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언어 속 차별 문제 네 번째 이야기] oo친구

[oo친구]


‘친구’란 무엇일까요? 무슨 진정한 벗이란, 우정이란 무엇인가 깊은 고찰을 해야 할 것 같은 질문이지만, 나이주의적 문화와 관계 속에서 ‘친구’란 말이 쓰이는 예를 살펴보면 그런 진정성이나 우정 같은 것과는 아무 상관없이 ‘친구’란 말이 남발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나이가 많은 사람이 제3자에게 이야기할 때 젊은 사람을 두고 “그 친구는~”이라고 지칭한다든지, 어린이·청소년을 부를 때 이름 뒤에 붙여 “OOO 친구”라고 한다든지 하는 식이죠. 어린이·청소년으로 구성된 집단을 부를 때도 “친구들”이라고 부르는 일이 꽤 잦아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친구”의 뜻 중 하나를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을 낮추거나 친근하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고 있는데요. 즉, 친분이나 우정과 상관없이 일종의 하대이면서도 친근감을 담아서 하는 말이 “친구”라는 호칭인 겁니다.

그런데 따져 보면 이상합니다. 본래 ‘친구 관계’는 상호적인 것입니다. 누구와 누가 서로 친구인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나이 위계 속에서 쓰이는 ‘친구’는 일방적이에요.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이 더 적은 사람을 ‘친구’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반대로 나이가 더 적은 사람이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친구’라고 부르는 것은 어색한 일(사실은 무례한 일)로 느껴지죠. 이럴 때의 ‘친구’는 일방적이고 위계적인 관계를 표시하는 말이 아닐까요?

전혀 친한 관계가 아닌데도, 그리고 친분을 드러낼 필요도 없는 공적 관계나 자리에서도 어린이·청소년들에게는 ‘친구’라는 호칭이 쓰여요. 예전에 ‘장애우(友)’라는 표현도, 비장애인 입장에서 장애인을 모두 ‘친구’로 간주하는 듯하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적이 있죠. 누군가와의 사이에 있는 거리감을 조심해서 대하며 조절하고 함부로 친한 척하지 않는 것도 관계에서 지켜야 할 일종의 예의입니다. 한쪽이 친절과 시혜를 베풀어 다가갈 대상으로 여기고, 상대방의 동의나 공감대 없이도 일방적으로 친해질 수 있는 대상처럼 대하는 것은 존중이나 평등과는 거리가 멀어요. 또한 ‘친구’ 같은 호칭의 뉘앙스는, 어린이·청소년을 공적으로 정중하게 대하기보다는 사적인 관계 속에 있는 존재로 생각하게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나이 어린 사람들, 어린이·청소년을 함부로 ‘친구’라고 부르는 문화를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 서로 친밀해서 친구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라면, ‘친구’라는 호칭이 나이주의적 위계를 담고 있진 않을까 점검해 봐야 할 것 같아요.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만 유독 쓰이는 친구란 말 대신, 다른 사람들을 부를 때 보통 쓰곤 하는 말들(그분들, 그들, 이 사람들, ~ 씨, 이름 뒤에 직책이나 직업 붙이기 등)을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을까요? 우리는 친구도 아닌데 나이가 어리단 이유로 ‘친구’란 호칭을 쓰지 않을 것을, 어린이·청소년들과도 관계의 거리를 존중하고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을 제안합니다.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일상 언어 속 차별 문제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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