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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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충남 학생인권조례 존치, 마땅한 결과다
-충남도의회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부결에 부쳐
2024년 2월 2일, 충남도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부결되었다. 지난 12월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던 폐지안이 충남교육감의 재의요구에 따라 재의 절차를 밟게 되어, 가결 정족수인 2/3를 넘지 못한 것이다.(재석 43명, 찬성 27명) 애초에 학생인권조례의 폐지 요구 자체가 그 근거가 빈약하고 반인권적·반민주적이므로, 충남 학생인권조례가 폐지가 무산된 것은 마땅하고 옳은 결과라 하겠다. 우리는 이번 부결 소식을 환영하는 한편, 여전히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폐지·후퇴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경각심을 촉구한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공격은 어린이·청소년을 자신들의 뜻대로 통제하고 강압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 의해,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원하는 일부 종교단체에 의해, 자유롭고 다양하고 민주적인 학교를 두려워하는 세력에 의해 10여 년간 이어져 왔다. 교사들의 위험하고 열악한 노동 환경과 학교 안의 갈등 상황이 이슈가 되자, 윤석열 대통령, 이주호 교육부 장관, 국민의힘 등은 기다렸다는 듯 학생인권조례 탓을 하고 나섰다.
교육부 장관은 ‘생활지도 고시’로 학생인권 침해를 조장하며,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발표하며 각 지자체의 학생인권조례 폐지·후퇴를 압박하고 있다. 서울, 충남 등에서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의회에서 논의 중이다. 전북, 제주, 경기, 광주 등에서도 학생인권조례의 개악 및 축소가 추진되고 있다. 2023년은 그야말로 학생인권을 마녀사냥하고 그 싹을 꺾으려는 광풍이 불었고, 지금까지도 바람은 그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비록 한 차례 의회를 통과했지만 끝내 부결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몇몇 도의원을 비롯해 사람들에게 학생인권조례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이야기해 온 우리들의 목소리가 가닿은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충남도의회 과반수 의원은 조례 폐지에 찬성했으며 이후로도 학생인권 관련 예산 및 사업을 칼질하는 등 방해가 예상된다. 여타 지역에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후퇴 시도가 이어질 것이다. 이미 교육부의 행보 속에 학생인권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례가 들려오고 있다.
언제까지 당연하고 마땅한 일을 마음 졸이며 기도하고 기다려야 할까. 학생인권은 적당히 짓밟혀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언제까지 들어야 할까. 우리는 이미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지키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모든 지역,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자 원칙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국회에선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법률안이 제정되어야 하며, 학교 현장에선 학칙과 교육 환경을 개혁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함께 나서서 학생인권을 이야기해야 한다. 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부결된 오늘을 돌아보며, ‘별일 다 있었지, 그래도 부결된 게 당연했지’ 하고 마음 편히 고개 끄덕일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2024년 2월 3일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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