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음 활동]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활동가다움, 원칙' 토론회 자료집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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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8일에 가졌던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활동가 원칙〉을 통해 본 '활동가, 활동가다움, 원칙' 토론회 자료집입니다.

자료집 중 활동가 원칙을 해설했다고 할 수 있는 공현 활동가의 발제문을 본문에 붙입니다.





인권운동이란, 활동가란 어떤 것일까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원칙에 담은 고민들

공현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활동가 원칙, 왜 필요한가

○ 청소년인권운동에서 주로 청소년인 활동가들이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활동에 대한 고민으로) 많이 던졌던 질문이 바로 “나는 활동가인가?”였다. 이런 의문은 한편으로는 사회적 소수자가 조직 안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얻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반영한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활동가라는 직업/역할/존재가 사람들에게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여러 오개념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청소년-당사자 / 비청소년-전문가·활동가]라는 사회 통념을 반영한 구도 속에서 더욱 문제적인 효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 활동가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자유를 행사하여 스스로의 신념과 욕망에 따라서 인권운동을 한다. 그리고 인권운동은 본래 국가로부터 독립적인 민간의 영역이다. 하지만 활동가가 하는 역할은 지극히 공적이다. 공공의 관심을 받는 공적인 의제를 다루고, 공적인 윤리 규범을 요구받는다. 그러한 간극을 좁히고 연결하기 위한 더 많은 담론,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라도, 활동가로서 정체성을 형성하며 참여할 수 있게 적절한 문화와 관계의 기반이 필요하다.

○ ‘들어가며’에서 언급한 활동가 원칙 마련의 배경 : 활동가들의 생활과 활동, 조직은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 폭력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많은 운동이 활동가들의 불안정한 삶의 조건, 명망가에 의한 운동의 사유화나 운동의 독립성 훼손 문제 등에도 마주하고 있다. 청소년인권운동의 경우 ‘청소년’의 특성이나 청소년운동에 대한 인식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더해진다. 따라서 지음은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고, 활동가로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지침을 제공하며, 지속가능한 활동 방식과 조건을 만들어 가기 위한 한 방도로서 ‘활동가 원칙’을 마련했다.

 

운동과 활동가 사이의 관계

○ 활동가가 운동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는 양쪽의 편향이 있어 왔다. 한쪽에서는 대의나 운동의 공익성을 강조하며 활동가에게 헌신을 요구해 왔고, 다른 한쪽에서는 활동가가 운동의 수단이 아님을 강변하며 개인의 권익과 행복을 우선할 것을 요구해 왔다. 특히 자유주의의 득세 속에 최근에는 후자의 주장이 일종의 ‘상식’이자 당위로 자리 잡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는 두 가지 모두 적절치 않은 관점이라고 보았다.

○ 운동의 과정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존중받아야 한다. 활동가들은 서로를 인격적으로 대하며 존중해야 한다. 이는 보편적 윤리다. 하지만 그것이 운동의 목표가 활동가를 존중하는 것 자체나 활동가의 행복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운동은 개개인을 위한 것이 아닌 공적이고 보편적인 목적의식을 가진 사회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활동가들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동의한 공동의 목표를 위해 복무하고 협력해 나가는 관계이다. 더 나아가, 이상적인 활동가와 운동의 관계는 자발성에 기초하여 운동 목표를 공유하고 활동함으로써, 운동의 목표 달성이 곧 활동가를 위한 것이며, 활동가가 행복한 것이 곧 운동의 지속가능성과 건강성을 위한 것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 우리는 활동가가 건강과 생계의 문제 등으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 주목했다. 우선,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여건에 맞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전제가 되어야 하고, 조직에서 원활히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명시했다. 또한 죄책감 등으로 인해 활동을 그만두거나 쉬지 못하는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생존과 건강을 위해 활동을 그만둘 수 있다는 것도 명시했다. 다만 이러한 상황이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을 어렵게 하기에, 동료 활동가가 선의를 가지고 ‘배려’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능력주의를 억제하기 위해

○ “나는 활동가인가?”라고 묻는 이유, 그리고 운동에서 인정·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활동가들 사이의 역량의 차이, 조직 내에서의 역할의 차이 등 때문에 격차를 체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조직 안에서는 더 경력이 많고, 더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주도권을 가지고 권력관계가 형성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를 다소 거칠게 ‘(조직 내) 능력주의 문제’라고 부를 수 있다.

○ 지음은 이 문제에 대처하고 능력주의를 억제하려는 문제의식을 ‘함께 활동하는 원칙’에 중요하게 담아 보려 했다. 우선, 역량의 차이를 낳는 원인 중 하나인 활동에 관한 정보와 지식의 차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경험, 전문성, 역량의 차이가 고착화되고 위계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문서화한다고 해서 바로 실현되진 않겠지만,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노력할 필요를 밝혀야 조금이라도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 나아가서는, 이러한 활동에 관한 능력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조직이 함께 책임지고 지원하고 협력을 통해 형성해 나갈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 문화에 관련해서 ‘모두가 고루 역량을 갖출 방법을 고민하며 역량 차이로 어려움을 경험하는 사람이 있을 때 조직적으로 대응한다.’라는 문구도 이런 고민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노동자로서의 활동가 처우 등

○ 활동가가 곧 임금 노동자는 아니다. 상근자는 임금 노동자이긴 하지만, 단체에 따라 임금 노동자성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지음의 경우 상임활동가가 운영진이기도 하여 임원이기도 하고 노동에 관해 높은 자율성을 가진다. 그럼에도 조직과 상임활동가 사이에 임노동계약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며, 최저임금, 노동시간 등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인권은 보장받아야 한다.

○ 사회적으로 합의되어 있는 최저선의 노동조건을 준수하되, 상세한 노동조건과 복지 수준은 현실적으로 조직의 상황을 고려해, 활동가들이 함께 이야기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조직에 관한 정보를 당사자(노동자인 활동가)를 포함하여 구성원들이 충분히 공유하고 이해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의 상황을 핑계 삼아 노동조건이나 복지를 부당하게 후퇴시키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 활동가의 노동조건이나 복지는 하나의 단체 내부에서만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조직은 상호부조 기구, 협동조합 등에 활동가를 연결시키고, 처우가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반폭력·반차별

○ 반폭력·반차별 관련 내용은 여러 조직이 내규나 원칙, 약속 등을 만드는 데 가장 널리 포함시키는 주제일 것이다. 지음의 원칙에서는 폭력과 차별의 배경으로 사회적 정체성과 위치, 소수자성을 명시하였고, 지음의 활동 영역을 고려하여 나이주의를 제일 먼저 명시했다.

○ 차별 사유로 일상에서 자주 맞닥뜨리게 되는 것들을 예시했고, 구체적인 폭력이나 언행에 관해서는 ‘하지 않아야 한다’라는 표현을, 보다 포괄적이고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 차별·혐오 표현이나 경제적·사회적 여건에 따른 배제 등에 관해서는 ‘주의하여야 한다’라는 표현을 썼다.

○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접적 당사자 외에도 조직 구성원들의 협력이 요구됨을 적었다. 또한 활동 와중에 다른 단체의 활동가에 의한 가해를 겪기도 하기에 이런 경우도 공동의 노력을 할 것을 명시했다.(차별이나 폭력을 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그 위 다른 조항에 포함된다고 봄)

 

조직 내 소통

○ 조직 내에서의 소통은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갈등 해결·관리를 위해 주의깊게 살펴야 할 부분이다. 지음의 활동가 원칙에서는 평등한 참여와 정보 공유, 질문과 응답 등에 관련한 내용을 담았는데, 앞으로 민주적인 소통과 의사결정에 관해 조금 더 고민과 경험이 담겨 구체화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 ‘조직 문화 및 갈등 해소’ 부분에서는 상호 책임과 소통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 예컨대 발언 기회가 골고루 있어야 한다는 것과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 질문과 도움 요청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질문과 요청에 적극 응답해야 한다는 것이 함께 들어갔다. 또한 비판을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방어적으로 응대하는 것과 소수자성을 이유로 피해자성을 주장하는 일 등이 소통을 어렵게 하는 대표적 경우라고 보았다.

 

공직·정당 활동 제한

○ 언급한 문제 중 운동 성과의 사유화와 독립성 훼손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 공직·정당 활동 제한을 포함시켰다. 통상 회칙에 들어갈 법한 내용을 활동가 원칙에 담은 것은, 이 내용이 활동가의 규범이자, 단순히 지켜야 할 규칙이 아닌 중요한 문제의식으로 받아들여지길 원했기 때문이다. 인권운동은 공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를 다루며 그 과정에서 제도권 권력이나 명예 등에 가까워지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그러나 운동의 판단과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닌, 활동가 개인이 정치인·공직자가 되는 것은 운동의 성과가 선순환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운동의 개인업적화–사유화이며, 운동의 독립성과 순수성(표방한 가치에 대한 진실성이란 의미에서)을 의심받게 만드는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다. 이에 대한 경계와 비판을 담아, 인권운동은 제도권 권력을 얻는 과정으로 여겨져선 안 되며 충분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규정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문제의식을 이해하고 공유하며, 이를 바탕으로 소통하고 논의하는 것이다.

○ 구체적 내용은 겸직의 금지, 기간 제한, 경력 활용 제한이다. 첫째, 지음의 책임·상임 활동가는 정당 활동 및 공직 활동을 금지한다.(평당원, 하급 공무원은 개인의 결사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균형을 고려해 제외) 둘째, 책임·상임 활동가였던 사람이 그만두고 고위 공무원 및 정당의 선출직·임명직·정무직을 맡는 혹은 그 반대 경우에는 최소 1년의 기간이 그 사이에 있어야 한다. 활동가가 정당·공직으로 직행하면, 직전에 하던 활동이 연루될 수 있고 독립성에도 해가 된다. 이런 행보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으나 개인의 자유를 고려하여 최소한의 장치로 기간 제한을 둔 것이지, 1년이 지나면 고민 없이 해도 된다는 의미임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력 활용 제한으로, 책임·상임 활동가는 정당 및 공직에 진출할 목적으로 지음 활동을 이력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 다만 조직의 결정이 있으면 허용되는데, 이는 조직적인 판단과 결정으로 활동가의 정당 및 공직 진출이 필요한 정세라고 봤을 때는 지지·동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 사실 정당이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고, 원내정당과 그렇지 않은 경우, 제도권 권력이라 볼 수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등 다양한 성격이 있겠고, 공무원도 다양한 성격이 있겠지만(가령 녹색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상황이 다를 것이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와 교육부 장관도 상황이 다를 것이다) 이를 분류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우선은 모든 정당 활동 및 공직 활동을 대상으로 했다. 그 이상의 구체적 판단은 조직에서 논의를 통해 함께 합의해 나갈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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