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지음][뚝딱 지음 42호] 지켜보는 난다 - '뭘 모르는' 사람들

202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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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지켜보는 난다

- '뭘 모르는' 사람들



“아휴~ 참, 이분들이 뭘 모르시네.” 


지금 정치는 왜 이 모양 이 꼴일까요, 한숨 같은 대화와 이런저런 고민을 나누던 중 상대방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농담처럼 허허 웃으며 한 이야기였고 다른 화제로 바로 이어졌지만 저는 잠시 그 말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아요. 


한동안 이 말을 곱씹게 되는 이유를 짚어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무엇을 몰랐던 걸까요? '뭘 모른다'라는 말 뒤에 숨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상대방은 "세상이 원래 다 그렇다"는 약간의 체념과 "그런 일은 워낙 많으니 너무 괘념치 마시라"라는 위로가 섞인 이야기를 건네고 싶었으려나요? 


어쩌면 저는 정말 뭘 모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노조 활동 하기가 왜 이렇게 힘겨워야 하는지. 왜 국가 마음대로 독재자를 용서하는지, 잘못한 일에 제대로 된 사과조차 없는지. 왜 차별금지법도, 학생인권법도 못 만드는지. 차별과 폭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언제까지 ‘나중에’라는 말에 가로막혀야 하는지. 


그런데 우리는 정말 모르는 걸까요? 사실은 아니까, 아는데, 그게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른다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요.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물어보고, 알려고 하고, 살필 수 있는 게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러고보면 변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겐 종종 '세상물정 모르는', '철없는' 딱지(?)가 붙는 것 같아요. 특히 구조의 변화와 소수자의 인권 보장을 요구하면 '뭘 모르고 하는 소리', 극단적으로는 '비전문가의 억지/생떼'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현장에 와보고 그런 소리 해라", "~안 해봤으면/모르면 말 얹지 말라"라는 말로 기존에 당연하게 여겨지던 관행이나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지받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있지요. 


이 '모른다'는 말은 어떤 존재에게 언제 쓰이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어떤 선택이나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저는 모릅니다", "제 관심/담당이 아니어서요"라는 말로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모르는 것이 오히려 권력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몰라도 되니까, 모른 채로 살아도 괜찮으니까요. 한편 사회적 힘을 갖지 못한 소수자-어린이·청소년 등의 경우는 어떤 순간엔 몰라도 되고 혹은 몰라야 하며, 어떤 순간에는 이것도 모르냐며 타박받기도 한다는 점을 떠올려보게 되네요. 


그래서 저는 '뭘 모르는' 사람들이 계속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뭘 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요. 그래도 그냥 앞으로도 안된다고 안 할 건 아니니까,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며 꾸준히 해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 '지켜보는 난다'라는 코너명은 '요조 - 보는 사람', 그리고 '임재범 - 너를 위해' 라는 노래 속 가사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이 노래 많이 아시죠?😉) 난다가 쓰는 [활동가의 편지]는 주로 노래 가사나 책 속의 한 문장, 드라마나 영화 속 대사에서 건져올린 이런저런 생각들을 나눠보려고 해요. 함께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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