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음 활동]2019년 아동권리포럼 자료집 (2019년)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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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18일 아동권리포럼,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제5-6차 최종견해에 따른 아동권리협약 이행 방안 모색' 자료집입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공현 활동가가 참석하여 '교육패러다임의 변화' 섹션에서 발표한 글을 본문으로 게재합니다.




학교에서 아동권리 실현 위해선 정부의 책임감이 필요하다


공현




아동권리협약 가입 후 20년이 넘게 지났지만


2010년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2011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이 전개되고 있을 때였다. 서울시의회에 주민발의 학생인권조례안이 발의되고, 서울시교육청도 학생인권조례 교육청 측 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자, 일부 교사단체 및 종교단체 등이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고 나섰다. 몇몇 중앙 일간지에서도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한다는 사설, 칼럼 등을 게재했다. 그런데 그중 대부분이 학생인권조례에 ‘집회의 자유’ 조항이 포함된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논조를 취했다. 차별 금지 조항이나 사생활의 자유 조항 등이 문제라고 지목한 내용도 있었다. 반대한 단체는 물론이고 언론사 사설조차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2010년 제정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에서도 집회의 자유 조항이 삭제된 안이 통과되었던 바 있었다.


집회의 자유는 대한민국 헌법이 모든 국민의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게다가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5조 역시 아동의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헌법과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권리를 재차 확인한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나름대로 지식인이라고 분류해야 할 언론사의 논설위원들도 마치 아동의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생전 처음 들어보는 해괴한 주장이라는 듯이, 부끄러움도 없이 사설을 발표하고 있었다. 1991년 대한민국이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한 지 20년이 지난 때였다.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물론 그런 언론사들일 테지만, 대한민국 정부 역시 부끄러워 해야 할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 가입 이후 협약 내용을 홍보하고 공론장의 기준으로 만드는 일에 얼마나 소홀해 왔기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말인가.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뒤늦게라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알리고 실현할 책임이 있는 정부 부처에서 나서서 “한국이 가입하여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이미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라고 지적하기라도 해야 했던 것 아닐까?


그러나 그로부터 또 8년이 지난 올해에는 경남 학생인권조례가 경상남도의회에서 부결, 폐기되는 일이 벌어졌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반대한 이들의 주장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집회의 자유는 물론이고 차별금지 조항, 사생활의 자유 조항 등 헌법과 유엔아동권리협약들에 분명히 밝혀진 권리들도 막무가내로 반대했다. 내후년이면 유엔아동권리협약 30년이 되지만, 한국 사회의 아동인권, 특히 학교 안에서의 아동인권에 대한 인식 수준은 과연 어느 정도의 속도로 나아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학교 규율이 아동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협약을 준수하도록”


유엔아동권리협약에 “학교에서 머리카락 스타일이나 용의복장을 규제해선 안 된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지는 않다. 전 세계의 각기 다른 환경의 국가들에 적용되어야 할 협약이니 확실히 디테일함은 부족하다. 그러나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8조는 “당사국은 학교 규율이 아동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본 협약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두발복장규제는 물론이요, 한국의 초·중등 학교의 현실을 살펴보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한다고는 볼 수 없는 관행과 규칙, 운영 방식이 수두룩하다.


아주 보편적이고 대표적인 아동인권 이슈인 체벌 문제만 해도 어떠한가?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제1차 심사 이후 최종 견해에서도 체벌 금지를 권고했던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 취임 무렵 학교 체벌 금지를 검토하긴 했으나 철회했고, 교육부는 비록 체벌을 억제하려는 것이 기본 입장이긴 했으나 체벌에 쓰이는 도구를 정의하고 가격 횟수와 절차 등을 명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사실상 체벌을 합법화했다.


10여 년이 지난 2010년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고 서울시교육청이 체벌금지를 선언하자 정부는 그제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체벌 관련 조항을 개정했다. 그러나 개정된 시행령(제31조 ⑧ 학교의 장은 …… 지도를 할 때에는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하되, 도구, 신체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에 대해 2011년 교육부는 언론을 통해 학생을 직접 때리는 형태의 체벌만 금지한 것이고, 다른 방식으로 고통을 주는 체벌(소위 ‘간접 체벌’이라는 기괴한 개념!)은 허용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교육부가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체벌의 대안이라며 제시한 ‘상벌점제’는 어떠한가? 체벌이 금지되지 않아서 체벌도 당하고 벌점도 받고 있다는 학생들의 호소가 한동안 이어졌다는 것도 문제지만, 상벌점제 자체도 많은 문제를 낳았다. 교사의 자의적인 벌점 부과, 징계 및 퇴학의 증가 등이 여러 학교에서 고발되었다. 사소한 지각이나 용의복장 규정 위반, ‘교사 지시불이행’ 등의 사유로 벌점이 누적되어 중징계로 이어지곤 했다. 학교의 규칙이나 문화를 인권 기준에 부합하게 바꾸어 나가고 변화시키려는 노력 없이, ‘체벌’이라는 처벌 수단만 ‘벌점’으로 대체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교육부에는 여전히 학생의 인권 보장을 책임지고 담당하는 부처 하나 제대로 없고, 학생인권 같은 사안은 학교의 자율 사안이라고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법률이나 시행령 등 전국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도 않고, 학생인권조례가 시행 중인 지역은 전국 4개 지역에 불과함에도 조례로 각 지역이 알아서할 일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다. 어쩌다가 학생인권에 관련된 입장을 내놓아도 학교 현장에서 실현되게 하는 것은 무관심하다. 예를 들면,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도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금지한 때리는 형태의 체벌조차도 학교에서 상당한 빈도로 일어나고 있음이 드러났다. 또 다른 예로는, 추운 계절에도 학생의 겉옷 착용을 학교에서 단속하는 문제가 불거지자 ‘과도한 겉옷 단속 등을 하지 마라’는 공문을 내보냈지만, 실제로 겉옷 단속 등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처는 전혀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한국 정부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실현에 무관심했던 것이 제5·6차 최종견해에서도 학생의 인권에 대한 강력한 권고가 반복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최종견해에서 “모든 아동이 성적과 관계없이,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표현의 자유를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으며, “학교가 학생의 개인정보를 공개하고, 학생의 동의 없이 소지품을 검사하며, 복장 제한을 시행하고 있다는 보고에 유의한다.”라고 지적했고, “모든 지역과 환경에서 “간접체벌” 및 “징계적” 처벌을 포함해 모든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할 것”,“교사에 의한 성희롱을 포함한 아동에 대한 모든 형태의 성적 착취 및 성적 학대를 방지하고 대응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또한 아동의 참여에 관해서도, “아동의 참여는 여전히 선택적이고, 특정 주제에 제한되며, 학업 성적을 조건으로 한다는 점, 그리고 아동의 견해가 고려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아동의 의견이 청취될 권리에 관한 위원회의 일반논평 제12호(2009)를 고려하여, 아동의 견해가 그들과 관련된 가정, 학교, 법원 및 관련 행정 절차와 기타 절차에서 정당하게 고려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당사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제3·4차 권고에서도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의 의미 있는 참여를 포함하여 학교 안에서 정치적 권리 보장과 참여의 권리 증진을 권고했던 바 있다.



국가의 의무


이러한 학교 안에서의 학생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의 보장 등 외에도 한국의 학교 교육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취지에 위배될 소지가 적지 않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이번 제5·6차 최종견해에서도 “아동의 아동기를 사실상 박탈하는 지나치게 경쟁적인 교육 환경”을 또 한 번 지적한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또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취지와 교육의 목적에 대한 규정 등에 비추어 한국 교육을 재검토하고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던 바 있다.


만약 대한민국 정부가 이러한 지적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교육부에서는 유엔아동권리협약과 일반논평, 권고 등에 근거하여 한국 교육 체제를 평가하고 개선 방안을 연구하는 TF라도 만들었어야 마땅하다. 예를 들어 유엔아동권리협약 일반논평들에는, 교육에 관련하여 이러한 지적이 있다.


“지식의 축적, 경쟁의 촉진 및 아동에 대한 과도한 업무의 부담에 초점을 맞춘 교육의 형태는 아동이 자신의 능력과 재능의 최대한의 발현을 하는데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강조되어야만 할 것이다.”(일반논평 1 교육의 목적)

“세계 여러 곳의 많은 어린이들이 공식적인 학업 성공에 중점을 두어 제31조에 따른 권리를 거부당하고 있다.”(일반논평 17 휴식, 여가, 놀이, 레크레이션 활동, 문화생활 및 예술에 대한 아동의 권리)


한국 정부는 과연 이러한 지적과 인권 기준을 바탕으로 한국의 교육 체제와 학교 문화를 바꿔 나가기 위한 계획을 만들려는 노력을 한 적이 있는가? 학교 안에서 학생의 인권을 보장해달라는 학생들의 숱한 호소에 정부는 제대로 된 답을 한 적이 었다. 학교에서 ‘알아서’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마음대로 할 문제’라고만 해 왔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당사국은 (……)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과연 어떤 책임 있는, ‘모든 적절한 조치’를 내놓을 셈인가 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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