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2022년 12월 1일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한규, 민병덕, 박주민, 서동용, 이재정, 진선미, 최강욱' 공동 주최로 열린 〈2022 정기국회 개혁입법과제 토론회〉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저지해야 할 입법으로 삼았는데요.
지음의 공현 활동가가 해당 주제로 토론자로 섭외되어 발표한 토론문입니다.
촉법소년 연령 논쟁이 형사 정책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
공현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윤석열 정부는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TF’를 꾸렸고, 얼마 전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4세에서 13세로 하향하는 내용을 포함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여느 정부 정책 추진 과정이 그렇듯이 이미 연령 기준을 낮추겠다는 답을 정해놓고 시작된 TF였다. 2022년 10월 26일 발표된 종합대책 내용 중에는 현행보다 진일보한 내용, 그대로 실행된다면 환영할 만한 내용도 분명 있으나, ‘촉법소년 연령 상한 기준’을 낮추는 것은 여러 인권단체들의 비판과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지적 등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강행하려는 듯하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라고 하지만, 결국 그 의미는 형사처벌의 확대이다. 현행법상으로는 만 10~13세의 청소년은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소년법상의 보호처분만을 받는데, 이를 가리키는 말이 ‘촉법소년’이다.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3세로 하향한다는 것은, 그 이전까지는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던 사람들이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질문에 대해 답변이 있어야 한다. “형사처벌의 확대가 만 13세 청소년의 범죄 행위를 예방하는 것과 재범 예방에 효과적인가?” 혹은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는 만 13세 청소년들이 그러는 이유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서인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의 형사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일인데 그리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답하려면 지나치게 단순화된 해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만 13세 미만 청소년들이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여 범죄를 저지르며 처벌도 안 받는다’라는 이야기는 매체를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반복해서 유포되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마치 청소년들의 범죄 전반이 형사미성년 제도, 소년법 등에 의해 처벌을 면제받기 때문에 마음대로 굴어서 일어나는 것이라는 대중의 인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범죄 행위는 그런 이유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생활 환경, 사회 경제적 사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만 13세 미만 청소년이 처벌을 면제받는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 오해에 가깝다. 형사처벌이 아닐 뿐 다른 방식으로 처벌이나 사회적 제재를 당하고 있고 그 무게가 그리 가볍다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법무부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오해를 바로잡고 정확하고 바람직한 정보를 확산시키는 것이어야 할 텐데, 오히려 이런 오해에 편승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문제이다.
사실 형사처벌 대상 연령이 만 13세까지로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질적으로 큰 변화로 이어질 거라고 예상되지는 않는다. 법무부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대부분의 소년범은 기존과 같고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형사처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고 있고, 실제 사건의 수 자체가 많지도 않다. 정부는 마치 ‘실제 변화는 크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라고 하는 듯하지만, 반대로 물으면 ‘실제 변화가 크지 않을 텐데 왜 추진하는가’라는 질문도 가능하다. 결국 이 조치가 실제적인 변화를 위한 필수적 조치라기보다는 여론에 따라 가는 제스처일 뿐임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단순히 형사 정책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이 문제를 단지 연령을 몇 살로 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가 아닌, 청소년과 사회적 소수자 전반에 관련된 역차별-혐오 담론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령이 몇 살이냐의 논의라기보다는 청소년을 미성숙하고 우범적이면서도 보호만 받는 존재들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인식론의 문제인 것이다.
즉, 정부에서 추진하는 형사처벌 확대 정책이 촉법소년에 관한 잘못된 정보와 사회적 혐오 정동에 근거했다는 점이 정말로 우리가 우려해야 할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정책의 강행은 여성가족부 폐지나 국가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것, 학생인권조례 후퇴 시도 등과 같은 성격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고, 사회 전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메시지를 줄 위험성이 있다. 여러 정치세력,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길 바라며, 윤석열 정부와 법무부는 법 개정 등을 추진하기 이전에 이러한 우려에 대해 책임감 있게 답하고, 차별과 혐오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를 바란다.
국회에서 2022년 12월 1일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한규, 민병덕, 박주민, 서동용, 이재정, 진선미, 최강욱' 공동 주최로 열린 〈2022 정기국회 개혁입법과제 토론회〉에서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저지해야 할 입법으로 삼았는데요.
지음의 공현 활동가가 해당 주제로 토론자로 섭외되어 발표한 토론문입니다.
촉법소년 연령 논쟁이 형사 정책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
공현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윤석열 정부는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TF’를 꾸렸고, 얼마 전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4세에서 13세로 하향하는 내용을 포함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여느 정부 정책 추진 과정이 그렇듯이 이미 연령 기준을 낮추겠다는 답을 정해놓고 시작된 TF였다. 2022년 10월 26일 발표된 종합대책 내용 중에는 현행보다 진일보한 내용, 그대로 실행된다면 환영할 만한 내용도 분명 있으나, ‘촉법소년 연령 상한 기준’을 낮추는 것은 여러 인권단체들의 비판과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지적 등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강행하려는 듯하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라고 하지만, 결국 그 의미는 형사처벌의 확대이다. 현행법상으로는 만 10~13세의 청소년은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소년법상의 보호처분만을 받는데, 이를 가리키는 말이 ‘촉법소년’이다.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3세로 하향한다는 것은, 그 이전까지는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던 사람들이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질문에 대해 답변이 있어야 한다. “형사처벌의 확대가 만 13세 청소년의 범죄 행위를 예방하는 것과 재범 예방에 효과적인가?” 혹은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는 만 13세 청소년들이 그러는 이유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서인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의 형사 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일인데 그리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답하려면 지나치게 단순화된 해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만 13세 미만 청소년들이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여 범죄를 저지르며 처벌도 안 받는다’라는 이야기는 매체를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반복해서 유포되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마치 청소년들의 범죄 전반이 형사미성년 제도, 소년법 등에 의해 처벌을 면제받기 때문에 마음대로 굴어서 일어나는 것이라는 대중의 인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범죄 행위는 그런 이유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생활 환경, 사회 경제적 사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만 13세 미만 청소년이 처벌을 면제받는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 오해에 가깝다. 형사처벌이 아닐 뿐 다른 방식으로 처벌이나 사회적 제재를 당하고 있고 그 무게가 그리 가볍다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법무부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오해를 바로잡고 정확하고 바람직한 정보를 확산시키는 것이어야 할 텐데, 오히려 이런 오해에 편승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큰 문제이다.
사실 형사처벌 대상 연령이 만 13세까지로 확대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실질적으로 큰 변화로 이어질 거라고 예상되지는 않는다. 법무부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대부분의 소년범은 기존과 같고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형사처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고 있고, 실제 사건의 수 자체가 많지도 않다. 정부는 마치 ‘실제 변화는 크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라고 하는 듯하지만, 반대로 물으면 ‘실제 변화가 크지 않을 텐데 왜 추진하는가’라는 질문도 가능하다. 결국 이 조치가 실제적인 변화를 위한 필수적 조치라기보다는 여론에 따라 가는 제스처일 뿐임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단순히 형사 정책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이 문제를 단지 연령을 몇 살로 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가 아닌, 청소년과 사회적 소수자 전반에 관련된 역차별-혐오 담론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령이 몇 살이냐의 논의라기보다는 청소년을 미성숙하고 우범적이면서도 보호만 받는 존재들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인식론의 문제인 것이다.
즉, 정부에서 추진하는 형사처벌 확대 정책이 촉법소년에 관한 잘못된 정보와 사회적 혐오 정동에 근거했다는 점이 정말로 우리가 우려해야 할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정책의 강행은 여성가족부 폐지나 국가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것, 학생인권조례 후퇴 시도 등과 같은 성격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고, 사회 전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메시지를 줄 위험성이 있다. 여러 정치세력,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길 바라며, 윤석열 정부와 법무부는 법 개정 등을 추진하기 이전에 이러한 우려에 대해 책임감 있게 답하고, 차별과 혐오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