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윤석열 심판'을 명분으로 신자유주의와 결탁하는 '연합정치'를 비판한다
체제전환운동의 정치를 시작하자
2월 13일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 연합정치시민회의가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이들은 22대 총선용 ‘통합비례정당’을 만들기로 합의하고 심지어 녹색정의당에 동참하도록 촉구했다. 4년 전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왜곡한 주범이었던 ‘위성정당’이 이번 총선에서는 ‘윤석열 심판’의 빅텐트로 돌변한 것이다.
이토록 뻔뻔스러운 변화를 ‘연합정치시민회의’라는 시민운동 세력과 진보당을 비롯한 진보정치세력이 주도하고 있다. 참담한 현실이다.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기치로 30여 년 이어온 ‘진보정당운동’의 한 시대가 마감되고 있다. 2000년 낙천낙선운동 이후 ‘정책연대’와 ‘정치적 중립성’을 내세우며 형성된 시민운동의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변화가 어느날 갑자기 찾아왔을 리 없다.
진보정당을 포함한 사회운동의 ‘반보수 전선’ 투쟁, ‘민주대연합’ 선거전술의 역사와 뿌리는 깊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선거 시기 횡행하는 ‘정치공학’의 결과가 아니다. 사회운동이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를 회피하며 스스로 정치적 전망을 세우는 데 실패한 결과다. 지난 30년 동안 번갈아 집권해 온 보수양당체제를 누구나 쉽게 비판하지만 보수양당이 자본과 함께 만들어낸 공고한 신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저항은 점차 사라졌다.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아래 한국사회는 갈가리 찢겨나갔다. 불안정노동의 확산은 가혹한 경쟁과 각자도생의 삶을 구조화했다. 성별, 학력, 연령, 지역 등은 생존 경쟁의 자원이 되었고 정치는 이를 부추기며 자신들의 정치적 자산 만들기에 몰두했다. 주거, 의료, 교육, 교통, 에너지와 같은 사회공동체의 기반은 지속적으로 사유화 흐름에 내맡겨졌다. 그 결과는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 시장 폭발’, ‘전기가스요금 폭등’, ‘필수의료 붕괴’, ‘학교 현장의 위기’ 등으로 드러나고 있다. 기후위기는 이 모든 것을 함축하는, 자본이 이윤을 위해 사회와 자연을 가혹하게 착취하고 수탈한 폐허의 다른 이름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자본의 권력은 공고해졌다. 정치는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자본에 봉사하며 시장을 공정함의 대명사로 만들며 불가침의 영역을 만들었다. 이것이 보수양당이 합심해 만들어낸 정치의 핵심이다. 우리가 겪는 삶의 위기로부터 존엄과 평등의 권리를 세워가는 정치의 본질은 지워버렸다. 보수양당은 자신이 제한한 정치의 틀 안에서 사회운동의 과제를 취사선택하여 포장지로 써왔을 뿐이다.
‘윤석열 정권’의 문제는 권력을 탐하는 특정 인물이나 반공 자유주의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심판해야 할 것은 윤석열 정권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본의 폭력과 수탈이다. 민주당이 여기에 공모하고 있음은 더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민주당은 한국사회에 신자유주의의 기틀을 다진 정당이다. 국민의힘이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신자유주의를 관철시켜왔다면, 민주당은 사회적 갈등을 관리하려는 시늉을 해왔다는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연합정치가 개혁과 진보를 내건들 일부 진보정당과 시민운동의 생존과 이해가 걸린 이합집산이라는 점을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민주당과 함께 비례명부를 만들겠다는 것은 단지 이번 총선에서의 ‘전술’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사회운동을 민주당의 일부로 각인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며, 윤석열이 심판된들 그것은 민주당을 승리자로 만들어줄 뿐이다.
우리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펼쳐진 현실 속에 주저앉지 않는다. 사회운동이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를 직시하며 자신의 전망을 세우지 못할 때 남는 앙상한 현재를 우리의 역사로 반추하며 체제전환운동의 정치를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현재 겪는 삶의 위기와 고통, 분노가 ‘정권 탈환’의 불쏘시개로 소비되지 않도록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려는 민중의 세력화에 나설 것이다. 체제전환운동의 정치는 신자유주의에 공모하는 연합정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투쟁하는 민중이 정치적 주체로 세력화할 수 있도록 자본주의 체제와 단절하고 대안사회로 나아갈 운동의 이념과 전망을 밝혀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 변혁을 위한 실천은 ‘정치’의 성격과 경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한 시대가 마감하는 자리에는 언제나 다음 시대를 시작할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시대와 불화한 수많은 운동들과, 우리의 삶과 세계를 비탄에 빠뜨리지 않으려는 민중이 있다. 우리는 지나간 시대와 즐겁게 이별하려 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나긴 투쟁의 여정을 3월 23일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에서 시작하려 한다. 해방의 꿈을 잃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운동을 일궈온 모든 ‘동지’들과 함께!
2024년 2월 16일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 조직위원회
[성명] '윤석열 심판'을 명분으로 신자유주의와 결탁하는 '연합정치'를 비판한다
체제전환운동의 정치를 시작하자
2월 13일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 연합정치시민회의가 ‘민주개혁진보 선거연합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이들은 22대 총선용 ‘통합비례정당’을 만들기로 합의하고 심지어 녹색정의당에 동참하도록 촉구했다. 4년 전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왜곡한 주범이었던 ‘위성정당’이 이번 총선에서는 ‘윤석열 심판’의 빅텐트로 돌변한 것이다.
이토록 뻔뻔스러운 변화를 ‘연합정치시민회의’라는 시민운동 세력과 진보당을 비롯한 진보정치세력이 주도하고 있다. 참담한 현실이다. ‘노동자 민중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기치로 30여 년 이어온 ‘진보정당운동’의 한 시대가 마감되고 있다. 2000년 낙천낙선운동 이후 ‘정책연대’와 ‘정치적 중립성’을 내세우며 형성된 시민운동의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이와 같은 변화가 어느날 갑자기 찾아왔을 리 없다.
진보정당을 포함한 사회운동의 ‘반보수 전선’ 투쟁, ‘민주대연합’ 선거전술의 역사와 뿌리는 깊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선거 시기 횡행하는 ‘정치공학’의 결과가 아니다. 사회운동이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를 회피하며 스스로 정치적 전망을 세우는 데 실패한 결과다. 지난 30년 동안 번갈아 집권해 온 보수양당체제를 누구나 쉽게 비판하지만 보수양당이 자본과 함께 만들어낸 공고한 신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저항은 점차 사라졌다.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아래 한국사회는 갈가리 찢겨나갔다. 불안정노동의 확산은 가혹한 경쟁과 각자도생의 삶을 구조화했다. 성별, 학력, 연령, 지역 등은 생존 경쟁의 자원이 되었고 정치는 이를 부추기며 자신들의 정치적 자산 만들기에 몰두했다. 주거, 의료, 교육, 교통, 에너지와 같은 사회공동체의 기반은 지속적으로 사유화 흐름에 내맡겨졌다. 그 결과는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 시장 폭발’, ‘전기가스요금 폭등’, ‘필수의료 붕괴’, ‘학교 현장의 위기’ 등으로 드러나고 있다. 기후위기는 이 모든 것을 함축하는, 자본이 이윤을 위해 사회와 자연을 가혹하게 착취하고 수탈한 폐허의 다른 이름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자본의 권력은 공고해졌다. 정치는 ‘경제성장’을 명분으로 자본에 봉사하며 시장을 공정함의 대명사로 만들며 불가침의 영역을 만들었다. 이것이 보수양당이 합심해 만들어낸 정치의 핵심이다. 우리가 겪는 삶의 위기로부터 존엄과 평등의 권리를 세워가는 정치의 본질은 지워버렸다. 보수양당은 자신이 제한한 정치의 틀 안에서 사회운동의 과제를 취사선택하여 포장지로 써왔을 뿐이다.
‘윤석열 정권’의 문제는 권력을 탐하는 특정 인물이나 반공 자유주의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심판해야 할 것은 윤석열 정권을 통해 이루어지는 자본의 폭력과 수탈이다. 민주당이 여기에 공모하고 있음은 더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민주당은 한국사회에 신자유주의의 기틀을 다진 정당이다. 국민의힘이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신자유주의를 관철시켜왔다면, 민주당은 사회적 갈등을 관리하려는 시늉을 해왔다는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연합정치가 개혁과 진보를 내건들 일부 진보정당과 시민운동의 생존과 이해가 걸린 이합집산이라는 점을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민주당과 함께 비례명부를 만들겠다는 것은 단지 이번 총선에서의 ‘전술’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사회운동을 민주당의 일부로 각인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며, 윤석열이 심판된들 그것은 민주당을 승리자로 만들어줄 뿐이다.
우리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펼쳐진 현실 속에 주저앉지 않는다. 사회운동이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를 직시하며 자신의 전망을 세우지 못할 때 남는 앙상한 현재를 우리의 역사로 반추하며 체제전환운동의 정치를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현재 겪는 삶의 위기와 고통, 분노가 ‘정권 탈환’의 불쏘시개로 소비되지 않도록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서려는 민중의 세력화에 나설 것이다. 체제전환운동의 정치는 신자유주의에 공모하는 연합정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투쟁하는 민중이 정치적 주체로 세력화할 수 있도록 자본주의 체제와 단절하고 대안사회로 나아갈 운동의 이념과 전망을 밝혀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 변혁을 위한 실천은 ‘정치’의 성격과 경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한 시대가 마감하는 자리에는 언제나 다음 시대를 시작할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시대와 불화한 수많은 운동들과, 우리의 삶과 세계를 비탄에 빠뜨리지 않으려는 민중이 있다. 우리는 지나간 시대와 즐겁게 이별하려 한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나긴 투쟁의 여정을 3월 23일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에서 시작하려 한다. 해방의 꿈을 잃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운동을 일궈온 모든 ‘동지’들과 함께!
2024년 2월 16일
체제전환운동 정치대회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