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언어 속 차별 문제 두 번째 이야기] oo분

[oo분]


지음의 활동가가 어느 언론사 기자와 청소년인권에 관한 인터뷰를 했을 때였습니다. 그 활동가는 학교에서 인권교육을 한 경험을 이야기하다가, “그래서 그때 그 학생분들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기자분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애들한테 분이라는 말을 붙여요? 역시 청소년인권활동가라 그런지 다르네요.”라고 얘기했습니다. 그 활동가로서는 별 생각 없이 자연스레 나온 말이었는데 그런 반응이 돌아온 게 오히려 놀라웠다고 해요.


‘분’이라는 높임의 뜻을 담은 명사 또는 접사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입니다. 병원에서 “환자분 들어오세요.”라고 부를 때(명사 뒤에 붙어 높임의 뜻을 더함), 식당에 들어서면 “몇 분이신가요?”라고 물어볼 때(사람 수를 셀 때 ‘명’ 대신 높여서 쓰는 단위), “저기 저분이 OOO 선생님입니다.”라고 다른 사람을 소개해 줄 때(‘사람’을 높여서 이르는 대명사로 쓰임) 등……. 정말 쉽게 접할 수 있는 존칭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학생이나 청소년, 어린이, 아이 같은 말 뒤에 붙이면 왜 더 어색하게 느껴질까요? 처음 든 에피소드에서도 만약 그 활동가가 “그 교사분이~”, “학부모분들이~”라고 말했다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텐데요. 다른 경우라면 “그분이”, “그 사람이”라고 말할 법한 순간에도 나이 어린 사람, 특히 어린이·청소년을 지칭할 때는 “그 애(아이)가”, “그 친구가”라는 식으로 나이가 어리단 것을 드러내는 말, 높이지 않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어린이·청소년·학생에게 일단 존댓말을 쓰는 경우에도 이처럼 존칭 표현을 덜 붙이는 식으로 불완전한 경어를 쓸 때도 많습니다.


이렇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높임의 뜻을 담은 말들, ‘분’이나 ‘님’ 같은 표현이 잘 붙지 않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그 사람들을 보통의 예의를 갖추어 대할 존재들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다른 나이, 다른 집단에게라면 자연스레 ‘~분’이라는 표현이 쓰일 법한 상황, 그렇지 않으면 다소 무례하게 들릴 상황인데, 어린이·청소년들에게는 안 그렇게 들린다면 왜 그런 차이가 생길까 한번 반성해 봐야겠지요. 이러한 차별은 어린 사람들이, 존중받으면서 사회에 참여하고 공적인 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들 중 하나입니다.


다행히 나이에 따른 위계나 하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점 커지면서, 요즘에는 옛날에 비해서 “학생분”, “어린이분” 같은 표현을 쓰는 분들도 종종 만나게 됩니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어린이·청소년에게도 존칭을 사용하는 일, 예의를 평등하게 적용하는 일이 당연하다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도 현실입니다.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캠페인은 이렇게 나이에 따라 차별적인 언어 문화를 돌아보고, 그 속에 있는 차별적 의식과 문화를 바꾸려 합니다.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일상 언어 속 차별 문제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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