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타투, 후뚜맞'? 왜 청소년 타투는 더 욕을 먹을까
청소년을 위한 '타투 합법화'는 없다
이은선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5년 전 나는 만 18세 청소년일 당시 처음 타투를 받게 되었다. 현재와 마찬가지로 그 당시에도 의료인 이외에 타투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타투를 받고 싶어 여러 타투샵에 문의를 했지만 "미성년자는 받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비의료인인 타투이스트가 타투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상황에서 왜 암묵적으로 청소년의 타투만 금지하는 것인지 의아했다.
그 때문에 결국 내가 원하던, 실력이 검증된 타투샵을 선택해서 타투를 받지 못했다. 나에게 기꺼이 타투를 시술해 주겠다고 한, 갓 타투이스트를 시작한 지인을 통해 타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타투는 다 번지며 망하게 되었고, 옆에 있던 그나마 실력 있는 사람이 와서 조금 수정을 해 주었다. 청소년들로서는 아예 타투를 받을 권리를 포기하거나, 혹은 더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은 시술을 감내한다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는 없는 것이다. 사실상 타투 시술이 불법인 지금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배제당한 청소년들은 한층 더 위험하고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문신·반영구화장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11건 계류되어 있다. 타투가 점점 보편화되고 있는데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고 있지 못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타투업법안'을 발의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강기윤·엄태영·홍석준·최영희·조명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최종윤·송재호·한정애·김영주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들은 대체로 문신업자 및 반영구화장업자를 대상으로 면허와 업무 범위, 위생관리 의무 등을 규정하고, 문신업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등을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타투 관련 시술이 의료 목적이 아닌 미용이나 예술적 표현의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타투업을 활성화함으로써 윤리적인 운영과 위생적인 관리를 증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해당 법안들에는 "반영구화장사와 타투이스트는 미성년자에게 반영구화장 또는 타투 행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등 청소년의 타투를 금지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청소년의 타투는 왜 더 욕 먹나
리서치기업 엠브레인에서 2014년 및 2018년 타투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14년 47.5% → 18년 65.2%), 이제는 주변에서 타투를 흔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타투를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라 생각하는 인식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선타투 후뚜맞'이라는 표현이 여전히 많이 들리는 상황에서 어린 사람들이 타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가 적용되고 있지 않은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선타투 후뚜맞'은 타투를 먼저 하고 나중에 부모님에게 뚜들겨 맞는다는 뜻이다. 타투를 하는 것이 언제부터, 왜 맞아야 될 짓이 되었을까.
우리 사회는 청소년이 미성숙하고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박탈해 왔다. 그 자체가 불법이거나 아직 제도적 기준이 없는, 타투와 같은 영역에서조차 보호라는 명목으로 아무런 법률적 기준 없이 청소년에게만 부모의 동의를 요구하거나, 아예 시술을 거부하고 있다. 그 기준 또한, 타투이스트 개인에 따라 다르고 기준이나 근거도 모호하다. 타투는 그 특성상 한번 하고 나서 나중에 지우기 어렵기 때문에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며, 타투 시술을 받기로 한 청소년의 결정 자체를 미성숙한, 철없는 것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타투의 영구성은 타투이스트가 충분히 안내를 하고, 이를 들은 청소년이 결정해야 할 부분이지 청소년의 타투가 원천적으로 금지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타투를 시술받았을 때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물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몸에 문양/그림을 반영구적으로 새기는 것 자체에서 온다기보다는, 타투를 했다는 사실을 사회에서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로 인해 편견 어린 대우와 수군거림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후회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내가(사회가) 나서서 후회하게 해 주겠다"는 말과 같다. 사회적 편견은 개선할 의지도 없이 쉽게 금지라는 방법을 내세우는 것은 주객전도일 수밖에 없다.
물론 사회의 편견이 아니라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서 타투를 새겼다는 사실 자체에 후회를 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비청소년도 경험할 수 있으며, 사람들은 살면서 후회할지도 모르는 결정들을 무수히 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해서 결정하는가는 오롯이 본인의 몫이지 나이에 기준을 두어 가능성과 선택을 원천봉쇄할 문제가 아니다. 나중에 후회한다며 못 하게 하는 것은 그저 어린 사람들이 자신의 뜻과 통제에 따르길 바라며 엄포를 놓는 것일 뿐이다.
'어른 되면 하라'라는 말의 폭력성
타투는 위생적 환경에서의 안전한 시술과 적절한 관리가 병행되면 그 자체로 자신이나 타인을 해치거나 사회에 해를 끼치는 행위가 아니다. 그렇기에 비청소년들에게는 타투 시술을 합법의 영역으로 만들기 위해 입법 논의까지 진행 중이다. 법과 제도 정비로 안전망을 확보하자는 취지이다. 더 나아가 비청소년에게는 타투를 하는 것이 문화와 예술, 혹은 개성의 표현으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청소년에게는 타투가 왜 위험으로 여겨질까. 한국 사회는 아직 나이에 상관없이 타투에 대해 편견적 인식이 강한 편이긴 하다. 하지만 청소년이 타투를 하는 것은 비청소년이 타투를 하는 것에 비해 더 아니꼬운 시선을 받게 되는 경향이 분명 있다.
타투를 비롯해 보호의 틀을 벗어난 행동들은 기성세대에 대한 도전으로, 어른을 모방하는 행동 또는 사회 질서를 따르지 않겠다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각종 조치들이, 청소년들이 어겨선 안 될 사회적 금기가 되어 버리고, 이를 어긴 청소년들은 도덕적 비난을 받고 '불량한' 존재로 낙인찍히고 단속당한다. 청소년에게도 비청소년의 허락이나 감시라는 조건 없이, 문화와 예술을 안전한 환경에서 경험하고 향유할 권리가 필요하다.
청소년을 배제한 타투의 합법화가 청소년의 타투 시술을 더욱더 불안전한 것으로, 음지로 보낼 것이라고 지적하면, 아마 '왜 굳이 청소년기에 타투 시술을 받으려 하느냐?', '조금 더 기다렸다가 어른이 되고 나서 안전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청소년은 안전할 수 없지만 성인이 되어야 비로소 안전을 보장받는 시술'이라는 개념 자체의 모순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들은 청소년을 욕구와 의지를 가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아직 덜 완성된, 인간이 아닌 무언가라고 생각하기에 쉽게 청소년기에는 권리를 포기하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나중에 해라', '어른 되면 해라'라는 말은 사회 곳곳에서 청소년의 모든 권리를 가로막고 오히려 정보의 접근과 결정 권한을 부여받지 못하게 한다. 청소년을 배제하는 '타투합법화'는 온전한 타투합법화가 될 수 없다. 미성년자의 금지 조항이 없어야 진정한 타투합법화가 보장되는 것이다.
[청소년인권을 말하다]는 지음의 활동가들이 함께 작성하며, '프레시안'을 통해 기고합니다.
'선타투, 후뚜맞'? 왜 청소년 타투는 더 욕을 먹을까
청소년을 위한 '타투 합법화'는 없다
이은선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5년 전 나는 만 18세 청소년일 당시 처음 타투를 받게 되었다. 현재와 마찬가지로 그 당시에도 의료인 이외에 타투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타투를 받고 싶어 여러 타투샵에 문의를 했지만 "미성년자는 받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비의료인인 타투이스트가 타투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상황에서 왜 암묵적으로 청소년의 타투만 금지하는 것인지 의아했다.
그 때문에 결국 내가 원하던, 실력이 검증된 타투샵을 선택해서 타투를 받지 못했다. 나에게 기꺼이 타투를 시술해 주겠다고 한, 갓 타투이스트를 시작한 지인을 통해 타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타투는 다 번지며 망하게 되었고, 옆에 있던 그나마 실력 있는 사람이 와서 조금 수정을 해 주었다. 청소년들로서는 아예 타투를 받을 권리를 포기하거나, 혹은 더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은 시술을 감내한다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는 없는 것이다. 사실상 타투 시술이 불법인 지금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배제당한 청소년들은 한층 더 위험하고 취약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문신·반영구화장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11건 계류되어 있다. 타투가 점점 보편화되고 있는데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고 있지 못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타투업법안'을 발의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강기윤·엄태영·홍석준·최영희·조명희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최종윤·송재호·한정애·김영주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들은 대체로 문신업자 및 반영구화장업자를 대상으로 면허와 업무 범위, 위생관리 의무 등을 규정하고, 문신업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등을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타투 관련 시술이 의료 목적이 아닌 미용이나 예술적 표현의 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타투업을 활성화함으로써 윤리적인 운영과 위생적인 관리를 증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해당 법안들에는 "반영구화장사와 타투이스트는 미성년자에게 반영구화장 또는 타투 행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등 청소년의 타투를 금지하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청소년의 타투는 왜 더 욕 먹나
리서치기업 엠브레인에서 2014년 및 2018년 타투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14년 47.5% → 18년 65.2%), 이제는 주변에서 타투를 흔하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타투를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라 생각하는 인식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선타투 후뚜맞'이라는 표현이 여전히 많이 들리는 상황에서 어린 사람들이 타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가 적용되고 있지 않은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선타투 후뚜맞'은 타투를 먼저 하고 나중에 부모님에게 뚜들겨 맞는다는 뜻이다. 타투를 하는 것이 언제부터, 왜 맞아야 될 짓이 되었을까.
우리 사회는 청소년이 미성숙하고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박탈해 왔다. 그 자체가 불법이거나 아직 제도적 기준이 없는, 타투와 같은 영역에서조차 보호라는 명목으로 아무런 법률적 기준 없이 청소년에게만 부모의 동의를 요구하거나, 아예 시술을 거부하고 있다. 그 기준 또한, 타투이스트 개인에 따라 다르고 기준이나 근거도 모호하다. 타투는 그 특성상 한번 하고 나서 나중에 지우기 어렵기 때문에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며, 타투 시술을 받기로 한 청소년의 결정 자체를 미성숙한, 철없는 것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타투의 영구성은 타투이스트가 충분히 안내를 하고, 이를 들은 청소년이 결정해야 할 부분이지 청소년의 타투가 원천적으로 금지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타투를 시술받았을 때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물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몸에 문양/그림을 반영구적으로 새기는 것 자체에서 온다기보다는, 타투를 했다는 사실을 사회에서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로 인해 편견 어린 대우와 수군거림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후회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내가(사회가) 나서서 후회하게 해 주겠다"는 말과 같다. 사회적 편견은 개선할 의지도 없이 쉽게 금지라는 방법을 내세우는 것은 주객전도일 수밖에 없다.
물론 사회의 편견이 아니라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서 타투를 새겼다는 사실 자체에 후회를 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비청소년도 경험할 수 있으며, 사람들은 살면서 후회할지도 모르는 결정들을 무수히 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해서 결정하는가는 오롯이 본인의 몫이지 나이에 기준을 두어 가능성과 선택을 원천봉쇄할 문제가 아니다. 나중에 후회한다며 못 하게 하는 것은 그저 어린 사람들이 자신의 뜻과 통제에 따르길 바라며 엄포를 놓는 것일 뿐이다.
'어른 되면 하라'라는 말의 폭력성
타투는 위생적 환경에서의 안전한 시술과 적절한 관리가 병행되면 그 자체로 자신이나 타인을 해치거나 사회에 해를 끼치는 행위가 아니다. 그렇기에 비청소년들에게는 타투 시술을 합법의 영역으로 만들기 위해 입법 논의까지 진행 중이다. 법과 제도 정비로 안전망을 확보하자는 취지이다. 더 나아가 비청소년에게는 타투를 하는 것이 문화와 예술, 혹은 개성의 표현으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청소년에게는 타투가 왜 위험으로 여겨질까. 한국 사회는 아직 나이에 상관없이 타투에 대해 편견적 인식이 강한 편이긴 하다. 하지만 청소년이 타투를 하는 것은 비청소년이 타투를 하는 것에 비해 더 아니꼬운 시선을 받게 되는 경향이 분명 있다.
타투를 비롯해 보호의 틀을 벗어난 행동들은 기성세대에 대한 도전으로, 어른을 모방하는 행동 또는 사회 질서를 따르지 않겠다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각종 조치들이, 청소년들이 어겨선 안 될 사회적 금기가 되어 버리고, 이를 어긴 청소년들은 도덕적 비난을 받고 '불량한' 존재로 낙인찍히고 단속당한다. 청소년에게도 비청소년의 허락이나 감시라는 조건 없이, 문화와 예술을 안전한 환경에서 경험하고 향유할 권리가 필요하다.
청소년을 배제한 타투의 합법화가 청소년의 타투 시술을 더욱더 불안전한 것으로, 음지로 보낼 것이라고 지적하면, 아마 '왜 굳이 청소년기에 타투 시술을 받으려 하느냐?', '조금 더 기다렸다가 어른이 되고 나서 안전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청소년은 안전할 수 없지만 성인이 되어야 비로소 안전을 보장받는 시술'이라는 개념 자체의 모순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들은 청소년을 욕구와 의지를 가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아직 덜 완성된, 인간이 아닌 무언가라고 생각하기에 쉽게 청소년기에는 권리를 포기하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나중에 해라', '어른 되면 해라'라는 말은 사회 곳곳에서 청소년의 모든 권리를 가로막고 오히려 정보의 접근과 결정 권한을 부여받지 못하게 한다. 청소년을 배제하는 '타투합법화'는 온전한 타투합법화가 될 수 없다. 미성년자의 금지 조항이 없어야 진정한 타투합법화가 보장되는 것이다.
[청소년인권을 말하다]는 지음의 활동가들이 함께 작성하며, '프레시안'을 통해 기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