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언어 속 차별 문제 열여섯 번째 이야기] 잼민이

[잼민이]


요즘에 어린이·청소년을 부르는 이름으로 새롭게 등장한 ‘잼민이’라는 호칭이 있습니다. 2020년 무렵부터 쓰인 이 말은, 인터넷 방송의 음성합성소프트웨어(TTS) 중 남자 어린이 목소리의 이름이 ‘재민’인 것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이 말은 어린이·청소년, 특히 어린이를 가리키는 신조어로 퍼졌고, ‘초딩’, ‘급식’ 등의 자리를 대신해 쓰이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어리거나 귀엽거나 유치한 모습을 가리켜 ‘잼민이 같다’라고 하는 식으로 악의 없이 쓰이기도 하지요. 어린이들에 대해 미성숙하고 하찮은 존재나 민폐를 끼치는 불편한 존재라는 어감을 담아서 쓰는 경우도 많이 눈에 띕니다.

잼민이의 어원은 남자 어린이 캐릭터의 이름이고, 한눈에 딱 폭력적이거나 차별적인 말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별 문제의식 없이, 귀여운 유행어라 생각하며 쓰는 사람들도 더 많은 것 같고요. 하지만 말의 의미에서는 어원만이 아니라 그 말이 쓰이는 방식과 맥락도 중요해요. 잼민이는 ‘초딩’, ‘급식’ 같은 과거의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멸칭을 이어받아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그 쓰임새가 충분히 차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성숙하다거나 유치하다거나 ‘무개념’하다는 등의 뉘앙스를 담아서 사용될 때는 더욱 그렇지요.

잼민이라는 말을 살펴보면, 우선 누군가의 이름을 별도의 존칭 없이 부르는 식이란 점이 눈에 띄지요. 어린이·청소년에게는 바로 “○○이”, “○○아”라고 이름을 부르고 하대해도 된다는 한국 사회의 문화가 반영된 거예요. 즉, 어린이·청소년을 잼민이라 부르는 것에는 이미 어린 사람을 아랫사람으로 보는 구도가 깔려 있는 거죠.

또한 한 가상 캐릭터의 이름이 어린이들 전반을 부르는 이름이 되는 것은 전형적인 차별 현상이라 볼 수 있어요. 소수자 집단은 옷, 음식, 외모 특징, 캐릭터 등에서 유래한 별명으로 불리며 비하당하는 일이 흔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인/동아시아인을 한국에서 ‘짱깨’라고 부른다거나 미국 등지에서 ‘칭챙총’이라고 부른다거나 하는 사례가 있지요. 또, 19세기 미국에서는 흑인에 대한 멸칭으로 “짐 크로우(Jim Crow)”라는 이름이 사용됐는데요. 이는 짐 크로우라는 희화화된 흑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코미디 쇼에서 유래한 것이었습니다(그래서 이후 생긴 인종차별/분리법을 ‘짐크로우법’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소수자들에게 우스운 별명을 만들어 부르는 것은 소수자들을 하나의 이미지 안에 뭉뚱그리고, ‘일반적·정상적 사람’과는 다른 특징을 강조함으로써 차별을 재생산하는 손쉬운 방법입니다. 특히 가상의 캐릭터 이름을 소수자들에 대한 멸칭, 차별적 언어로 쓰는 것은, 소수자들을 개성과 인격을 가진 현실의 인간이 아니라 가상의 재현된 모습으로 대신하여 인식하도록 하지요. ‘잼민이’가 어린이들을 부르는 이름으로 쓰이는 것 역시 마찬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캠페인은 이렇게 어린이·청소년을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언어 표현을 돌아보고자 하는 캠페인입니다. 잼민이란 말을 어린이들을 비하하는 마음을 담아서 쓰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한편에선 잼민이란 말이 그냥 동글동글한 어감이고 귀여워 보여서, 재밌어 보여서 쓰던 사람들도 많을 텐데요. 하지만 과연 잼민이라고 불린 어린이·청소년이 과연 존중받는다고 느낄지, 어린 사람이나 어린이 같은 모습을 가리켜 잼민이라 하는 게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차별적 문화를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어린이·청소년 차별적인 문화 특히 비하와 혐오를 담은 일상 언어를 바꾸기 위해 앞으로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요!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일상 언어 속 차별 문제 '열여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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