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 '존댓말 하는 어른은 처음 봐요.'

#어린사람은아랫사람이아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여러 위치에서 나이차별적 언어문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경험을 공유하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 세번째 글은, 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존댓말로 소통하시는 여름님의 고민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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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댓말 하는 어른은 처음 봐요.'


 근무하고 있는 초등학교에서 처음 만난 학생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을 때 들었던 말이다. 나는 존댓말을 하는데 상대방은 내게 무조건 반말을 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라니, 너무나도 불공평한 일이다. 이런 문제점을 알리며 어린이를 동등하게 대하자는 의미를 담은 지음의 '어린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포스터 문구를 본 친구가 내게 고민을 말해온 적이 있다. 캠페인의 내용에 진심으로 동의하지만, 일상에서 직접 실천하기가 망설여진다고 했다. 그러니까 어린이분들을 만났을 때 '00님' 또는 ‘00씨’라는 호칭을 사용하기가 어색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반말을 해왔던 습관 탓도 있지만, 존댓말을 하면 오히려 어린이분이 불편해한다고 했다. 집과 학교에서는 ‘어른에게 존댓말을 하는 것’이라고 배우는데 어른이 아닌 자신에게 존댓말을 하니, ‘어린이에게 존댓말을 하는 어른’의 모습이 이상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친구의 고민을 들으며, 어쩌면 자연스러운 망설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학교에서 학생 분들께 존댓말을 사용할 때 언제나 ‘존댓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된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누군가를 존중한다는 건 능숙함을 기대하기보다 끊임없는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청소년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청소년을 존중해야함을 알고 있더라도, 그에 합당한 관계 맺기 방식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고 닮아가기 쉽기 때문이다. 어린이·청소년 분들이 비청소년에게 존댓말을 들으면 어색하고 낯설기 때문에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청소년에게 ‘어른처럼’ 존중받아 본 경험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낯선 것을 받아들이고 익숙한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불편감을 준다. 비청소년도 청소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같이 균열을 만들고 그 흔들림을 느끼는 것은 차별이라는 틈을 매우기 위한 과정이기에 함께 감내해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색하고 낯설다는 이유로 망설이기보다, 새로운 감각이 가져다주는 변화를 반갑게 맞이해보면 어떨까? ‘00씨’, ‘00님’과 같은, 어쩌면 낯선 호칭들을 일상으로 가져와보자. 낯선 감각을 마주하고, 지금껏 불균형했던 관계를 들여다보자. 문제는 어색한 것이 아니라, 불균형한 관계가 용인되는 익숙함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되새기며.


- 여름(연대하는 교사잡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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