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위계 없는 언론보도 및 취재 가이드라인


나이 위계 없는 언론보도 및 취재 가이드라인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2023.12.09.

전문


어리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

<나이 위계 없는 언론 보도 및 취재 가이드라인 >은 우리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나이주의적인 언어 문화에 문제제기하고, 어린 사람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에 언론과 개인들이 함께할 것을 제안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이 기준은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모든 언론・미디어와 학교 및 교육청과 후 같은 공공기관, 그리고 온라인에서의 사회관계망(SNS,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대상으로 합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겪게 되는 차별, 이제는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일상적으로 반말을 듣거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존칭 없이 하대를 당하거나 무례한 대우를 받는 일은 여전히 흔합니다. 특히 언론의 보도나 방송, 공개적인 매체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표현을 신조어 또는 유행어처럼 다루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보도는 어린 사람을 차별하는 태도를 당연하게 여기게 하고, 어린 사람을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문화를 더 강하게 만듭니다. 미디어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어린 사람을 아랫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나이가 위아래를 나누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나이가 어린 사람을 하대하거나 함부로 대하지 않는 언론, 사회를 함께 만듭시다.

 

5가지 원칙

 

1. 나이에 따라 존대/하대를 달리하거나 다른 호칭, 표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언론은 ‘어른’을 위한 매체가 아닙니다. 모두를 위한 매체로 언론의 인식은 변화하여야 합니다.

- [호칭] 취재 과정 및 언론보도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군’, ‘~양’으로 부르며 하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칭 없이 그냥 ‘ㅇㅇ이’, ‘ㅇㅇ야’ 처럼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나이에 따라 사람에게 위아래가 있고 나이가 적은 사람에게는 더 편하게 대해도 된다는 나이차별적 인식이 이유입니다. 차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친근함의 표현이라는 경우도 많은데, 친근함 때문에 상대방을 낮잡아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TV방송 등에서 ‘ㅇㅇ 친구’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합의되지 않은 친구 관계를 일방적으로 호명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호칭은 말의 권력 관계를 담고 있고 기사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 호칭의 프레임을 받아들이게 한다는 점에서 평등한 호칭을 사용할 필요성이 특히 언론에 있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ㅇㅇ님’, ‘ㅇㅇ씨’의 호칭을 동일하게 사용하여야 합니다.

- [제목] 기사에서도 어린이나 청소년이 등장하면 마치 어린 사람이 다른 독자들에게 말하듯이 존대어를 써서 ‘~해주세요’ 라는 식의 제목을 다는 사례가 많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언론의 독자가 아닌 것처럼, 어린이와 청소년은 주장하지 않고 부탁해야 하는 위치의 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입니다.

 

2. 어린이․청소년과 관련된 일은 어린이․청소년에게 취재하여 보도합니다. 

언론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배제하지 않고 어린이와 청소년 역시 대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비중] 어린이․청소년과 관련된 이슈 자체가 가시화되지 않고 보도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도되더라도 교육에 대한 내용으로 다루어질 뿐,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과 관련된 내용은 매우 적습니다. 예를 들어 연인원으로 21만 명이 거리 청소년으로 분류되고, 이 적지 않은 숫자의 청소년이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도 못하고 코로나 상황에서 어려움들을 겪고 있지만 취재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도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고려하여 어린이․청소년이 배제되지 않는 취재, 기사 배치, 섹션 구성이 필요합니다.

- [주체성] 어린이와 청소년의 의견에 주목하지 않거나 어린이․청소년을 취재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교급식 총파업으로 급식 대신 빵을 점심으로 제공하는 학교가 많았는데, 이때 기자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은 “빵 맛있어요?”, “밥 대신 빵 먹으니까 어때요?”였습니다. 어린이․청소년에게 의견이나 대안을 질문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어린이․청소년 배우에게 ‘오늘 밥은 먹었어요?’와 같은 일상적인 질문만을 하고 작품에 대한 진지한 질문은 하지 않거나, 어린이․청소년 활동가에게 이슈에 대한 질문 대신 ‘누가 가장 친절하게 대해 주었어요?’라고 질문하는 사례들도 많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요한 내용에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대하는 태도는 바뀌어야 합니다. 어린 사람, 즉 나이로 대표되기 보다 당사자로서 주체로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존중하는 언론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 어린이와 청소년은 엄연한 이 사회의 시민이고 자신과 관련된 일을 결정하는 과정에 의사를 표현할 정치적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은 어린이와 청소년 역시 대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린이, 청소년과 관련된 일은 어린이․청소년을 취재하여야 하며, 주체적인 시민으로 어린이, 청소년의 생각과 의견, 실천을 보도하여야 합니다.


3. 나이를 근거로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동등한 시민으로 대우합니다.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이 학생인 것은 아닙니다. 또한 동등한 주체로서 대우받을 권리가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있습니다.

- [모두가 학생이 아님] 어린이와 청소년은 모두 학생이라고 가정하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탈학교(자퇴)와 검정고시, 대안학교 등 제도권 학교가 아닌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이 학생이지 않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은 대부분 학생이라고 불립니다. 청소년이니 당연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전제로 당연하게 학교가 어디냐는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청소년이 시위에 참여하면 ‘학교는 어떻게 하고 왔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습니다. 노동자 시위에서 ‘회사는 어떻게 하고 왔냐’는 질문이 없는 것과 매우 다른 모습입니다. 더불어 어린이, 청소년이 학교가 아닌 공간에서도 항상 학생이라고 불리는 것 역시 한 가지 정체성으로 귀속시키는 오류입니다.

- [보호주의에서 벗어나기] 어린이와 청소년을 항상 보호받는 사람으로 여기는 관점에서 기사가 작성되지 않아야 합니다. 하고 있는 시위가 왜 필요한지, 왜 이러한 시위를 하고 있는 지 등을 묻지 않고 보호자(부모)와 교사의 반응은 어떠했는지가 취재의 대상이 됩니다. 청소년 활동가를 취재할 경우에 부모님이 반대하느냐 혹은 지지를 하느냐라는 질문은 빠지지 않습니다. 청소년은 부모와 학교에 속해 있거나 좌지우지되는 존재로 여기는 취재 관행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존중하기]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공손하게 대해야 합니다. 나이를 밝히면 갑자기 반말을 사용하거나 ‘생각보다 어리게 생겼네요’ 등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사례들도 많습니다. 표현이 나이에 비해 너무 강하다는 이유로 발언을 다시 요구하거나 하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취재를 할 때 존대 사용과 존중하는 태도를 원칙으로 하여야 합니다.

- [독립적인 주체로 대하기] 어린이와 청소년을 독립적인 주체로 대우하여야 합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치적, 사회적 실천과 관련하여서는 ‘선동당했다’, ‘조종당했다’ 등의 추측이 포함된 보도가 다른 집단에 비해 자주 보도됩니다. 구체적 증거나 탐사보도가 아닌 채 그저 나이가 어린 사람의 정치, 사회적 실천은 누군가 선동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편견이자 차별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러한 편견이 공적인 언론 보도를 통해 확산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며, 언론은 공정하고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가지는바, 더 이상 이렇게 차별적 편견을 확대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4. 어린이와 청소년을 이미지로 소비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동시대인으로 존중합니다. 

비청소년의 장식품처럼 어린이․청소년을 소비하거나 미래의 존재로 여기지 않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 [대상화하지 않기] 어린이와 청소년을 쉽게 대상화됩니다. 어린이․청소년의 사회 참여를 취재하면서 ‘가장 어린 나이대를 원한다’, ‘6학년 애들 없나요?’ 등 어린이․청소년을 소품처럼 취급하거나 ‘애들 교복 입혀서 보내라’는 요구, ‘아이의 모습을 바란다’며 어린 사람이니까 웃고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특정한 이미지로 대상화하는 사례들은 매우 흔합니다. 교복 입은 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폭력성의 상징처럼 활용하는 폭력적 묘사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언론과 미디어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겪고 있는 갈등이나 고민을 쉽게 낭만화합니다. 질풍노도나 사춘기 등의 용어로 가볍게 여기고 대상화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언론과 미디어의 태도는 우리 사회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문제에 주목할 수 없게 하여 어린이와 청소년이 경험하는 사회 부조리와 차별, 편견을 지속시키고 있습니다.

- [집단화하지 않기] 어린이와 청소년은 당연하게도 수많은 다양한 개성들을 각자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과 미디어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은 쉽게 집단화되어 마치 하나의 특징을 가진 집단처럼 묘사됩니다. 한글날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한글 파괴의 주범처럼 미디어에서 다루어집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학교폭력과 조건만남 등 극단적인 사례가 빈번히 사용되면서 사회 전체의 청소년 혐오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관련된 범죄의 경우 배경이 단일하지 않음에도 청소년의 잘못에 집중하여 단순하게 다루어지고, 구체적 근거 없이 촉법 연령 하향 등을 거론하여 청소년 집단 전체가 통제받아야만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동일한 집단처럼 퉁쳐 버리기보다 문제의 복합적인 본질이 무엇인지 언론은 조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동시대인으로 대하기] 어린이와 청소년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며, 현대 사회의 모든 사람들과 똑같은 동시대인입니다. 그럼에도 어린이와 청소년이 등장하는 기사 헤드라인 및 본문에는 ‘미래를 맡긴다’, ‘미래의 주인공’ 등과 같이 어린이․청소년을 미래의 존재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적인 주장을 하고 정책 요구안을 제시해도 결국에는 ‘미래를 꿈꾸는 당찬 청소년들’로 치부됩니다. 그러나 어린이와 청소년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현재의 문제들은 미래에 떠넘겨져서는 안 됩니다. 현재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그 과정에 함께 하는 동시대인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존중하는 언론 보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 [멸칭 쓰지 않기] ㅇ린이, 중2병, 급식충, 잼민이 등의 표현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하하는 표현입니다. 그럼에도 흥미를 끌거나 유행어처럼 언론에서 사용되고 심지어 공적인 미디어에서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반인권적 행위입니다. 불량 청소년, 탈선 등의 표현도 어린이와 청소년이 특정한 모습에만 갇혀 있어야 한다는 차별적 편견을 확산시키는 표현입니다. 룸나무 등의 혐오적 표현이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사례들도 많습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감을 실현하고 나이 위계에 따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어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멸칭을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5. 우리 사회에서 나이 위계와 어린이․청소년 차별적인 언어와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합니다.

- 언론보도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에서도 활동가인 그레타 툰베리와 비청소년 교수 사이의 대화가 번역될 때, 툰베리는 존대를 말하고 비청소년 교수는 그레타에게 ‘네가 해봐’라는 식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외국 영상 콘텐츠들을 번역할 때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 말은 하대로, 여성이 남성에게 하는 말은 존대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아 오래전부터 문제 제기가 있어 왔고 많은 변화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나이 위계에 대해서도 그런 가능성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 언론사 구성원들 간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사내 보도 준칙과 규범을 수정해 나갑니다. 그 내용들을 담아 어린 사람을 아랫사람으로 대하지 않도록 기자 교육을 실시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모든 사람을 대변할 수 있는 언론 문화를 만들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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