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카드뉴스] '민식이법 놀이' 때문에 어른들이 위험하다고?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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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놀이' 때문에 어른들이 위험하다고?

[주장] 실체 없는 '민식이법 놀이' 괴담.. 역차별 담론의 전형적인 모습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채움활동가인 치리 님이 쓴 글입니다.


소위 '민식이법 놀이'라는 개념 자체가 상당히 불분명합니다. 누구는 '민식이법'을 악용하여서 운전자를 놀래키거나 합의금, 보험금 등을 받아내려고 하는 일종의 자해공갈이라고 말하고, 누구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어린이들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자동차 주변을 뛰어다니거나 차체를 만지는 등의 놀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증거라고 제시되는 것은 대부분 어린이·청소년들이 갑자기 자동차 앞으로 나오거나 위험하게 길을 건너는 블랙박스 영상인데요. 그런 영상들은 그저 위험하게 길을 건너거나 자동차 앞으로 나오는 어린이들이 있다는 걸 보여줄 뿐, 그것이 '유행하는 놀이'인지, '민식이법'과 어떻게 관련된 것인지도 보여 주지 않습니다. 그저 그런 영상들을 보면서 "어린이들 사이에 민식이법 놀이가 유행해서 저런 행동을 하는 것 같다"라는 유튜버나 인터넷커뮤니티의 추측성 이야기가 어느새 사실로 확정되어 퍼지고 있을 뿐입니다.

글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했지만 '민식이법'이라는 법 호칭을 언론 등에서 반복하는 것도 개선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사망한 김민식 님의 이름이 법안에 붙게 된 것은 물론 그 유가족의 법 개정 노력 등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린이 사고 희생자를 하대하며 '민식이'라고 부르는 이름이 붙은 이 명칭(만일 희생자가 어린이가 아니었다면 김민식법 등으로 불렸겠죠)은 이젠 어린이·청소년 혐오 현상과 결부되어 소비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당연히 지켜야 했던 어린이보호구역 내 속도 규정, 주의 의무 등을 반드시 지키도록 하려는 법이 마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특혜이자 시혜인 것처럼 생각되고 운전자들이 피해자인 것처럼 얘기하는 게 퍼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 소수자들에 대한 공격에 경각심을 갖고 정치적·사회적 대응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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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식이법 놀이' 때문에 어른들이 위험하다고?

[주장] 실체 없는 '민식이법 놀이' 괴담.. 역차별 담론의 전형적인 모습


[2] 이 글은 '민식이법 놀이'라는 게 유행한다는 이야기 속에 있는 어린이·청소년 혐오를 지적합니다.

어린이·청소년이 갑자기 찻길에 나오거나 자동차 앞/옆을 위험하게 다니는 영상들을 모아 보면서, 그걸 단지 '위험한 상황'이나 '부주의한 행동'으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민식이법 놀이'이다, 심지어 '그런 놀이가 어린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것 같다', '잘못된 법 때문에 운전자들이 억울하다'라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은 명백히 사회적 인식과 해석의 문제입니다.


[3] '민식이법 놀이'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 어느 지역, 어느 연령대, 어느 성별에서 얼마만큼 유행하는지에 대한 실체가 없다. 어린이 몇 명의 행동이나 장면이 과대 대표되어, 어린이들 전반을 '죽을 수도 있는 일을 놀이로 여기는 위험한 집단'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는 첫째 어린이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뭉뚱그려 본다는 점, 둘째 어린이들의 행동에 대해 무지하다는 점, 셋째 '어른'들을 우롱하기 위해 '차량 앞에서 일부러 뛰쳐나올 것'이라고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점에서 어린이에 대한 혐오 선동에 가깝다."


[4] "이런 운전자들의 태도는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인식을 부추긴 원인들이 존재했던 까닭이다. 이는 바로 혐오 선동을 일삼는 이들과 그들의 말을 '받아쓰기'하는 언론 때문 아닐까 싶다. 일부 유튜버들이나 언론사들은, '민식이법'을 검색하면 나오는 천편일률적인 동영상들, 사고 블랙박스 영상을 보며 '민식이법 놀이'를 하는 것인지 아닌지 당사자의 의견과는 전혀 상관도 없이 이야기를 하며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를 하고 있다. 국가기간통신사와 주요 일간지, 방송 3사 모두 '민식이법 놀이'에 초점을 맞춘 기사들을 내보냈는데, 그중 대부분은 어린이 당사자에 대한 취재 하나 없다."


[5] "'민식이법 놀이' 운운하며 지레 겁을 먹는 것은 단순히 어린이를 하나의 집단으로 상정하여 악마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어린이들이 자신들을 보호하는 제도를 악용하는 악의적 행동을 할 거라는 담론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위한 조치를 도입하자 이 때문에 자신들이 억울한 피해를 본다고 느끼는 역차별 담론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민식이법 놀이'라는 괴담을 쉽게 수용하고 전파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 뒤에는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혐오·차별 현상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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