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음 활동][제10회 세계인권도시포럼] 한국 18세 선거권의 의미와 남은 과제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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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8세 선거권의 의미와 남은 과제


이은선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상임활동가, 전 촛불인권법제정연대 상임공동대표)


[초록]

이 글은 만 18세 선거권의 의미와 18세 선거권 논의의 한계에 대해 다루며 청소년 참정권의 남은 과제에 대해 제시하고자 한다. 선거권 연령이 낮추어지기까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소개하며, 선거권 연령 하향을 주장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선거권 연령을 19세로 하는 것과 18세로 하는 것 사이의 차이는, 바로 18세부터는 일부 청소년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18세 선거권은 ‘청소년은 정치를 해선 안 된다’라는 오래된 장벽에 균열 내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18세 선거권이 이루어졌음에도 18세 선거권 연령 하향의 본 취지와 의미를 담고 있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18세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인식을 넘어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청소년의 정치기본권 확대 차원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18세 선거권 논의의 한계를 비롯해 청소년 참정권의 남은 과제를 확인하려 한다. 청소년 참정권의 남은 과제를 정당법과 선거법, 학교 내 정치적 권리 이 두 가지 부분에서 제시하려 한다. 앞선 이야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의 동료시민으로서 청소년 참정권이 더 확대되기 위한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목차]

Ⅰ. 서론

Ⅱ. 18세 선거권의 의미

Ⅲ. 18세 선거권 논의의 한계

Ⅳ. 청소년 참정권의 남은 과제

Ⅴ. 결론


[약력]

2018년 - 현재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상임활동가

2018년 - 현재 :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회원

2017년 - 2019년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상임공동대표

2017년 - 2018년 : 울산 총 학생회장단 연합 4기수 대표

2016년 - 2017년 : 울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활동



I. 서론

 2019년 12월 27일 선거권 연령이 19세에서 18세로 한 살 낮추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2020년 국회의원 선거는 청소년이 참여하는 첫 선거가 되었다. 선거권 연령만 한 살 낮추어진 것으로는 청소년의 정치는 금기시되는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선거권 연령이 18세로 낮추어지게 되면서 ‘청소년은 정치해선 안 된다’, ‘학교가 정치적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오래된 장벽을 처음으로 균열 낼 수 있게 되었다. 

 청소년 참정권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 공간들을 살펴보면 청소년의 참정권이 얼마나 더 절실하고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시위에서도 ‘내 아이를 성적 타락과 정치 참여로 이끌지 마라!’는 피켓이 등장하기도 하고, 18세 선거권을 반대하는 교사 단체에서도 ‘교실 정치장화 대책 마련하라!’는 등을 요구한다. 이처럼 청소년 처한 삶이 바뀌기 위해서 청소년의 정치는 너무나도 인권과 밀접한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년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로 여기는 것은 청소년의 삶을 부정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의 선거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투표에 참여할 권리를 넘어 사회에서 청소년의 정당한 몫을 주장하는 것이다. 청소년을 직접 정치에 참여하여 말하고 행동하는 동료 시민으로서 사회가 받아들이기 위해 많은 것들이 변화되어야 한다.


II. 18세 선거권의 의미

1. 왜 19세는 되고 18세는 불가능했는가

 2002년 선거권 연령이 20세일 당시 18세 선거권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군대 YES, 세금 YES, 결혼 YES, 투표는 NO?”등의 구호를 외치며 만 18세 선거권을 요구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2005년에 선거권 연령이 20세에서 19세로 한 살 낮추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당시에도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낮추어야 한다는 요구들은 계속되었지만 ‘학교 다니는 학생은 투표할 수 없다’는 핵심적인 반대에 부딪쳐 낮춰지지 못했다.

 한국 사회의 선거권 연령이 점차 낮추어지는 과정을 거쳐 왔지만 청소년이 투표를 하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학생은 무정치적인 존재로, 학교는 무정치적인 공간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이 가로막혀 있었다. 청소년 중 나이와 생일이 지난 기준에서 투표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다. 그럼에도 청소년 중 일부라도 투표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앞으로 더 많은 청소년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생긴 것이다. 또한 선거권 연령 하향을 통해 청소년이 정치적 존재로 호명 가능해졌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가진다.

2. 청소년 참정권을 주장하는 과정에서의 변화

청소년 참정권에 대해 주장하는 과정에서도 청소년 인권을 뒷받침하는 논리가 두터워지는 과정이 되었다. 선거권 연령 하향을 초반에 주장할 당시에는 청소년 인권 이슈 중 일상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선거철에 이야기하는 이슈였다. 그리고 청소년 정치적 기본권을 요구하며 선거권 연령 하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18세 선거권에 한정된 주장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현재에는 선거철에 잠깐 이야기하는 주제가 아닌 일상적으로 요구하는 주제가 되었다. 그만큼 청소년의 ‘선거권’ 보장을 넘어서 청소년의 일상과 정치적 권리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18세 선거권에만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닌, 18세 선거권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청소년들이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지 ‘최대한’의 정치적 권리 보장은 무엇인지 논의하게 되었다.

 선거권은 단지 하루 투표할 권리를 넘어 더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또한 18세 선거권에 대해 요구 활동들이 모여 청소년 정치적 기본권을 비롯한 청소년 인권의 전반에 힘이 싣는 과정이 되었다.

3.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보장의 시작

 18세 선거권은 여러 가지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는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의 일부에 불과하다. 여전히 사회에서 청소년이 동등한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데 많은 제약이 있다. 18세 선거권 보장을 계기도 청소년에게 더 많은 정치적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18세 선거권은 청소년 참정권 보장의 시작에 불과하다.


III. 18세 선거권 논의의 한계

1. 청소년을 ‘정치 새내기’ 취급하는 교육의 문제

 선거권 연령이 낮추어지고 많은 교육기관에서 18세를 대상으로 한 정치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새내기 유권자 선거교육 영상>을 만들었고, 각 교육청에서도 그 영상을 활용하였다. 그런데 그 영상에서 다루는 내용은 ‘이러이러한 법을 어기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어떤 권리를 누릴 수 있는지가 아닌, 선거법을 어기면 안 된다는 내용이 주였다. 18세 선거권이 이루어진 배경과 역사,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의 확장이라는 의미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이러한 선거(정치)교육 영상은 청소년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에 힘을 더하기는커녕, 청소년을 아직 선거(정치)에 대해 잘 모르는 존재로만 바라보고 참여를 위축시킬 수 있다.

 실제 기존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정치교육(혹은 민주시민교육)들은 청소년을 정치에 무관심한 존재로 보며 어른이 된 뒤 참여의 당위성만을 강조하는 함정에 빠지곤 한다. 청소년을 직접 정치를 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정치가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학습해 나가며 사회 현안이나 토론의 방법 등을 배워야 할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폭넓게 바라보지 않고 협소하게 바라볼수록 청소년은 자신을 정치적 주체로 호명할 수 없게 된다. 

 최근에 이루어진 선거(정치)교육이 대부분이 ‘투표하는 것’에만 과하게 집중되어 청소년의 정치 참여에 대해 협소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참정권은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이고, 그렇기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참정권은 모두에게 되도록 넓은 범위로 확대되어야 한다.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를 ‘18세 선거권’이 전부인 것처럼 바라봐서는 안 되며, 많은 청소년에게 정치적 권리가 보편적인 권리가 되어야 한다. 또한 청소년에게 정치교육 또한 그들의 삶과 정치적 언어에 힘을 주는 과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2. 18세 정도면 충분하다는 인식을 넘어

 청소년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 속에는 나이뿐만이 아닌 여러 잣대들이 존재한다. 선거권 연령이 더 낮추어지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청소년이 아직 고등학교 졸업도 안 했는데 뭘 안다고’는 식으로 말하고, 정작 찬성하는 사람들도 ‘18살 정도면 어른이고 똑똑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충분히 똑똑하지 않으면 선거나 정치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모든 사람이 주권을 가지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는 민주주의 원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성숙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조건부 권리가 아니다.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에게만 제한된 정치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추고 알기 쉽게 정보를 공개하기보다는, 정치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탓하며 더 장벽을 높이려 들 것이다. 미성숙하기 때문에 정치에 참여할 수 없고, 아직까진 정치 참여보다는 정치 교육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성숙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목소리가 대변될 수 있어야 하고, 힘이 없기에 더 많은 권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낫다. 이렇게 되었을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정치가 가능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가 18세 선거권이 통과되기를 바랐던 이유는 18세면 군대도 갈 수 있고, 면허도 딸 수 있고, 세금도 낼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다른 의무를 수행하고 있기에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 박탈되었던 청소년의 사회적 지위를 되찾음으로써 당신의 동료 시민으로 살아가겠다는 외침이다. ‘18세 정도면 성숙해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식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IV. 청소년 참정권의 남은 과제

1. 학교 내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선거권 연령이 낮추어졌음에도 학교 내에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생활규정은 여전하다.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학교를 다니는 상황에서 학교 안에서도 마땅히 시민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학생들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학교 내에서 그들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이 필요하다. 조금이나마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학교 운영의 권한이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보편적인 인권이 보장되는 공간에서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학생의 언론·표현·집회의 자유 등의 기본적인 권리를 명시하는 법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학생인권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2. 법제도적 측면에서 청소년의 정치적 권리

 (정당가입) 대한민국의 정당법 제22조는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는 자”로 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을 명시하고 있다. 선거권 연령이 18세로 완화되었음에도, 정당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18세 미만 청소년들은 여전히 정당 가입을 합법적으로 할 수 없다. 정당에서 활동을 하기 위해 굳이 국회의원 선거권이 있을 필요는 없다. 국가가 불필요하게 당원의 자격에 제한을 두는 것은 정당의 자유로운 활동을 규제하는 것이다. 한국 외에 민주주의를 택한 대다수의 국가에서는 정당 자체적으로 가입 연령을 정해, 청소년 때부터 정식 정당 활동이 가능한 국가들이 다수이다. 정당 안에서 청소년이 활동할 수 있다면, 청소년 대중의 의견을 모아 입법 과정에 반영하는 통로가 될뿐더러, 정당에서 청소년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선거운동) 선거 운동은 단순히 각 정당의 후보들의 선거 유세에 참여하는 것 이외에도 정치인에 대한 지지나 반대를 표하는 글을 SNS 상에 쓰는 거나 누군가에게 개인적으로 말하는 것도 선거 운동이 된다. 이처럼 선거운동의 자유는 선거 과정에서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자유인 동시에, 표현에 대한 자유이다. 하지만 18세 미만인 자는 선거 과정에서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마저 제한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한 청소년이 SNS에 특정 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하는 글을 게시했다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받은 뒤 경찰에 소환 조사를 받은 일도 있었다. 청소년의 자유로운 의견 표현과 토론, 정치 참여를 ‘범죄’로 만드는 선거법은 바뀌어야 한다.

 (피선거권) ‘대표자를 뽑을 권리’를 넘어 스스로가 ‘대표할 권리’가 필요하다. 한국 사회의 고정관념 속에서 정치인이나 사회적 리더란 남성, 나이 많은 사람, 고학력자, 비장애인 등의 지극히 제한적인 모습이다. 지나치게 높은 피선거권은 정치적 대표가 다양해질 수 없게끔 동조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이 정치적 대표자나 결정권자가 될 수 없다는 편견도 담고 있다. 피선거권은 청소년 집단의 이익 대변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마땅히 보장되어야 한다.


V. 결론

 청소년의 정치 활동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당연한 일이다. 청소년이 오늘의 시민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너무나 많다. 청소년이 미성숙하다며 온전한 권리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이들에게 ‘당신의 공포보다 청소년의 분노가 강하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선거권 연령 하향이 가지는 의미는, ‘정치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를 무너트리는 과정이 되었으면 한다. 결코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것은 ‘선거권’에만 미치는 것이 아닌 청소년의 사회적 지위를 바꾸는 운동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부정당해온 선거권을 보장받는다는 것은 나이를 기반으로 한 여러 차별에 맞서겠다는 의미이다.

 청소년의 일상을 정치와 거리가 먼 것으로 보는 것은 사회에서 그들의 자리를 지우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의사 형성과 결정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청소년의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요구와 고통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의 존재를 지우는 사회는 민주주의 사회라 부를 수 없다. 배제되는 구성원이 없어야 민주주의이다. 그렇기에 선거권 연령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는 그 사회의 민주주의 역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결국 청소년에게 정치적 권리는 한 사회에서 동등한 시민의 자리와 몫을 얻는 존재에 대한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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