라는 말을 자주 쓰지 않았어요. 무언가를 결심했다면 우직하게 견디거나 쉽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그런 제가 어쩌다보니 이 활동을 꽤 오랫동안 하고 있는데요! 그리고 '지음'을 같이 만들고 지금은 '상근활동가'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갑자기 없던 끈기가 생겨서, 뭔가 엄청난 결심을 해서는 아닐 것입니다. 사실 '활동가'라고 하면 어쩐지 결의를 품고, 자신이 하는 일에 뚜렷한 확신을 가지며, 열정 가득! 이런 이미지도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인지 괜히 스스로를 '활동가'라고 하기 망설인 적도 있어요. 하지만 꼭 어떤 강한 결심이 있어야지만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는 걸까요? 

작년에 저와 같이 활동하는 동료들이 함께 만든 <지속가능한 청소년인권운동을 위한 전·현 활동가 연구: 계속하는 마음, 그만하는 마음>에서는 청소년인권활동가들의 활동 시작과 계기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어쩌다 활동가' 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어쩌다보니',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아마 많은 활동가들이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중에 '전업 활동가'가 꼭 되어야지" 하면서 마음을 먹고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학교에서 '장래희망'으로 '인권활동가'를 쓰기도 쉽지 않을 거고요. (만약 그러면 다시 적어내라고 할 것 같은... 학교에 대한 깊은 의심 😅)

이렇게 '결심'만으로 활동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편으로는 무엇이 '계속하는 마음'을 더 이어지게 해줄까, 를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그리고 그 결심은 그저 혼자서 마음을 먹는 것으로, 흔들리지 않고 변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다양한 요소들이 있겠지요? 때로는 결심과 결단이 필요한 순간도 있을 거예요. 무엇과는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할 수도, 또 무엇과는 더 깊이 이어질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오랫동안 '끈기가 없다'는 걸 저의 단점이라고 여겨왔지만, 지금까지 이런저런 활동을 하며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끈기가 없다는 건 뭘까? 그 기준은 누가 정한 걸까? 애초에 끈기란 뭘까? 어쩌다 시작하게 된 청소년인권운동,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활동가 친구들과 이 운동의 이야기를 통해 배운 것들이 저를 지탱해주고 있지 않나 싶어요. 

어린 사람이자 학생으로, 학교와 어른들로부터 평가를 받고 쉽게 비교당하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고, '성공'하려면 '좋은 대학' 가야 세상으로부터 인정받는다는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내가 이상한 게 아니었어', '나는 그냥 세상의 다양한 일들에 관심이 많았던 거구나' 하고 스스로를 긍정하는 법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면 활동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세상으로부터 '끈기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면 활동가가 천직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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