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언어 속 차별 문제 열다섯 번째 이야기] 사춘기/ 중2병

[사춘기/중2병]


청소년기, 10대를 설명하는 말 중 아주 유서 깊은 것이 바로 ‘사춘기’죠. 사춘기 자체는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징이 나타나는 등의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10대 초·중반 시기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지만 사춘기라는 말은 청소년을 폄하하거나 타자화하는 데 자주 쓰이곤 합니다. 예를 들면 “사춘기 중고생들은 충동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 “네가 그런 반항적인 생각을 하는 건 사춘기라서 그래” 같은 식으로요.


‘사춘기’란 말은 의료적으로나 생리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어떤 경향이나 특성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 이상의 가치 판단을 담고 있습니다. 사춘기는 불안하다든지 충동적이라든지 반항적이라든지 하는 부정적 이미지들과 쉽게 연결됩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은 비이성적인 존재, 잘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생각되곤 합니다. 청소년의 행동이나 말, 감정을 두고 ‘사춘기라 저런다’, ‘일시적인 거다’라고 무시하는 일을 많은 분들이 겪어봤을 거예요. 특히 청소년들이 자신들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나 부당한 일에 대해 불만을 표시할 때, 상황을 성찰하거나 대화하려 하기보다는 ‘사춘기인가 봐’ 하며 청소년의 문제인 것처럼 호도하는 일도 일어납니다.


사춘기와 비슷하게 쓰이는 말들, 비슷한 의미를 담아 변형된 말들은 여럿 있는데요. 비교적 최근 등장한 것 중 하나가 ‘중2병’입니다. 이 말은 아예 특정한 나이/학년을 ‘병’으로 부르고 있지요. 중학교 2학년(15살), 10대의 한복판에 있는 사람의 특징들이 비정상이고 ‘병’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사춘기’와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이 어른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거나 사회 주류에서 정해놓은 삶의 방식을 벗어나려 하는 모습에 ‘중2병’이라는 딱지를 붙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청소년들의 우울증이나 치료가 필요한 질환에 대해서도 ‘사춘기’, ‘중2병’ 때문이라고 경시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사춘기’란 개념에는 호르몬이 어떻다느니, 뇌 전두엽 발달이 어떻다느니 하는 의료적·생리적 설명이 따라붙곤 합니다. 그래서 마치 그게 자연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인 것 같은 인상을 주죠. 생리적인 경향성이나 특징,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경향성이나 특징으로 그 집단을 모두 설명하려고 하거나, 평가하고 판단하는 이유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가령 여성들이 화를 내거나 불만을 표하면 “생리 중이라 그런다”라고 평가하고 그 내용을 무시한다면 매우 무례하고 차별적인 일이겠지요. 게다가 사춘기의 특징이라 여겨지는 것들 중에는, 청소년들이 차별받고 제대로 참여할 수 없는 사회 제도 및 문화의 영향에 의한 것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사춘기 같은 개념으로 청소년들을 타자화하고 무시하는 모습은 사라져야겠지요.


‘사춘기’나 ‘중2병’ 같은 말로 청소년을 이상하고 병적인 존재로 판단하는 문화는 우리 사회가 고쳐나가야 할, 청소년 차별적인 모습입니다. 사춘기만이 아니라 그런 개념들이 청소년을 무시하고 폄하하는 식으로 쓰여오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캠페인은 이런 말들이 청소년을 ‘아랫사람’으로 대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어린이·청소년 차별적인 문화 특히 비하와 혐오를 담은 일상 언어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을 제안합니다.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일상 언어 속 차별 문제 '열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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