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언어 속 차별 문제 세 번째 이야기] oo양/군

[oo양/군]


얼마 전 SNS에서 흥미로운 글을 접했습니다. 영어로 된 소설을 읽는데, sister(자매)나 brother(형제) 같은 표현들이 나올 때마다 대상자 기준으로 나이가 어린 여동생/남동생인지, 나이가 많은 언니&누나/오빠&형인지 궁금해서 소설 내용에 집중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영어에서는 손위/손아래 형제자매의 호칭을 구분하지 않지만 한국어에서는 자연스럽게 구분해서 부르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단순한 호칭에도 언어별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에 따라 여러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특히 한국어에는 나이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 호칭이 많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 간의 나이를 알지 못하고서는 대화를 시작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서로를 부를 적절한 호칭을 정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호칭 중 현재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지만 언론매체 등에서만 주로 쓰이는 표현으로 ‘양/군’이 있습니다. ‘양/군’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의 성이나 이름 뒤에 붙이는 호칭인데, 언론매체에서는 청소년 이하의 연령대의 사람들을 칭하는 표현으로 쓰이곤 합니다. 비청소년의 경우엔 ‘씨’를 붙여 ‘김모씨(46)’ 하는 식으로 표현하지만 청소년에게는 ‘박모양(16)’, ‘최모군(15)’ 하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또한 ‘씨’ 호칭에는 특정 정보가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양/군’ 호칭에는 성별과 나이라는 두 가지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살펴봐야 합니다. ‘씨’가 비청소년에게 쓰이는 호칭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우리 사회에서는 어린 사람에게만 성별이분법적이고 나이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호칭이 사용되는 셈입니다. 

많은 경우 성별이나 나이를 반영한 단어들은 사람 간의 위계를 구분하기 위해 쓰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구분된 위계는 자연스럽게 차별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언어와 인식은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에요. 한국어에 익숙한 사람이 sister나 brother 같은 표현을 보며 누가 더 나이가 많고 적은지 궁금해하는 것처럼, 언론에서 사용하는 ‘양/군’과 같은 표현에선 해당 사람이 ‘성인’인지 아닌지 '성별'은 무엇인지 구분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드러납니다. 

청소년활동가들이 종종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할 때 ‘양/군’ 호칭을 쓰지 말라는 요청을 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많은 경우 해당 요청은 거절당했습니다. 주로 내부 편집 지침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였지만, 꼭 편집 지침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언론에서는 오랫동안 써오다보니 습관적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성별이분법적인 호칭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ze와 같은 성중립 단어를 일부러 만들어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국어에는 ‘님/씨’라는 성중립, 나이중립적인 표현이 이미 존재합니다. 나이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는 언어 문화를 돌아보고 차별적 의식과 문화를 바꾸기 위해, 앞으로는 ‘양/군’과 같은 성별이분법적이고, 나이 차별적인 호칭 대신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호칭을 더 많이 사용하면 어떨까요?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일상 언어 속 차별 문제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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