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언어 속 차별 문제 다섯 번째 이야기] 나이가 같으면 친구?

[나이가 같으면 친구?]

- 네 번째 이야기 [oo친구] 이야기의 문제의식에서 이어지는 2탄입니다! 


“둘이 나이가 같아? 친구네~” 아마 꽤 많은 사람들이 초면인 사이에도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런 말을 들으면 두 가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하나, 태어난 연도가 같아야만 ‘친구’가 될 수 있나요? 둘, 태어난 연도가 같으면 별로 안 친해도 ‘친구’인가요?

나이가 같은 사람들을 친구라고 일컫는 풍조의 다른 한편에는, 나이 차이가 나는 관계, 언니/오빠/형/누나 그리고 동생 관계는 친구라고 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의 전제는 나이가 곧 위아래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서로 평등한 관계인 ‘친구’가 되려면 나이가 같거나 비슷해야만 해요.

동갑을 친구라고 부르고 그 반대말로 나이 위계를 드러내는 호칭과 관계(언니 등-동생)를 두는 관습 속에 어떤 생각이 담겨 있는지 곰곰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친구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게 훨씬 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이지 않을까요?

두 번째 의문은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닌데도 나이가 같다는 이유로 친구로 묶일 때 듭니다. 특히 어린이·청소년, 초·중·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예컨대 같은 학교, 같은 학년(또는 같은 학급)에 편성되어 있으면 전혀 친하지 않아도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와 같은 요구를 받게 되는 상황 말이죠. 이런 표현 속에는 어린이·청소년들은 같이 지내기만 하면 금세 친해진다든지, 같은 학급이면 마땅히 친하게 지내야 한다든지 하는 고정관념이 담겨 있습니다. 어린이·청소년 사이의 관계는 대개 사적인 친분에 의한 관계로 간주하는 인식도 거드는 것 같고요.

사실 어린이·청소년도 다 각각의 취향과 성격, 감정과 경험이 있고 친한 관계와 덜 친한 관계, 소원한 관계가 있는데 말이죠. 만일 비청소년들에게 한 그룹이나 팀에 속해 있단 이유로 모두 ‘친구’라고 부른다면, 그건 좀 억지스러운 일 또는 개인을 존중하지 않고 사생활에 간섭하는 일처럼 여겨질 수 있을 거예요. 마찬가지로, 어린이·청소년 개인의 인간관계나 마음을 존중한다면 같은 집단에 속하고 나이가 같단 이유만으로 ‘친구’로 묶거나 부르는 것은 무례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나이와 관련해서 ‘친구’란 개념이 어떻게 쓰이는지, 어린이·청소년들 사이의 관계에 더 쉽게 ‘친구’라는 말을 쓰는 것은 적절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친구’란 표현을 쓰냐 안 쓰냐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런 언어 관습에 담겨 있는 나이주의적 인식과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성찰해야 할 문제일 거예요.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일상 언어 속 차별 문제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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