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학생인권 제도화, 후퇴가 아닌 확대와 진전이 필요하다
전국 여섯 번째인 제주 학생인권조례 도의회 통과에 부쳐
지난 12월 23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었다. 경기, 광주, 서울, 전북, 충남에 이어 여섯 번째이다.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입법이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이는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활동해 온 청소년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성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냥 환영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학생인권조례 도의회 통과 과정 그리고 최종 통과된 내용에서 여러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쉬운 통과 과정과 결과
다행히도 제주 학생인권조례에도 학생인권조례의 주요 내용인 개성 실현의 자유, 체벌 금지, 정규수업 외 보충·자율학습 선택권, 표현의 자유, 참여권, 복지에 대한 권리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교육감, 학교장 등의 각종 책무도 명시되어 있다. 제주 학생인권조례 통과가 제주 지역의 학생인권 상황 신장에 기여할 거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차별 금지 사유를 크게 축소시킨 것은 큰 흠결이다. 본래 발의된 안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차별 사유(19개)와 징계, 성적 등을 열거하고 있었으나, 도의회에서 8개 사유만 남기고 삭제하여 통과시킨 것이다. 특히 논의 과정에서 의원들로부터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나온 점 등에 비추어볼 때, 통과된 제주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이 특정한 차별을 허용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
학생인권조례 시행에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들을 삭제, 축소한 것도 중대한 문제다. 학생들이 학생인권 사안을 포함해 교육 정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참여할 수 있는 학생참여위원회 관련 내용이 도의회 논의 과정에서 모두 삭제되어, 최소한의 학생 참여 경로조차 가로막혔다.
또한 본래 발의안에서는 학생인권 침해 상담 및 조사, 실태조사 및 정책 제안 등을 학생인권옹호관이 담당하게 되어 있었으나, 통과된 수정안에서는 도교육청 소관 부서가 담당하도록 바뀌었다. 사건 및 실태를 조사하고 시정 조치와 정책 제안을 하는 구제기구의 역할은 학생인권조례 시행과 정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도교육청 소관 부서가 담당하게 함으로 인해, 기존 교육청 관료들로부터의 독립성이 갖춰지지 못할 우려가 있으며, 충분하고 신뢰할 만한 전담 인력이 확보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통과된 제주 학생인권조례 내용에 이러한 문제점들을 남긴 것은 제주도의회와 교육청의 탓이 크다. 조례의 발의와 통과 과정에서 인권의 원칙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으며 지역 인권단체 등과의 논의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교육청도 조례 내용을 심의한 교육위원회도 학생들의 조례 제정 청원 등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았으며, 의원들의 입에선 반인권적 혐오 표현이 난무하였다. 이제라도 이러한 행태를 반성하고 학생인권조례의 재개정을 추진하길 바란다.
보편적이고 실질적인 학생인권 보장 정책 마련해야
2020년 들어 충남과 제주 두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지방의회를 통과했다. 2013년 전북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7년 만의 반가운 움직임이나, 제정 과정에서 이미 시행 중인 타 지역 학생인권조례에도 미치지 못하게 내용이 개악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제주 학생인권조례에서도 그렇고, 충남 학생인권조례 역시 종교의 자유나 보충·자율학습 선택권이 제대로 명시되지 못한 점 등이 있다. 또한 과거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들에도 새롭게 보완 개정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학생인권의 제도화는 수적으로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되어야 함은 물론, 내용 면에서도 더 강화되고 진전되어야 마땅하다. 그러지 못하고 학생인권조례 등의 내용이 오히려 더 후퇴하게 된다면, 학생인권의 기준과 원칙이 훼손되고 무력화될 위험이 있다.
중고생들의 두발자유화 요구가 사회를 뒤흔든 지 20년, 경기도 등에서 최초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학생인권은 우리 사회의 당연한 규범으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차 학생들의 외투, 겉옷 착용 등을 규제하는 비합리적인 학교들의 사례가 언론을 통해 불거지기도 했다. 이처럼 고질적인 학생인권 침해 문제들이 잊을 만하면 지적되는데도, 정부는 반인권적 학교의 모습을 바로잡을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학생인권 원칙을 바로 세우는 조례 제정을 추구함과 동시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차별 금지와 학생인권 보장의 기준이자 기본이 될 수 있는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법을 만들고 전국적인 학생인권 신장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초·중·고 학생들도 인간이자 시민으로서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명시한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교육청과 지자체는 물론 교육부와 제 정당들이 한시라도 빨리 종합적·실질적 정책을 내놓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0년 12월 31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논평] 학생인권 제도화, 후퇴가 아닌 확대와 진전이 필요하다
전국 여섯 번째인 제주 학생인권조례 도의회 통과에 부쳐
지난 12월 23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었다. 경기, 광주, 서울, 전북, 충남에 이어 여섯 번째이다.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입법이 여러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이는 제주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활동해 온 청소년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성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냥 환영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학생인권조례 도의회 통과 과정 그리고 최종 통과된 내용에서 여러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쉬운 통과 과정과 결과
다행히도 제주 학생인권조례에도 학생인권조례의 주요 내용인 개성 실현의 자유, 체벌 금지, 정규수업 외 보충·자율학습 선택권, 표현의 자유, 참여권, 복지에 대한 권리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학생인권 보장을 위한 교육감, 학교장 등의 각종 책무도 명시되어 있다. 제주 학생인권조례 통과가 제주 지역의 학생인권 상황 신장에 기여할 거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차별 금지 사유를 크게 축소시킨 것은 큰 흠결이다. 본래 발의된 안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차별 사유(19개)와 징계, 성적 등을 열거하고 있었으나, 도의회에서 8개 사유만 남기고 삭제하여 통과시킨 것이다. 특히 논의 과정에서 의원들로부터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 나온 점 등에 비추어볼 때, 통과된 제주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이 특정한 차별을 허용한다는 잘못된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
학생인권조례 시행에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들을 삭제, 축소한 것도 중대한 문제다. 학생들이 학생인권 사안을 포함해 교육 정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참여할 수 있는 학생참여위원회 관련 내용이 도의회 논의 과정에서 모두 삭제되어, 최소한의 학생 참여 경로조차 가로막혔다.
또한 본래 발의안에서는 학생인권 침해 상담 및 조사, 실태조사 및 정책 제안 등을 학생인권옹호관이 담당하게 되어 있었으나, 통과된 수정안에서는 도교육청 소관 부서가 담당하도록 바뀌었다. 사건 및 실태를 조사하고 시정 조치와 정책 제안을 하는 구제기구의 역할은 학생인권조례 시행과 정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도교육청 소관 부서가 담당하게 함으로 인해, 기존 교육청 관료들로부터의 독립성이 갖춰지지 못할 우려가 있으며, 충분하고 신뢰할 만한 전담 인력이 확보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통과된 제주 학생인권조례 내용에 이러한 문제점들을 남긴 것은 제주도의회와 교육청의 탓이 크다. 조례의 발의와 통과 과정에서 인권의 원칙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으며 지역 인권단체 등과의 논의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교육청도 조례 내용을 심의한 교육위원회도 학생들의 조례 제정 청원 등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았으며, 의원들의 입에선 반인권적 혐오 표현이 난무하였다. 이제라도 이러한 행태를 반성하고 학생인권조례의 재개정을 추진하길 바란다.
보편적이고 실질적인 학생인권 보장 정책 마련해야
2020년 들어 충남과 제주 두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지방의회를 통과했다. 2013년 전북 학생인권조례 제정 이후 7년 만의 반가운 움직임이나, 제정 과정에서 이미 시행 중인 타 지역 학생인권조례에도 미치지 못하게 내용이 개악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제주 학생인권조례에서도 그렇고, 충남 학생인권조례 역시 종교의 자유나 보충·자율학습 선택권이 제대로 명시되지 못한 점 등이 있다. 또한 과거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들에도 새롭게 보완 개정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학생인권의 제도화는 수적으로 더 많은 지역으로 확산되어야 함은 물론, 내용 면에서도 더 강화되고 진전되어야 마땅하다. 그러지 못하고 학생인권조례 등의 내용이 오히려 더 후퇴하게 된다면, 학생인권의 기준과 원칙이 훼손되고 무력화될 위험이 있다.
중고생들의 두발자유화 요구가 사회를 뒤흔든 지 20년, 경기도 등에서 최초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학생인권은 우리 사회의 당연한 규범으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차 학생들의 외투, 겉옷 착용 등을 규제하는 비합리적인 학교들의 사례가 언론을 통해 불거지기도 했다. 이처럼 고질적인 학생인권 침해 문제들이 잊을 만하면 지적되는데도, 정부는 반인권적 학교의 모습을 바로잡을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학생인권 원칙을 바로 세우는 조례 제정을 추구함과 동시에,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차별 금지와 학생인권 보장의 기준이자 기본이 될 수 있는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법을 만들고 전국적인 학생인권 신장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초·중·고 학생들도 인간이자 시민으로서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명시한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교육청과 지자체는 물론 교육부와 제 정당들이 한시라도 빨리 종합적·실질적 정책을 내놓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0년 12월 31일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