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음][청소년인권을 말하다] 게임 규제 때문에 여성가족부가 싫다고? - 여가부 폐지 대신 어린이·청소년 정책 체계의 재편이 필요하다

20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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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규제 때문에 여성가족부가 싫다고?

[청소년 인권을 말하다] 여가부 폐지 대신 어린이·청소년 정책 체계의 재편이 필요하다

공현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추진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부처의 기능이나 정책은 유지한 채 이름에서 '여성'을 뺀 새 부처를 만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기능과 정책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면, 어째서 부처를 폐지하고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일까? 이야말로 지금의 '여성부 폐지'가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백래시)과 차별·혐오에 찬성하는 연장선에서 강행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중앙정부의 명칭에 "여성"이나 "성평등(gender equailty)"이 들어가있는 것이 보기 싫으니, 이를 바꿈으로써 안티-페미니즘 성향 지지자들을 만족시키겠다는 것이 '여성부 폐지'의 속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 부처의 기능과 정책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논의 없이 이런 이유로 부처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다. 실질적으로 성평등·여성인권 정책이 위축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사회에 반인권적이고 차별적인 주장을 부채질하는 계기가 될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언론에서는 여성가족부를 대신할 명칭으로 '인구가족부'가 언급되었고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는 '미래가족부'라는 명칭이 흘러나오고 있다. 결국 '여성'과 '가족'을 인구 재생산 차원에서, 미래 인적 자원을 만드는 곳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드러내고 있는 듯한 명칭이다. 


오락가락하는 청소년 정책 담당 부처의 역사


여성가족부 논란에는 청소년 관련 이야기가 심심찮게 따라온다. 2022년 1월엔 여성가족부 내에서 '여성청소년가족부' 또는 '청소년여성가족부'로의 명칭 변경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른 한편,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게임 규제나 청소년보호·심의의 주무부처로서 일각의 반감을 산 바 있다. 2022년 3월 15일 MBC PD수첩 〈젠더 갈등과 여성가족부〉에서도 여성가족부 폐지에 찬성한다며 그 이유로 '게임 규제'를 언급하는 인터뷰가 등장하는데, 이때 게임 규제란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 등을 가리킨다. 존치 측이든 폐지 측이든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정책을 맡고 있는 것을 근거로 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애초에 왜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과연 적절한 것일까?

한국 정부 체계에 청소년 분야를 담당하는 곳이 만들어지고 "청소년"이란 명칭이 붙기 시작한 건 1988년, '청소년육성법' 시행에 따라 체육부에 청소년국과 청소년육성위원회가 만들어진 게 처음이었다. 이는 1993년 문화체육부 청소년정책실과 1997년 '청소년 보호법' 제정에 따른 청소년보호위원회 신설로 이어진다. 즉, 초·중·고 재학생으로서의 청소년들에 관한 정책(교육 정책)을 교육부가 담당했다면, 그 외의 청소년 관련 정책은 문화체육부가 문화 정책의 영역에서 다루었다. 그 주요 기조는 '육성'과 '보호'였고, 청소년을 훈육과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고 청소년 정책을 협소하게 만든다는 문제점이 뚜렷했다. 

한편, 민주화의 진전과 유엔아동권리협약 가입, 청소년인권운동의 대두 등으로 청소년 정책에서 청소년 인권 신장과 참여 확대에 무게를 두자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1998년 문화관광부(구 문화체육부)가 발표한 새 '청소년헌장'이 이런 변화가 반영된 것이었다. 이와 같이 육성, 보호, 참여 등 여러 기조와 갈래로 시행되던 청소년 정책과 그 담당 부서들을 통합하고 종합적인 정책을 집행하기 위하여 노무현 정권은 2005년 국무총리 산하 국가청소년위원회를 신설했다.

그러나 국가청소년위원회는 만들어진 지 몇 년 안 돼, 정권이 바뀌자마자 사라지게 된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은 국가청소년위원회를 없애고, 다시 보건복지가족부 산하의 아동청소년정책실과 청소년보호위원회로 조직을 나눈다. 청소년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가 '문화'가 아닌 '가족'이란 이름 아래로 들어가게 된 것은 이때부터다. 2010년 여성부가 여성가족부가 될 때, 보건복지가족부가 담당하고 있던 청소년 분야도 여성가족부로 옮겨오게 된다.

그 뒤로 10여 년간 청소년 관련 정책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주로 3개 부처가 담당하는 체계가 자리 잡았다. 학교 및 학생 관련 교육 정책은 교육부, 아동 관련 정책과 복지 정책은 보건복지부, 그 외의 청소년 정책들(학교 밖 청소년 관련 정책, 위기·취약 청소년 발굴 및 지원, 유해매체·유해환경 심의 및 단속 등 청소년 보호, 청소년활동·행사 진흥, 참여 활성화 등)은 여성가족부가 담당했다. 즉, 여성가족부가 게임 등 콘텐츠 규제나 연령 심의를 하고 있는 것은 여성부나 여성주의(페미니즘)가 규제를 선호하기 때문이 아니라, '청소년 보호법' 등 청소년 정책과 역할의 계보가 보건복지'가족'부를 거쳐 여성'가족'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청소년 정책 담당 부처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에서 교육 정책 외의 청소년 정책을 어느 부처가 맡아야 할지, 어떤 관점과 기조로 접근해야 할지는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오락가락했다. 청소년 정책 파트는 마치 떼었다 붙였다 하는 옵션 부품처럼 여러 부처를 떠돌았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 때 청소년 분야 정책을 '가족' 분야의 하위에 둔 것은 청소년을 가족의 일부로, 복지와 위기 지원의 대상으로 여기는 기조에 더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를 다시 여성가족부로 옮긴 것은 여성과 청소년이 '가족'의 틀 안에 같이 묶일 수 있는 존재라고 간주하는 관점이 반영된 것처럼 읽힌다. 물론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정책은 그런 틀에 한정되지는 않았지만, 한동안 청소년 정책은 청소년 보호와 취약·위기 청소년에 대한 복지·지원에 방점을 찍고 운영되었고, 더 포괄적인 청소년 정책이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어린이·청소년인권법을 어디가 담당할지 알 수 없는… 


청소년인권단체들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국내에서 충실하게 이행하고 어린이·청소년의 인권 관점에 입각하여 종합적 정책을 운용하기 위한 기본법으로서 '어린이·청소년인권법' 입법을 주장하고 있고, 법안에 대해 국회의원들과 논의해왔다. '아동인권법 제정'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기도 했다. 그런데 도중에 부딪친 문제 중 하나가 이 법률을 만들면 주무부처를 보건복지부가 맡을지, 여성가족부가 맡을지, 교육부가 맡을지가 애매모호하다는 것이었다. 어디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가운데 아직도 '어린이·청소년인권법'은 표류하고 있다. 

청소년 정책 담당 부처의 역사나 어린이·청소년인권법을 맡을 부처가 불확실한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청소년 정책에 관한 체계 개편과 재정비는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여성가족부 등 3개 부처가 담당하는 체계에는 문제가 크다. 교육 영역과 아동·복지 영역, 청소년 영역이 제각각 운영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정책'이란 다른 부처의 잔여 영역을 모아놓은 것에 가깝다는 게 큰 문제다. 교육부와 비교하자면 '학생이 아닌' 학교 밖 청소년들, '학교가 아닌' 청소년기관들이 '청소년 정책'의 대상이 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 정책'이라는 라벨이 붙은 정책들은 청소년들의 삶 전반을 고민하여 접근하지 못한다. 가령 청소년의 생활 중 큰 비중을 차지할 학교생활이나 교육에 관한 정책은 직접 다룰 수 없다. 이런 식이어서는 '청소년 정책'은 영향력이 약한, 비주류 분야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어린이·청소년부 같은 것을 별도로 설립하자고 제안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주요 정부 부처들과 지자체를 아울러 최대한 어린이·청소년 정책을 담당하는 인력과 부서를 두고, 이를 조정하고 종합적 정책을 세우는 위원회나 조정기구를 만드는 것이 더 적절할 듯싶다. 교육, 복지, 보육, 노동, 문화, 교통 등 각 분야에서 모두 어린이·청소년 정책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동인권영향평가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적용 범위를 넓히고, 어린이·청소년이 실질적으로 자율성과 권한이 있는 청소년의회 등 참여기구를 통해 정책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와 지원도 필요하다. 어린이·청소년이 인권을 보장받고 시민으로서 함께 살아간다는 원칙이 국정 전반에 반영되게 하며, 어린이·청소년의 삶을 포괄적으로 살피고 지원하는 정책을 위해 어떤 체계가 효과적일지 연구와 토의가 필요하다.

"적절한 예산과 인력을 보장받는 성평등 정책 전담 기구"로서 여성부는 존치되고 성평등 정책도 국가 정책 전반으로 더 강화되어야 마땅하다. 원칙적으로 정부는 국제인권규범과 헌법 등에 따라 사회 구성원, 특히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지원할 의무를 가진다. 그러니 윤석열 정권이 여성부를 폐지하느니 마니 하는 해로운 논쟁은 그만하고, 여러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에 더 신경 쓰면 좋겠다. 그 일환으로 여성가족부의 틀과 지금 같은 체계의 문제를 해결한 어린이·청소년 정책 수립 및 집행 체계를 만들기를 바란다.



[청소년인권을 말하다]는 지음의 활동가들이 함께 작성하며, '프레시안'을 통해 기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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