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어려서 책임지지 못할 것 같다는 말

양자리
2021-02-17
조회수 514

최근 오랜 고민 끝에 고양이 입양을 결정하고 몇몇 입양처를 알아봤었어요. 주로 민간에서 운영하는 동물 보호 단체들을 찾았는데, 국가에서 운영하는 보호 단체에 비해 입양 조건이 많이 까다롭더라고요. 그 중 입양 금지 사람 리스트가 인상 깊었는데, 리스트에는 '미성년자'는 물론, '10살 미만의 아동이 있는 집'이나, '독립한지 2-3년 미만의 청년'이 있더라고요. 다만 청년의 경우에는 '부모와 통화 후 가능 여부 심사' 라는 예외 조건이 있었어요. 어린 사람에 대한 편견을 고스란히 박아놓은 것 같은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어찌됐건 저는 그 모두에 해당하지 않아 연락을 했었는데, 20대 초반인 제 나이와 상황을 듣고는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 하시곤 몇 시간도 되지않아서 어렵겠다는 메세지를 전달해주시더라고요. 뚜렷한 이유를 말씀해주시지도 않고, 그냥 어렵다고만 말씀하셔서 전화를 다시 드려 물어보니 '나이가 너무 어려서 책임지지 못할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나이가 어려서'라는 말 안에 담기는 많은 것들이 상상이 가면서,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했지만, 억울한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다른 이유, 예컨대, 동물을 입양하는 일은 많은 경제적 부담을 지는 일이니,  '경제적 상황이 불안정해보여서' 같은 이유가 아니라 '어려서'라고 퉁치고 나이를 이유로 이야기하는 것이 납득이 되지않았고요. 어린 사람이어서 무책임하고, 충동적으로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뉘앙스가 들려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어린사람이 무책임하다면  그건 어리기 때문이 아니라 어린 사람에게 책임지지 못하게 하는 사회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상황을 겪을 때 그 책임의 몫이 어린 사람에게 넘겨지는 것 같아 답답했어요.

비청소년이 된 이후 어디에서 나이 때문에 대놓고 거절당하는 경험이 별로 없었어서 이번 경험이 꽤 충격적이었어요. 그 경험을 겪은게 작년 말이었는데, 이후에는 한 살이라도 더 많아보이려고 기다렸다가 2021년 1월 1일에 두 번째 입양신청서를 넣었었어요. 조금이라도 나이가 많아보여야 덜 무책임하게 보일까, 조마조마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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