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논평] 코로나-19 사태 속에 드러난 청소년 인권의 문제들

202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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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코로나-19 사태 속에 드러난 청소년 인권의 문제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어려움에 빠진 가운데, 우리 사회의 많은 어린이·청소년의 일상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현재 개학 연기와 4월 순차적 온라인 개학 등 정부의 대책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전염병에 대한 적극적 대처, 어린이·청소년들의 건강을 우선한 개학 연기 등의 조치는 높게 평가될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의 교육제도와 생활 기반 시설 등의 고질적·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교육부는 3월 31일,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부터 4월 9일에 ‘온라인 개학’을 하고,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처음으로 시행해보는 ‘온라인 개학’임에도 지나치게 서두른 일정 속에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고3, 중3부터 개학을 추진한다는 것도 그렇고, 서둘러 온라인 개학을 추진하는 것은 입시 일정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언제나 그래왔듯, 개학 연기나 온라인 개학 등의 결정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은 하지도 않았음은 물론이다. 교육부가 대학입시에만 중점을 둔 대책을 내놓고 예체능계·직업계 학생들의 진로나 시험, 대회 등에 관해서는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또한 그 배경에는 수업일수를 ‘1년 190일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등의 문제가 있다. 비록 1/10 범위에서 감축이 가능하지만, 한국의 ‘190일 이상’의 수업일수는 OECD 평균보다도 길며, 학교교육과정의 양 또한 많은 편이다. 이러한 법령과 제도의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유연한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다. 만일 개학을 했다고 하면, 한국의 학교가 과연 학생의 건강권을 우선하고 전염병을 막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을지도 의문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보건교사나 관련 인력의 부족은 물론, 한국의 초·중·고에서는 오랫동안 학생들의 자유로운 조퇴나 결석 등을 가로막아 왔고, 학생이 고통이나 증상을 호소해도 제대로 귀기울이지 않는 문화가 있었음을 우리는 잘 알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학교나 유치원, 어린이집 등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서, 돌봄 부담의 문제나 어린이·청소년들이 시간을 보낼 곳이 없어지는 문제 등도 불거졌다. 그래서 학교는 닫혀 있는데 일부 상업시설 등 한정된 공간에 어린이·청소년들이 모이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학교 대신 학원에서 입시 공부를 해야 하는 어린이·청소년들도 다수이다. 많은 비청소년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지금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조차 돌봄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없는 열악한 노동 현실과 더불어, 유치원·학교가 열지 않으면 어린이·청소년들이 있을 곳이 마땅치 않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공동으로 돌봄 역할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어린이·청소년들이 생활하고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공공시설들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의 차별받고 배제된 사람들과 영역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보이지 않던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나게 하고 있다.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그냥 덮고 지나가서는 안 될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어린이·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공공시설을 확대하는 것, 노동시간을 줄이며 사회적 돌봄이 가능하게 하는 것 등은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될 과제이다. 우리 사회와 정부가 코로나-19를 단지 신종 전염병의 문제로만 지나치지 않기를 바란다.



2020년 4월 5일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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