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브레이커
지금까지 [일상 언어 속 차별 문제] 글을 통해 나이 어린 사람, 특히 어린이·청소년을 부르거나 직접 대화할 때, 관계를 맺을 때 나타나는 차별적 언어문화나 호칭의 문제를 살펴보았고 다음으로는 어린이·청소년에 관련된 차별적인 신조어나 멸칭, 비하적 표현들의 문제도 다뤄왔는데요, 오늘은 ‘등골 브레이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등골 브레이커’는 꽤 예전에 만들어진 신조어인데 요즘도 자주 쓰입니다. 처음 이 신조어가 등장했을 때는 ‘등골이 휠 정도로 비싼 물건(특히 의류)’이라는 뜻이었어요. 남을 착취하거나 빼앗는 것이나 온갖 고생을 하는 것을 뜻하는 ‘등골을 빼먹다’, ‘등골이 빠지다’ 같은 관용구가 있지요. ‘등골 브레이커’는 이 관용구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특히 자식을 친권자(부모 등)에게 물건을 사달라고 하거나 교육 등에 관련해서 돈이 많이 드는 경우, 친권자를 힘들게 고생시키는 그 상품을 ‘등골 브레이커’라 일컫는 것입니다.
그런데 ‘등골 브레이커’란 말은 ‘비싼 물건’이 아니라 청소년 그 자체를 부를 때 쓰이기도 합니다.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비싼 물건을 사달라고 조르는’ 청소년의 이미지와 함께요. 실제로 그런 청소년이 얼마나 많은지는 큰 상관이 없습니다. 청소년이 친권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양육 등이 개인에게 부담이 되는 현실 자체가 이런 말이 나오는 배경이니까요. 우리 사회에선 출산, 양육, 교육 등이 큰 경제적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런 이야기에서 더 나아간 것이 ‘등골 브레이커’라는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청소년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 담겨 있어요. 첫 번째로 청소년들은 사치를 부리고 유행에 민감하여 불합리한 소비를 한다는 인식입니다. ‘요즘 애들’의 대표적인 문제로 꼽히기도 합니다. 유명 대중 가수의 ‘등골 브레이커’라는 노래의 가사를 보면 이러한 관점이 잘 드러납니다. “떼를 쓰고 애를 써서 얻어냈지, 찔리지? (…) 휘어지는 부모 등골을 봐도 넌 매몰차” 이어지는 가사에서는 ‘등골 브레이커’들에게 충고도 합니다. “철딱서니 없게 굴지 말어 (…) 패딩 안에 거위털을 채우기 전에 니 머릿속 개념을 채우길 (...) 니가 바로 등골 브레이커 부모님의 등골 브레이커”. 이 노래에서 청소년들은 유독 ‘개념 없이’ 비싸고 유명한 패딩을 갖고 싶어 하는 존재처럼 묘사됩니다.
두 번째로 청소년은 친권자를 힘들게 하는 존재라는 인식입니다. 어린이·청소년을 양육하기 위해 마땅히 필요한 비용과 자원을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을 지기보다는 개별 가정에서 감당해야 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 탓에 생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양육비와 교육비 등 많은 부분이 사적 부담으로만 지워지면서, 이 부담이 결국 자식의 존재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는 사회적 문제를 청소년들의 '철없음', 잘못 때문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청소년을 부르는 많은 이름들은 실제 당사자들의 삶이나 입장과는 무관하게 붙여지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여성들을 ‘된장녀’라 부르는 현상과 청소년들을 ‘등골 브레이커’로 부르는 현상은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사회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청소년의 상을 그려놓고 그에 맞지 않으면 ‘개념이 없다’, ‘사치를 한다’라는 틀로 얘기되는 셈이니까요. ‘된장녀’, ‘김치녀’라는 혐오표현만큼이나 청소년을 향하는 ‘등골 브레이커’ 같은 말도 문제가 많습니다. 둘 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경제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기생한다는 점을 부각시켜 혐오의 이유로 삼는 것이고요.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캠페인은 이렇게 어린이·청소년을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언어 표현을 돌아보려 합니다. 청소년과 관련해서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을 쓰거나 청소년을 ‘등골 브레이커’라 부르는 문화에는 어떤 차별적 인식이 담겨 있는지, 그리고 그런 말이 쓰이는 맥락과 상황은 왜 문제인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어린이·청소년 차별적인 문화 특히 비하와 혐오를 담은 일상 언어를 바꾸기 위해 앞으로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요!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일상 언어 속 차별 문제 '아홉 번째 이야기'입니다!
등골 브레이커
지금까지 [일상 언어 속 차별 문제] 글을 통해 나이 어린 사람, 특히 어린이·청소년을 부르거나 직접 대화할 때, 관계를 맺을 때 나타나는 차별적 언어문화나 호칭의 문제를 살펴보았고 다음으로는 어린이·청소년에 관련된 차별적인 신조어나 멸칭, 비하적 표현들의 문제도 다뤄왔는데요, 오늘은 ‘등골 브레이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등골 브레이커’는 꽤 예전에 만들어진 신조어인데 요즘도 자주 쓰입니다. 처음 이 신조어가 등장했을 때는 ‘등골이 휠 정도로 비싼 물건(특히 의류)’이라는 뜻이었어요. 남을 착취하거나 빼앗는 것이나 온갖 고생을 하는 것을 뜻하는 ‘등골을 빼먹다’, ‘등골이 빠지다’ 같은 관용구가 있지요. ‘등골 브레이커’는 이 관용구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특히 자식을 친권자(부모 등)에게 물건을 사달라고 하거나 교육 등에 관련해서 돈이 많이 드는 경우, 친권자를 힘들게 고생시키는 그 상품을 ‘등골 브레이커’라 일컫는 것입니다.
그런데 ‘등골 브레이커’란 말은 ‘비싼 물건’이 아니라 청소년 그 자체를 부를 때 쓰이기도 합니다.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비싼 물건을 사달라고 조르는’ 청소년의 이미지와 함께요. 실제로 그런 청소년이 얼마나 많은지는 큰 상관이 없습니다. 청소년이 친권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양육 등이 개인에게 부담이 되는 현실 자체가 이런 말이 나오는 배경이니까요. 우리 사회에선 출산, 양육, 교육 등이 큰 경제적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그런 이야기에서 더 나아간 것이 ‘등골 브레이커’라는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청소년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 담겨 있어요. 첫 번째로 청소년들은 사치를 부리고 유행에 민감하여 불합리한 소비를 한다는 인식입니다. ‘요즘 애들’의 대표적인 문제로 꼽히기도 합니다. 유명 대중 가수의 ‘등골 브레이커’라는 노래의 가사를 보면 이러한 관점이 잘 드러납니다. “떼를 쓰고 애를 써서 얻어냈지, 찔리지? (…) 휘어지는 부모 등골을 봐도 넌 매몰차” 이어지는 가사에서는 ‘등골 브레이커’들에게 충고도 합니다. “철딱서니 없게 굴지 말어 (…) 패딩 안에 거위털을 채우기 전에 니 머릿속 개념을 채우길 (...) 니가 바로 등골 브레이커 부모님의 등골 브레이커”. 이 노래에서 청소년들은 유독 ‘개념 없이’ 비싸고 유명한 패딩을 갖고 싶어 하는 존재처럼 묘사됩니다.
두 번째로 청소년은 친권자를 힘들게 하는 존재라는 인식입니다. 어린이·청소년을 양육하기 위해 마땅히 필요한 비용과 자원을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을 지기보다는 개별 가정에서 감당해야 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 탓에 생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양육비와 교육비 등 많은 부분이 사적 부담으로만 지워지면서, 이 부담이 결국 자식의 존재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는 사회적 문제를 청소년들의 '철없음', 잘못 때문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청소년을 부르는 많은 이름들은 실제 당사자들의 삶이나 입장과는 무관하게 붙여지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여성들을 ‘된장녀’라 부르는 현상과 청소년들을 ‘등골 브레이커’로 부르는 현상은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사회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청소년의 상을 그려놓고 그에 맞지 않으면 ‘개념이 없다’, ‘사치를 한다’라는 틀로 얘기되는 셈이니까요. ‘된장녀’, ‘김치녀’라는 혐오표현만큼이나 청소년을 향하는 ‘등골 브레이커’ 같은 말도 문제가 많습니다. 둘 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경제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기생한다는 점을 부각시켜 혐오의 이유로 삼는 것이고요.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캠페인은 이렇게 어린이·청소년을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언어 표현을 돌아보려 합니다. 청소년과 관련해서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을 쓰거나 청소년을 ‘등골 브레이커’라 부르는 문화에는 어떤 차별적 인식이 담겨 있는지, 그리고 그런 말이 쓰이는 맥락과 상황은 왜 문제인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어린이·청소년 차별적인 문화 특히 비하와 혐오를 담은 일상 언어를 바꾸기 위해 앞으로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요!
[어린 사람은 아랫사람이 아니다] 일상 언어 속 차별 문제 '아홉 번째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