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음][뚝딱 지음 52호] 지켜보는 난다 - 우리들의 실패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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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지켜보는 난다 - 우리들의 실패



"특별히 관심을 둔 것도 아닌데 나는 올해 수능 만점자가 어느 학교를 나왔고 선택과목은 무엇이며 어느 전공을 희망하는지 알고 있다. 거의 모든 언론에서 일제히 보도했기 때문이다. (...) 수능 만점자가 보도된 그날, 2018년 김용균씨 사망 책임을 묻는 3심 재판에서 어느 책임자도 실형을 받지 않았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12월 11일에 경향신문에 실린 <수능 만점자를 알아야 할까>라는 제목의 칼럼 내용 중 일부입니다. 저도 인터넷 메인에 올라와 있는 기사들을 보며 수능 만점자의 소식을 알게 되었는데요. 수능 만점자를 자세히 인터뷰한 내용이 이렇게 많은 언론들이 보도할 만큼의 이슈인건가 불편한 마음이 들던 중 반갑게 읽은 칼럼이었습니다.

성공담, 공부 잘하는 사람, 1등, 합격에 주목하는 현상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도 하지만, '만점자'에 관심을 갖는 동안 '실패담'은 더 드러나기 어려워집니다. 특히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시기에는 '수능 대박' 등 대학 진학을 기본으로 여기고 응원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런 쏠림 현상은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올해 수능일에는 '투명가방끈'에서 준비한 우리 사회와 학교가 '실패'로 이름 붙이는 모든 것들을 위한 축제가 있었어요. 축제의 제목은 "우리들의 실패, 실패자들의 연대. 절망과 실패의 손을 잡고 춤을 추자"였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는 세상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실패를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어요. 실패담을 나누다보니, 지금 이 경쟁 체제와 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실패와 불행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어떻게 사람들을 갈라놓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우리 운동에서도 실패의 경험이 많습니다. 주변 활동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절망감이나 회의감, 우울함을 느끼는 동료들도 많은 것 같아요. 며칠 전 12월 15일에는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충남도의회 본회의에 이 안건이 상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도, 본회의가 열리는 날 직접 현장에 가서 방청을 하면서도, 도의원들의 토론이 진행된 후 투표로 통과되는 걸 보면서도 처음에는 잘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는 분명 인권의 후퇴이고, 우리들의 실패이기도 합니다. 또 다른, 더 많은 실패를 앞두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도 지금, 여기, 함께 싸우는 이들이 있습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함께 비를 맞았던 그 순간들이 제 마음도 다시 일으켜주었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절망과 실패의 손을 잡고, 성공담에 지지 않고, 계속 해나가려고 합니다.


🔸'지켜보는 난다'라는 코너명은 '요조 - 보는 사람', 그리고 '임재범 - 너를 위해' 라는 노래 속 가사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이 노래 많이 아시죠?😉) 난다가 쓰는 [활동가의 편지]는 주로 노래 가사나 책 속의 한 문장, 드라마나 영화 속 대사에서 건져올린 이런저런 생각들을 나눠보려고 해요. 함께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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